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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길 닿아 깨어나는 예술혼

    손길 닿아 깨어나는 예술혼

    지역인천광역시 서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손길 닿아 깨어나는 예술혼

    • 프롤로그
    • 1.마음속에 번잡함이 가득할 때면
    • 2.‘녹청자’라는 단어의 생소함
    • 3.곡선의 미(美)
    • 4.그릇을 빚는 마음
    • 5.뜨거움은 열정을 닮아
    • 6.'옹기’라는 이름의 정겨움
    • 7.투박한 손은 섬세함으로 깨어나
    • 8.직선으로 날카롭던 마음이 이내 곡선으로 부드럽게
    • 에필로그

    손길 닿아 깨어나는 예술혼

    - 인천광역시 서구 -

    향기가 새어나올 것 만 같은 부드러운 곡선에 마음이 심히 울렁거립니다. 직선에 익숙하던 마음이 물길을 닮은 곡선에 시선을 빼앗겨 한동안 자리에 머물게 합니다. 옛것이라 함이 가져다주는 고고한 멋은 번잡하던 마음도 이내 차분해지고 경건하게 만들기 마련이지요. 투박하게만 보이던 손이 부드러운 흙에 닿아 꽤나 섬세해지며 하얗게 예술혼이 피어나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녹청자 박물관에서 곡선을 닮은 예술혼을 느끼고 돌아오라’입니다.

    가볍게 고개만 돌려봐도 보이는 것들은 온통 직선의 네모난 것들뿐이다. 직선의 날카로운 것들을 좇아 마음도 함께 날카로워 질 때면 인천 서구 경서동으로 가자.

    “눈부시기도 하겠지. 이게 얼마만이야? 방에만 있는 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콧속에 바람도 좀 넣고 해야 정리가 되던 결정을 하던 하지. "

    "자, 이렇게 마음이 복잡할 땐 인천 경서동으로 가는 것이 최고야, 가서 제 그 번잡한 마음도 좀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오자.” “경서동? 구불구불?”

    녹갈색의 불투명한 조질 청자를 보고 있노라면 위엄 있는 무게감 보다는 친근함이 먼저 든다.

    “녹청자 박물관이잖아! 웬 박물관이람. 그런데 삼강청자나 백자는 들어봤는데 녹청자는 조금 생소한데? 그리고 녹색보다는 갈색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녹색과 암갈색이 은은하게 섞여있지? 무엇보다 화려한 청자나 백자보다는 조금 친근한 느낌이 들지 않아? 그건 고려 전기시대 이후 생활용품 등으로 생산되어서 그런 걸 거야.”

    투박하고 거친 표면임에도 불구하고 이내 곡선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에 마음이 놓인다. 흙의 부드러움과 손길이 닿아 만든 길에서 또 무엇이 느껴지는가?

    “그런데 생각보다 투박하다. 다른 고려청자들은 깨끗하고 화려한 반면에 표면도 거칠고.” “그게 바로 녹청자의 매력이지. 그런데 이렇게 도자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화려하면서도 소박하고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

    “제대로 느끼고 있는 거야. 흙의 따뜻함과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참 아름답지?”

    도자기 하나 만드는 데도 여러 도구들과 방법으로 손을 거친다. 그렇기에 그릇을 빚는 이의 마음은 도자기를 굽는 가마의 온도만큼이나 뜨겁지 않을까?

    “도자기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칠까?”

    “생각보다 복잡하더라고, 쓰이는 도구도 많고. 우선, 자연에서 채취한 흙을 고르고 틀을 잡은 뒤 건조하고 모양을 잡은 뒤 초벌과정과 시유, 재번을 거쳐야 비로소 선별 후 진짜 도자기가 완성된다고 하더라고. 그릇을 빚는 순간순간 장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줌의 흙이 뜨거운 가마에서 새로운 식기로 다시 태어날 때의 순간, 그 뜨거움을 바탕으로 한 근본을 생각해본다. 그 정도의 뜨거움의 열정과 혼이 우리에게 있던가?

    “저기 가마터가 있다. 온기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어쩐지 가까이가면 뜨거울 것 같아. 옹기장이의 마음처럼”

    “그러게. 이렇게 가마터를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나는 이 정도의 뜨거움으로 무엇인가에 열심을 다한 적이 있나 싶기도 하고.”

    비슷한 크기의 옹기들이 모여 있다. 옹기라는 이름에서 정겨움을 느끼고 그 모양새에서 또 한 번 친숙함을 느낀다.

    “옹기들이 모여 있네. 마치 시골 할머니댁에 온 것 같아. 옹기에 잘 익은 장은 없겠지만 어쩐지 시골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게, 이름도 ‘옹기’라는 게 참 귀엽고 정겨워. 옹기라는 이름에서도 딱딱함이 없고 둥글둥글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전시 관람으로 문화를 즐기고 체험으로 또 다른 문화를 즐길 수도 있다. 도자기 만드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집중력과 마음의 곡선을 동그랗게 그려나간다.

    “아까 팜플랫 보니까 일일 도예체험도 가능하다던데, 오늘 만들고 가보자. 도자기 만들면서 마음도 좀 추스르고 집중력도 키우고, 어때?”

    “아까 제작과정 보니까 꽤 손이 많이 가던데, 잘 할 수 있을까?” “그럼, 자, 이 투박한 두꺼비 손이 얼마나 섬세하게 곡선을 그려나가는지 볼까?”

    나무에 동그랗게 나이테가 쌓이는 것이 다만 세월의 흐름 때문일까, 나무가 자라고 자라는 데 인내하고 견뎌낸 마음의 곡선이 아닐까?

    “과거로의 시간여행 어땠어? 박물관으로의 여행이라고 따분하다고만 여겼겠지만 생각보다 괜찮았지?”

    “그러네, 집중하면서 마음도 비우고 내 마음도 차분해지면서 정리가 되는 것 같아. 무엇보다 그릇을 빚는 다는 마음에 얼마나 큰 예술혼이 깃들어 있는지도 알고 말이야.”

    세상의 욕(慾)을 좇는 마음이 하늘높이 치솟아 마음의 탈출구가 필요하다면 가끔은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습니다. 탐욕이나 물욕도 없이 오로지 정신 하나만으로 만들어내는 도자기는 박리다매로 찍어내는 생산품에서 느낄 수 없는 혼(魂)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손끝에만 집중하던 장인의 손길에서 자신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예술혼을 피워보는 건 어떨까요? 직선을 닮아가던 마음이 한결 곡선을 닮은 부드럽고 정겨운 마음으로 자연스레 변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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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 그린 어울림 마을

    빛 그린 어울림 마을

    지역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빛 그린 어울림 마을

    • 프롤로그
    • 1.개미처럼 올라야 만나는 마을
    • 2.성곽을 닮은 달동네
    • 3.복고의 멋
    • 4.어렵던 시절
    • 5.빛 그린 어울림 마을
    • 6.이젠 소문난 서울 출사명소
    • 7.개미마을 개미일꾼들
    • 8.이런 동네, 서울에서 본 적 있어?
    • 에필로그

    빛 그린 어울림 마을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

    인왕산 입구 홍제동 어귀에는 ‘개미마을’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습니다. 약 1,000만 관객을 울린 영화 ‘7번방의 선물’ 속 주인공인 6살 지능의 사내 용구가 어린 딸과 오순도순 살던 산동네를 떠올리면 마을이 조금 쉽게 그려집니다. 실제 이 마을은 서울의 몇 남지 않은 산동네이자 달동네입니다. 부녀의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가 행복했던 그 풍경에 발을 디뎌봅니다. 그새 칠이 많이 벗겨진 꽃그림, 나무그림의 벽화는 수년이 지나고 보니 외려 아련한 맛도 있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개미마을에서 소담한 멋을 간직하고 돌아오라!

    개미마을까지 가는 얼개는 간단하지만 쉬운 길도 아니다. 골목이 미로처럼 얼기설기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쉼 없이 오른다. 이 ‘고생길’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젊은이가 그 정도 혈기로 힘들다 소리는, 쯧쯧~. 우리 노인들은 몇 번이나 다리를 쉬며 집으로 가곤 해도 그나마 좋은 날은 낫지. 해마다 겨울이면 연탄을 지고 이 계단을 올라 다녔지. 그것도 이제 이력이 나서 괜찮아. "

    "달동네 사는 게 왜 힘든 줄 알아? 바로 겨울 추위야 추위. 길이라도 얼어 봐,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한 걸음 떼기도 힘들어.”

    마을로 향하는 가파른 길은 쉼이 없다. 하지만 보람도 있다. 정상에 다다를 즈음 입구에서 올려다 본 마을은 마치 성곽을 연상케 하는데!

    “여느 달동네가 그러하듯 이 동네도 낡은 지붕과 지붕이 면을 겹치고 있어. 집과 집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한 게 마치 성곽이 둘러쳐진 것 같기도 해.”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그렇지. 대부분 50년은 족히 된 것 같아.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아래에서 볼 때와는 전혀 딴판이구나.”

    한눈에도 홍제동 개미마을은 그리 부유하지 않다. 하지만 복고의 멋이 제대로 살아 있다. 예스런 아이템들을 발견하는 건 지금부터는 그리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앗, 공중화장실이야! 이제 시민공원 정도나 가야 있을 법한 화장실이 여기서는 아직도 일상으로 자리하고 있네. 이곳엔 마을버스도 저렇게 커다란 소리를 내며 겨우 오르는구나.”

    “산 아래로 삐져나온 커다란 바위 위에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걸터 있어. 바위 사이로 골목이 구불구불 나 있는 것도 그렇고, 저 집은 대문이 바위 사이에 나 있는 것 같아.”

    개미마을의 시작은 바로 천막촌에서부터다. 당시 그 모습이 마치 서부 인디언마을 같다고 하여 ‘인디언촌’이라 부르기도 했다. 마을사람들은 그 이름을 어떻게 기억할까?

    “6·25 터지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임시 거처로 천막 치고 모여 살기 시작했지. 그래서 ‘인디언촌’이라지만, 인디언처럼 소리 지르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가능성도 있어. '

    "난 그래서인지 여기 한 30년 넘게 살았지만 그 이름은 영~ 별로였어. 봐봐, 지금은 다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개미마을’, 얼마나 듣기 좋아?”

    홍제동 개미마을이 출사장소로 유명세를 타게 된 건 아름다운 벽화들이 거리마다 즐비하기 때문이다. 새옷으로 단장한 담벼락은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이 동네에 산다고 하기가 좀 그렇기도 했지. 친척들 오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그런데 동네 분위기가 이렇게 바뀔 줄 몰랐어. "

    "그전까지 동네 벽들이 온통 금가고 낙서들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마을이 몰라보게 밝아졌지. 개발 찬반도 심해서 담벼락마다 험담이 가득했는데 그걸 덮어줬으니 이보다 고마울 데가 없어.”

    이제 주말이면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로 꽤 북적인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벽과 골목 곳곳에 그려진 그림들을 연신 렌즈에 담는다. 다양한 벽화 속 그림들을 감상해보는 건 필수다.

    “이곳 벽화에는 ‘환영’, ‘가족’, ‘자연친화’,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을 테마로 한 그림들이 50개도 넘는대. 예전의 개미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야. 그림만 다 돌아보고 나가도 대형 전시회를 감상한 기분이겠는걸?”

    “전시회는 사진을 찍을 수 없잖아. 여긴 얼마든지 셔터를 누를 수 있고 연출도 가능하지.”

    개미마을에는 텃밭이 참 많다. 텃밭마다 고추와 상추, 대파가 심어져 있고 각종 채소가 자란다. 텃밭 가꾸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인생고락이 느껴질까?

    “그나마 우리 마을 바뀌기 시작한 건 학생들 찾아와서 붓 하나씩들 잡고 담벼락에 그림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라지. 그래도 사람들 사는 건 웬만해서는 잘 안 바뀐다고.”

    “하지만 말이야. 이곳 사람들,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가난하지도 않고. 다들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왔을 것 같아. 저 텃밭들을 좀 봐. 시장 안 봐도 1년은 너끈히 먹겠어.”

    개미마을에 저녁이 왔다. 산등성이 마을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빛은 참 따스했다. 마치 개미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한국전쟁 후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천막 짓고 살던 ‘인디언촌’에서 시작했는데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지금 이 사람들이 얼마나 인정 넘치는지 누가 알아주나? "

    "아프면 서로 돌봐주고 좋은 일 있으면 같이 기뻐해주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하루하루 살아가, 우리는.”

    족히 40년은 된 낡은 집들이 고스란히 캔버스가 된 홍제동 개미마을은 이제 서울의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은 듯 보입니다. 눈에 익은 ‘삼거리 약수터·연탄가게’, 영화 속 오지 않는 아빠 ‘용구’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버스정류장, 산기슭까지 다닥다닥 묻혀 있는 낡디 낡은 집들까지 지난날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을 법도 한 왠지 모를 아련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개미마을입니다. 여러분은 이곳에 가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추억의 느낌을 어떤 색깔로 칠하고 돌아올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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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문화의 향기가 담긴 철길마을로

    근대문화의 향기가 담긴 철길마을로

    지역전라북도 군산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근대문화의 향기가 담긴 철길마을로

    • 프롤로그
    • 1.경암동으로 가자
    • 2.아기자기하기만 한데?
    • 3.세월의 한 조각을 물어볼까?
    • 4.녹슨 철길보다 더 녹슬었던
    • 5.철길마을 그리고 그 후
    • 6.시간이 흘러 다시
    • 7.“호떡하나 먹고 가”
    • 8.시간은 또 흘러
    • 에필로그

    근대문화의 향기가 담긴 철길마을로

    - 전라북도 군산시 -

    낭만적인 포토존이라고 생각하면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된 빈티지한 느낌의 철길이나 간이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군산의 숨은 명소로 빼곡한 집들 사이로 지나있는 철길은 녹슨 철길의 흔적만으로도 이색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철길마을을 카메라로 담기에 바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군산은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으로 일제의 수탈과 해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있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근대문화의 향기를 찾아라!’입니다.

    지도를 들고 한참을 헤맸다는 친구의 말에 철길마을에 대한 시간적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어디에 있는 곳이기에 시간과 공간이 멈춰있는 곳이라 할까?

    “네비게이션에 뭐라고 쳐야하지? 철길마을이라고 하면 나오나?” “저기, 아저씨~ 철길마을 가려고 하는데, 주소를 잘 몰라서요.”

    “경암동으로 가요. 경암동 철길마을.” “철길마을이 경암동에 있었구나!”

    빽빽이 들어선 집체 사이로 언제 달렸을지 모르는 옛 철길이 가지런히 나 있다. 근대문화가 떠오르기 전에 아기자기하기만 한 공간을 먼저 느껴본다.

    “철길 양 옆으로 난 컨테이너 박스와 집들이 잘 어울리네. 집들도 철길만큼이나 많이 늙어있는 모습이야.”

    “바로 옆에는 높다란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그래도 여기는 아직 그대로라 더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빨래를 널어놓은 풍경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좁은 철길 사이로 쌓인 눈을 쓸고 계시는 할머니, 이불 터는 아주머니. 마을주민들은 이 철길에 묻은 기억을 알고 있지 않을까?

    “아주머니, 여기 열차가 마지막으로 달렸던 때가 언제에요?”

    “그때가 아마 2008년 6월이었지? 장항선을 지나 군산역까지 달리던 기차가 멈췄던 게. 여기 이 집들도 다 낡았지? 이 집이 60년도 넘은 집이라니까. 열차가 멈추니까 여기 판잣집들도 다 허물어가고 여기만 이렇게 남았어.”

    원래 바다였던 경암동.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철길마을의 이야기를 더듬어 내려올 수 있다는데, 그 속에서 근대의 향기가 흘러나오지 않을까?

    “원래는 여기가 바다였던 건 알고 있나 모르겠네. 그게,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방직공장을 만들려고 여기를 육지로 만든 거야. "

    "해방 후 땅 주인이 없으니까 가난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판잣집을 짓고 살았던 거지. 그러다 군산역에서 페이퍼코리아라는 회사 자재를 실어 나르기 위해 화물열차가 다녔었지. 지금은 다 멈췄지만…….”

    어쩐지 아주머니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신다. 변화와 개발이라는 단어가 그렇듯 무언가를 또 허물고 지나간 시간들을 묻어버린다는 느낌이 드셨을까?

    “그럼요. 그런데 여기 주변에 아파트도 있고 대형마트도 보이네요. 조금씩 여기도 허물어지고 있는 건가요?”

    “원래는 50채 정도 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열다섯 가구정도밖에 안 남았지. 다들 떠나고 지금 이렇게 여기만 남았어. 그래도 여기를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많이들 노력하더라고.”

    철길에는 서툰 글씨로 써놓은 문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공백. 무슨 말들을 채워넣을 수 있을까?

    “여기 철길 위에 무슨 글씨가 적혀있어! 시간은 흘러 다시…. 그리고 없네?” “그러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고 싶은 곳?”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왠지 이 철길마을과 참 어울리는 문구야. 저렇게 다음 사람을 위한 여운도 남겨두고.”

    아쉬움에 돌아서려는데 아주머니께서도 못내 아쉬우신지 자꾸만 손을 흔드신다. 그리고 시간의 공백을 메워줄 무언가를 말씀하시는데!

    “이제 가려고? 왠지 아쉽네. 다음엔 친구 말고 애인이랑 와!” “네, 오늘 말씀 참 감사했습니다. 다음엔 꼭 애인이랑 올게요!!”

    “그래. 잘 가고. 아참, 호떡은 먹어 봤어? 안 먹어봤으면 호떡 하나 먹고 가. 군산까지 왔으면 호떡은 먹고 가야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낯설고 더 희미한 풍경이겠지만 그만큼 더 정겹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낭만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근현대사의 향기가 얼마나 향기로웠을까?

    “뜻밖의 이야기를 많이들은 것 같아. 그냥 예쁘고 아기자기한 곳인 줄만 알았는데 역사를 품고 있을 줄은 몰랐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녹은 더 깊게 슬겠지만 그 모습 그대로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다음이 더 기대되는 곳임에 분명해.”

    시간이 멈춘 듯한 경암동 철길마을. 위태롭게 늘어선 판잣집 사이로 언제부터 외로이 놓여있는지 모를 철길만이 놓여있습니다. 기차의 경적소리가 끊긴 자리에 남겨진 녹슨 기억은 한 송이의 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곤 합니다. 근대문화의 뼈아픈 기억을 간직한 철길마을에서 이제는 어엿한 군산의 명소로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한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철길마을. 그 희미하지만 분명한 향기에 취하고 싶다면 언제든 그 낯선 풍경으로 떠나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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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섯 가지 이야기가 있는 한려해상 백리길

    여섯 가지 이야기가 있는 한려해상 백리길

    지역경상남도 통영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여섯 가지 이야기가 있는 한려해상 백리길

    • 프롤로그
    • 1.미륵도 미래사
    • 2.미륵도 달아길
    • 3.비진도 산호길
    • 4.소매물도 등대길
    • 5.연대도 지겟길
    • 6.한산도 역사길
    • 7.대매물도 해품길
    • 8.백리길 위에 꽃이 피다
    • 에필로그

    여섯 가지 이야기가 있는 한려해상 백리길

    - 경상남도 통영시 -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는 6개의 섬들을 잇는 호젓한 등산로가 생겨나면서 푸른 바다를 끼고 섬을 따라가는 탐방로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이 있습니다. 이제 통영의 명물로 자리한 이곳은 미륵도 달아길, 한산도 역사길, 연대모 지겟길, 그리고 매물도 해품길까지, 모두 42.1km에 달하는 산책로 길이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특한 식생과 시원한 바가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 기다리는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을 걸어라!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미륵산 정상으로 가는 트레킹에 앞서 미래사 주변의 편백나무 숲을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이곳에는 사찰 외에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고.

    “80년이 넘는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수백 그루는 되겠어!” “안타깝게도 미래사가 들어서기 전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숲이야.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빼어난 정취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

    “미래사로구나! 구상스님이 미륵산 중턱에 이런 암자를 세운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미래사에서 미륵산 정상까지 거리는 약 1.2㎞. 등산로가 조성돼 있는데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지만 고지를 밟고 나면 피로도 눈녹듯 사라진다는데?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가 이토록 눈부시다니.” “전국 국립공원 100경 중 최우수 경관으로 선정됐을 정도라지. 쪽빛 물결 위에 흩뿌려진 사금파리처럼 섬들이 신록을 발하고 있어.”

    “‘향수’로 잘 알려진 정지용 시인이 1950년 이 경관 앞에서 탄복한 기록을 본 적 있니?”

    동그란 섬 두 개가 개미허리처럼 가는 모랫길로 연결된 경남 통영 비진도. 파란 바다로 이름난 이 섬의 호젓한 등산로를 따라가며 다 둘러보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숲길은 빽빽이 들어찬 동백나무로 한낮에도 저녁 어스름의 잔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정말 파란 산홋빛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아.”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아가며 마침내 오른 정상, 역시 보람이 있어! 이 그림 같은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잖아.”

    비진도에서 배를 타고 30분 만에 도착한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30분만 산을 오르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하얀 등대섬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망태봉 정상에 올라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이 트레킹 코스는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길이야. 발이 즐거운 산책길 정도랄까?”

    “망태봉 정상에 서니 사방으로 바다가 펼쳐져 정말 좋구나. 하지만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등대섬, 저 멀리 아득하고 생각보다 너무 조그맣게 보이는 걸?”

    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가거나 밭으로 농사일을 나갈 때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다녔던 연대도 지겟길에는 또 어떤 비경이 숨어 있을까?

    “선착장에서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로 향하는 400m 구간은 풍성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광을 품고 있어.” “정말 그렇구나. 어민들의 발자취가 생생히 느껴져.”

    “잠깐! 이 연대마을 집집마다 걸린 문패 말이야. 뭔가 빼곡히 적혀 있어. 무슨 내용일까?”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가 많은 한산도에는 역사길이 나있다. 망산으로 향하는 길은 곰솔 천국이다. 소나무과 상록교목으로 가지를 우산처럼 드리운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서쪽을 봐봐. 한산대첩 기념비와 거북등대가 한눈에 들어오는구나!” “저 거북등대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격파한 바로 이곳 한산도해역에 건립되어 있어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어.”

    “그런데, 저 등대가 세워진 모형거북선 용머리 말이야.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해돋이가 명품인 대매물도 해품길은 선착장을 출발해 섬을 한 바퀴 돈다. 이때 쓰시마섬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 가득 바다를 품으며 걸을 수 있어 해품길로 명명됐다는군. 바다를 벗 삼아 걷다 보면 수리바위 등 탄성을 자아내는 해안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기상이 좋으면 이 섬에서 쓰시마섬이 보인다더니 바로 저기 보이는 섬인가?” “너무 가까이 있잖아. 저건 소매물도라고. 쓰시마섬을 볼 수 있는 장소는 따로 있어!”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을 따라 저마다 사연이 있는 6개 섬들을 모두 대면한 후, 통영이 낳은 서정시인 김춘수의 대표작 ‘꽃’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섬마다 특색과 사연을 담은 이 아기자기한 이름들은 누가 지은 걸까? 시인일까? 소설가?”

    “아니, 의외로 평범한 분이시지.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계장님이셔. 명사이든 일반인이든 누가 이름을 지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다만 ‘그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이 섬들이 이제 어여쁜 꽃으로 피어났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총 100개 도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통영 앞바다 6개 섬을 잇는 바다백리길은 그야말로 한 줄에 꿰어 놓은 보석 같은 트레킹 코스입니다. 미륵도 달아길, 비진도 산호길, 연대도 지겟길, 한산도 역사길, 대매물도 해품길, 소매물도 등대길 등이 알알이 박혀있습니다. 백리길 섬 하나하나를 걷다 보면 비로소 알게 될까요? 지상 최고의 예술가는 자연이며, 세상에는 형용하기 어려운 수려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 꽃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나만의 섬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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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우리 사랑이 이루어질까?

    정말 우리 사랑이 이루어질까?

    지역충청북도 단양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정말 우리 사랑이 이루어질까?

    • 프롤로그
    • 1.산허리를 따라 걷는 숲길
    • 2.옛길에서 만나는 지고지순한 사랑
    • 3.고구려의 생활상이 그대로
    • 4.온달의 충혼이 서린 마을
    • 5.이승과 저승도 넘나든 연정
    • 6.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이 교차하는 온달산성
    • 7.온달을 기다리는 평강이 되어볼까?
    • 에필로그

    정말 우리 사랑이 이루어질까?

    - 충청북도 단양군 -

    먼 과거 전설로 들려오는 평강과 온달의 이야기를 교과서 밖 아름다운 길을 들어보셨나요? 충북 단양군 영춘면 소백산 자락에는 '온달평강 로맨스길'이 있습니다. 이 길이 특히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건 단지 다양한 볼거리와 수려한 자연경관, 교통의 편리함에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길을 걸으면 두 사람이 평생 함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오늘 <트래블아이>가 여러분께 제안하는 미션은 바로 ‘온달평강 로맨스길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라’입니다!

    긴 보발재를 넘어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숲길을 만날 수 있다. 계명산을 굽이돌아 유장하게 흘러가는 남한강과 태화산의 지맥이 어우러진 이 길 한가운데에 서서 건너편의 산자락 능선들을 바라보자!

    “능선이 격랑을 일으키며 장쾌하게 펼쳐지고 있어. 능선들이 첩첩이 겹쳐져서 그려내는 장면은 말 그대로 ‘압도’의 느낌을 주지 않니? 온달장군의 충혼이 그대로 서려 있는 듯해.”

    “참 로맨틱하지 못한 발상이구나. 그뿐만이 아니야. 주변을 봐봐. 반듯반듯하게 자란 삼나무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다. 군데군데 자리한 산초나무와 호랑 버드나무가 너무 아름다워.”

    1400년 만에 뚫린 이 길에서 듣는 온달과 평강에 얽힌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더 생생하게 다가올까?

    “장수가 된 온달이 군사를 이끌고 ‘계립현(鷄立峴)과 죽령(竹嶺) 서쪽의 땅을 되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충정어린 맹세를 했지만 아단성(阿旦城) 아래서 화살에 맞아 유명을 달리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니?”

    “그래. 남편을 내조해 당대 최고 장수로 만들었던 울보 평강공주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해.”

    설화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치열한 삶의 현장인 영춘면 하리 산62번지 일대 화전민촌까지 탐방객에게는 멋진 추억으로 기억될 만하다. 어떤 이야기가 서려 있을까?

    “계명산 중턱에는 옛날 화전민들의 애환이 담긴 화전민촌을 볼 수 있다는데, 바로 이곳이구나. 부지에 화전민가와 대장간, 방앗간 등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 놨지.”

    “고구려의 향기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해. 바보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나 왕의 사위가 되고 장군이 되어 나라의 운명을 짊어졌던 스토리가 고스란히 묻어 있어.”

    화전민촌을 돌아서면 방터마을로 가는 길이 있다. 방터라는 지명은 고구려 군사들의 숙영지에서 비롯됐다. 이 지역 대부분의 지명은 병영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데?

    “고구려와 신라가 대치했던 전장의 모습이 지금도 역력하게 자리하고 있네.”

    “1만명의 병사들이 진을 쳤다는 대진목과 고구려의 투석기를 숨겨 놓았다는 은포동, 병기를 만들고 수리하던 쇠골, 고구려 병사들이 거친 남한강물에 휩쓸려 죽었다는 망굴여울 등 정말 다양한 고구려 전투의 흔적들이 남아 있어.”

    고구려 장군의 충혼이 서려 있고 옛 향기가 그윽한 온달산성에 서면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신분을 뛰어넘은 지고지순한 사랑이 느껴질까?

    “장군의 넋이 이곳에 서려 있는 듯해. 그의 결의가 얼마나 굳었던지 장사를 지내려는데 관이 움직이지 않았다지 아마.”

    “그때 ‘죽고 사는 것이 이미 결정됐으니 돌아갑시다’라는 평강공주의 말에 비로소 남편의 관이 움직였다고 해. 가슴이 뭉클해져 와.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온달산성은 590년에 고구려가 남한강 유역을 탈환하기 위해 성산(427m)에 쌓은 길이 682m의 반월형 석성이다.

    “바보온달이라고 불리던 온달이 평강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삼국사기> ‘열전’의 온달 이야기는 백제의 무왕 설화와 흡사해.”

    “맞아. 이곳에서 온달은 “계림령과 죽령 서쪽의 땅을 되찾지 못한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라며 출정하였지만 아단성(阿旦城) 아래에서 신라군과 접전을 벌이다 죽음을 맞지.”

    인근에는 고구려 문화체험의 명소 온달관광지와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가 자리해 문화관광체험과 함께 다양한 산촌체험도 겸할 수 있다. 무엇을 하며 둘만의 추억을 남겨볼까?

    “산책로 왼쪽으로 굽이치는 남한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 길을 따라 양쪽에 더덕과 산나물이 지천으로 나 있네.”

    “나물을 채취하고 더덕을 캐는 체험도 가능하다고 해. 여기서 전장에 나간 온달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물들을 한번 캐볼까?”

    보발분교에서 시작해 방터마을을 지나 온달산성을 오르는 숲길. 여기서 다시 온달관광지로 내려가는 11.7㎞의 ‘온달평강 로맨스길’을 걷다 보면 단양 대표 관광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됩니다. 특히 이 길을 연인들이 걷고 싶어 하는 이유가 단지 소백산 자락과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온달상성이 있기 때문일까요? 두 사람의 사랑이 정말 이루어질지는 걸어봐야 알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트레킹을 마친 후에도 온달과 평강의 신분을 뛰어넘은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거라는 겁니다. 이번 주말은 로맨스를 찾으러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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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숨결 따라

    역사의 숨결 따라

    지역경기도 여주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역사의 숨결 따라

    • 프롤로그
    • 1.놓치지 말기!
    • 2.신비로운 절
    • 3.천 년의 아름다움
    • 4.한반도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왕이 잠든 곳
    • 5.조선시대의 과학
    • 6.마지막 황후가 태어난 곳
    • 7.명성황후 기념관
    • 8.이야기는 아직도 발굴 중
    • 에필로그

    역사의 숨결 따라

    - 경기도 여주시 -

    남한강과 청미천, 섬강이 한 곳에서 만나는 세물머리가 위치한 경기 여주. 이곳은 강원과 경기, 충청도가 한 곳에서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세 고장이 만나는 특별한 지점인 만큼, 여주에는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넘쳐납니다. 신라의 신륵사부터 고려의 고달사를 거쳐 조선왕조 5백년 왕실 문화의 보고라 불리기까지, 여주에는 물과 함께 우리나라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여주에 가서 신라부터 조선까지,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오라!’

    여주는 청동기 시대부터 한반도의 쌀농사가 시작된 곳으로 국모 여덟 분을 배출하였으며 의병 항쟁 시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도자기로도 유명한 고장이라니 놀라울 따름.

    “이게 전부 여주에서 있었던 일이란 말예요? 여주 도자기 엑스포는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나머지는 모두 처음 듣는 얘기예요.”

    “여덟 분의 국모 중 한 분은 너도 아주 잘 아는 분이란다. 잠시 뒤에 그 분의 생가에도 들러 볼 거야. 증터 도자 체험 마을은 마을 인구의 1/3 정도가 도자업에 종사 중인 곳이지.”

    여주 강변유원지 건너편에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신륵사가 있다. 한 때는 200여 칸에 달하는 거대한 절이었던 이곳에도 신비로운 전설이 있다?

    “옛날에 신륵사 부근의 한 바위 부근에서 용마(龍馬)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날뛰었다고 해. 이 때 스님이 신력으로 이 용마를 잠잠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절의 이름이 신력의 신(神)과 제압의 륵(勒)을 사용하여 신륵사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용이 예로부터 물의 신으로 여겨진 것과 신륵사가 강변에 있는 것도 연관이 있겠군요?”

    신륵사는 창건 이래로 나옹선사와 인당대사 등의 큰 덕을 지닌 높은 스님들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한 절이다. 이는 신륵사의 남다른 경관 때문이기도 하지 않았을까?

    “이 절이 천 년이나 된 곳이군요.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물이 아름다워요.”

    “조선 후기 문인인 김병익은 ‘여주는 산수가 청수하고 그윽하며 또한 평원하고 조망이 좋으며, 이와 더불어 신륵사는 높고 서늘한 것이 겸하여 있으니 그 경치가 절승한 지경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해. 그 외에도 여러 문인이 시로 신륵사의 아름다움을 칭찬했단다.”

    능서면 왕대리에 있는 합장릉인 왕릉은 조선왕조의 능제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능의 하나로, 두 개의 혼유석과 12개의 석주를 가지고 있다. 과연 누구의 능일까?

    “우리나라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왕? 그건 바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잖아요!”

    “역시, 척하면 척이구나. 그럼 세종대왕의 비가 누구인지도 기억하고 있니?” “물론이죠. 소헌왕후 심 씨예요. 두 분의 무덤이 하나인 줄은 저도 몰랐지만요. 열두 개의 석주에 새겨진 십이간지가 멋진걸요? 세종대왕님, 우리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릉 밑에는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과 제사 음식을 준비하던 수라간, 능을 지키는 관리가 살던 수복방이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다는데?

    “와, 저것 좀 보세요! 해시계 자격루와 관천대, 측우기, 혼천의까지! 수업 시간에 배웠던 조선시대 과학의 산물들이예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모두 배웠지?” “세종대왕과 장영실 이야기도 모르고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안다고 할 수는 없죠!”

    이곳은 조선의 마지막 황후가 태어난 곳으로, 황후는 이곳에서 여덟 살까지 살았다. 1995년 행랑채와 사랑채, 별당채 등이 복원되었다는데 이 황후는 누구일까?

    “에이, 문제가 너무 쉬운 것 같아요. 이곳에서 태어나신 분이 명성황후라는 사실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것이 아닌지 반성을 해야겠는걸요? 보세요! 여기에 명성황후가 태어난 마을을 기리는 비석도 있어요.”

    “너무 쉽게 맞추니 맥이 빠지는데?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준비해봐야겠어.”

    명성황후 생가 맞은편에는 명성황후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고자 건립된 이곳에서 조선 마지막 왕조의 비애를 느껴볼 수 있을까?

    “매서운 눈매에 굳게 다문 입술, 가지런한 몸가짐… 국모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강인한 내면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이네요. 이 분이 바로 명성황후군요.”

    “매년 10월에는 이곳에서 명성황후 시해를 추모하는 명성황후 추모제가 열린단다.” “한 나라의 어머니가 살해되다니, 정말 끔찍한 비극인 것 같아요.”

    여주 상교리에 있는 고달사는 764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신라 이래의 유명한 삼원 중 하나로 고려시대에는 국가가 관장하는 대찰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그 광활했던 터에 유물만 남아있는 상태야. 하지만 1990년도에 주변 정비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복원을 위한 발굴 조사가 계속되고 있단다.”

    “그럼 언젠가는 고달사의 찬란했던 모습을 복원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러길 바랄 뿐이지. 여주의 역사는 아직도 땅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거란다.”

    역사를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신기해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주시를 직접 돌아보다 보면, 여주 땅이 겪었던 역사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몇 백 년 전에도, 몇 천 년 전에도 이 땅을 밟고 걸었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트래블아이>와 함께 하는 여주의 역사 문화 기행이 여러분의 성장에 좋은 거름 한 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친 김에 역사서를 한 번 공부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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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릉도 원시림의 속살을 맛보다

    울릉도 원시림의 속살을 맛보다

    지역경상북도 울릉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울릉도 원시림의 속살을 맛보다

    • 프롤로그
    • 1.여기가 울릉도야? 정글이야?
    • 2.상쾌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들다
    • 3.중앙에 솟은 최고봉을 향해
    • 4.정상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할지니
    • 5.천국의 계단 혹은 공포의 계단?
    • 6.이야기가 있는 나리분지 숲길을 거닐면
    • 7.자연 속 삶터
    • 8.울릉도의 진정한 속살을 맛보다
    • 에필로그

    울릉도 원시림의 속살을 맛보다

    - 경상북도 울릉군 -

    머나먼 울릉도 여행은 울렁거림으로 시작합니다. 작심해야 갈 수 있는 머나먼 여행길, 그 먼 바다 한가운데 떠 있을 섬으로 향하는 울렁거림이 그 첫 번째입니다. 쾌속선이 다니는 길이어서 예전보다는 한결 이동하기 편해졌지만 파도라도 높을라치면 뱃멀미 때문에 겪어야 하는 울렁거림이 두 번째입니다. 마지막 울렁거림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과 하염없이 걷고 싶을 만큼 운치 있는 숲길에서 울릉도의 속살을 마주했을 때 겪게 됩니다. 맞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울릉도 속살까지 들여다보는 섬 일주 트래킹을 떠나라!’

    요즘 갈 곳 잃어 매너리즘에 빠진 백패커들, 섬 곳곳에 산재한 울릉도만의 참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발걸음을 한 첫 소감은 과연 어떨까?

    “천혜의 비경들이 즐비하다더니, 숲이 마치 원시림에 가까워! 포장도로가 놓이긴 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내륙 옛길은 수풀이 머리 위를 껑충 치솟는 곳이 많아.”

    “제1호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될 만도 하지? 하늘 한 점 보이지 않게 가릴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하고, 사방은 온통 생명의 빛이 흘러넘치고 있어!”

    안평전 등산로 입구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 불편함도 있지만, 등산로에 들어선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짜증은 눈 녹듯 사라진다. 무엇을 보았기 때문일까?

    “길이 벌써부터 가팔라지는 게, 우리가 숲 속 깊숙이 들어온 것 같아. 어느새 그 푸른 바다가 한 조각도 보이지가 않네.”

    “빛이 투과되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 시간마저 멈춘 듯하구나. 하지만, 발걸음 뗄 때마다 나무와 풀, 흙이 발산하는 상쾌한 기운이 기분을 좋게 하지 않아?”

    하나의 거대한 산과 같은 이 섬은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다보면 흡사 정글탐사를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속살을 보기 위한 장소는 따로 있다고.

    “나리분지를 제외하면 평지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어! 지금 우리가 향하는 저 봉우리, 원시림이 정말 빼곡하다! 혹시 뱀이라도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신기하게도 여긴 뱀이 없다지? 그래서 더 자유롭게 발길을 내딛을 수 있다고.” “그거 참…. 그나저나 저 중앙에 솟은 최고봉의 모습, 멀리서 봐도 참 장관이야.”

    성인봉 정상은 별다른 풍경 없이 표지석 하나 덩그러니 서 있어 뭔가 밋밋하다. 시야마저 답답한 듯한 이곳을 벗어나 아래로 향하다 보면 전혀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는데?

    “나무가 어른 키보다 높게 자라 있어 봉우리 몇 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발밑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탁 트인 전망을 기대했는데, 이거 좀 실망스러운 걸.”

    “이쪽으로 내려와! 여기가 바로 명당이었어! 형제봉, 미륵사, 송곳봉들까지 훤히 다 보여.” “정말! 가을에 오면 주변에 단풍보다 더 붉은 마가목 열매들을 실컷 보고 갈 수 있겠다.”

    하산 길은 나무계단이 계속돼 비교적 편안하다. 그러나 나리분지에서 출발한 사람들에겐 여기가 ‘공포의 계단’으로 불린다는데 왜일까?

    “오르는 길은 산비탈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나무계단만 보더라도 내려가는 길은 참 편하게 가겠다! 한 1천600개 계단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소리~. 2천개도 훨씬 넘는다던데?”

    “정확히는 몰라도 아까 이쪽에서 오르던 사람들은 계단 수를 헤아리다 이내 포기했겠지?”

    과히 식물의 보고라 할 수 이곳의 상쾌한 숲길은 나리분지까지 계속된다. 이 길을 걸으며 자생하는 나무와 꽃, 풀에 대해 친절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다는데?

    “부지깽이부터 명이, 노랑털머위꽃, 미역취 등 이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 종류만도 정말 어마어마하구나!”

    “부지깽이? 옛날 아궁이에 군불 피울 때 사용하는 나무자루를 일컫는 말 아닌가?” “이 안내판을 봐봐! 잘 설명해놓았잖아. 여기 가장 흔한 ‘너도밤나무’ 이야기도 있네!”

    등산로가 끝나더라도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는 이어지며 행의 묘미를 더한다. 산들이 철갑을 두른 듯 분지를 감싸고 있는 나리분지 평원에서는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릴까?

    “통나무로 집을 짓고 지붕에 돌을 잔뜩 올린 울릉도식 집구조의 너와집이 있는 나리마을로 가볼까? 통나무와 나무껍질로 지은 투막집들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을 거야.”

    “나리전망대로 가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 마을 전경은 물론이고, 화산이 폭발하면서 이만큼 넓고 평평한 땅을 갖게 된 섬을 앞으로도 쉽게 감상하기가 힘들 테니까.”

    흙냄새, 나무냄새 구수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의집을 지나고 ‘신령수’라 부르는 샘터가 나온다. 이곳 물맛이 어디에 비길 데 없을 정도로 좋다는데?

    “신이 내린 물맛이야! 달고 청량해. 하여튼 물맛 하나는 이름 그대로 신령스럽구나. 마트서 산 생수는 쏟아버리고 이 약수로 가득 채워야겠어!”

    “내 생각은 좀 달라! 이끼와 양치식물들로 가득 메워진 바위들 틈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이 물, 고로쇠 수액처럼 목 넘김이 부드러워. 울릉도의 속살 맛이 있다면 이런 맛일까?”

    혹자는 항구와 항구를 오가는 배를 타고 내려서 터벅터벅 걷는 여행이야말로 울릉도의 ‘속살’과 마주할 수 있는 진정한 여행법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울릉도 여행의 참맛은 ‘걷기’에 있습니다. 그 모든 길들은 거의 대부분 바닷길과 연해 있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쉴 새 없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올레길과 둘레길 등 수많은 길들을 새로 내고 있지만, 울릉도의 길은 예전부터 자연 그대로 거기 있어 왔기에 특히 그러합니다. 외딴섬의 원시비경에 숨겨진 그 속살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은 울릉도로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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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까지 내어주는 편백나무 숲길 따라

    마음까지 내어주는 편백나무 숲길 따라

    지역전라남도 장성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마음까지 내어주는 편백나무 숲길 따라

    • 프롤로그
    • 1.집념의 숲
    • 2.임종국 선생을 회상하며
    • 3.정상에 오르면
    • 4.건강숲길에서 만난 친근함
    • 5.애기단풍 인기도 옛말
    • 6.멋진 편백은 이곳에!
    • 7.마음껏 거니는 치유필드
    • 8.임선생 수목장에서 누리는 참살이
    • 에필로그

    마음까지 내어주는 편백나무 숲길 따라

    - 전라남도 장성군 -

    체력 소비가 많은 가파른 산행은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걷다 보면 심신의 이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습니다. 거기다 숲이 좋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우거진 침엽수림 속에서 명상하며 걸을 수 있는 전남 장성군 서삼면의 축령산휴양림은 산기슭을 가득 채운 편백나무가 치유를 돕고 있어 요즘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더욱 잦습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수종이 단풍에서 편백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걸까요? <미션패밀리>의 이번 미션, ‘축령산 숲에서 몸과 마음을 모두 정화하라!’

    임종국 선생은 벌거숭이였던 축령산 산자락에 1956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전국 최대의 인공조림을 만들며 그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나무들만 생각한 것일까?

    “자기 소유의 땅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이곳에서 나무를 심고 또 심었어. 나무를 심는 일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 그는 생을 마치며 "나무를 계속 심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지?”

    “그래서 이 편백나무 숲을 ‘집념의 숲’이라고도 하나 봐.”

    출발점은 추암마을 주차장. 걷다 보면 임종국 선생 공덕비를 지나 오르막 등산로를 치고 올라간다. 등산로 정상까지 얼마나 걸릴까?

    “길이 이렇게 가파를 줄이야!”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의외로 가까우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저기 2층 정자가 보이는데, 잠깐 쉬었다 갈까?” “출발한 지 20분도 안 됐지만 우린 저기서 한 템포 쉬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하지!”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인 정자에 오르지 않고는 조망의 즐거움을 모두 알 수가 없다. 정자에 서면 장성을 둘러친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는데?

    “의외로 금방이라고 내가 말했잖아! 가파른 길이지만 이렇게 오르니 휘휘 두른 산을 모두 볼 수 있는 거라고.”

    “정말이야. 내장산, 백암산이 멀리서 실루엣처럼 보이고 옥녀봉, 장군봉, 병풍봉이 순서대로 펼쳐져 있군. 반대편에도 또 다른 장관이 연출되고 있는걸?!”

    정상에서 정자 옆으로 난 등산길을 따라 하산하는 길, 건강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 낯이 익다. 어디서 본 걸까?

    “이쪽 방면이 바로 영화에 꽤 많이 등장했던 금곡영화마을이로구먼. 옳거니! <태백산맥> 촬영지가 바로 여기였군!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었는데 생각 안 나네.”

    “아무튼 이 축령산은 편백과 삼나무 등 침엽수림으로 이름났지만 정작 이 건강숲길은 산죽, 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

    축령산 일대에는 40~50년생 편백과 삼나무 등 침엽수 250여 만 그루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무려 1천148㏊에 달하는 숲 전체를 품어보자!

    “홍길동의 고장으로 유명한 장성군의 나무 하면 백양사 애기단풍이 떠오를 테지만, 지금 이 숲을 좀 봐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수종이 단풍에서 편백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도 알겠어.”

    “이제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령산 자연휴양림이 삼림욕의 명소로 주목받는 덕도 크지. 임도를 따라 들어서니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들, 보여? 정말 장관이다!”

    버섯 모양의 명상쉼터와 전망대를 지나쳐 하늘쉼터길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면 특별한 무언가와 마주할 수 있다는데?

    “임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야 그것을 만날 수 있다지?” “도대체 아까부터 뭘 보겠다고 이렇게 잰걸음인가?”

    “바로 여기라네! 이 아름드리 편백나무들. 하늘을 향해 쭉쭉 솟았어! 정말 시원스럽지?” “글쎄. 계속 지나친 편백나무들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군. 우람하고 씩씩해보이네만.”

    편백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걷다 보면 ‘치유필드’가 보인다. 아토피나 천식 환자는 물론 암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 짙은 솔향기를 만끽해보자.

    “저기 놓인 평상에서 잠시 쉬어가자고. 이 피톤치드 냄새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니까.” “침엽수는 기본적으로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편백의 피톤치드는 그중에서도 최고래.”

    “맞아.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경감시키고 장과 심폐기능을 강화한다지.”

    여기서 10여분 내리 걸으면 산소숲길로 접어들고, 이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는 길이 넓지만 오른쪽 오솔길로 방향을 잡으면 임종국 선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임종국 선생 수목장 장소로 가는 길이구나. 산 사면을 따라 난 오솔길은 편백나무들을 피해 요리조리 굽었어.”

    “숲 때문인지 비 때문인지 갑자기 어두워지고 있어. “길 위로 편백 숲이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는 거야. 이 역시 선생의 집념의 흔적일까?”

    장성군과 고창군의 경계에 우뚝 솟은 축령산 동쪽자락의 드넓은 휴양림. 그곳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숲이 있습니다. 구름이 지나간 푸른 하늘에서 아침햇살이 쏟아지면 상큼한 피톤치드는 온몸을 감쌉니다. 여기에는 죽어서도 나무 곁을 떠나지 않았던 임종국 선생의 피와 땀도 서려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숲 그늘이 그리운 이즈음,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산세 곱고 야트막한 축령산 초록세상에서 참살이를 누려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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