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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담기 위해 고민한다. 인류의 진화는 그릇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오롯이 홀로 있을 때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것이 있다. 무언가에 가려지고 나서야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이 있다.
장독 밑에 핀 이름 모를 꽃이 오늘따라 유독 궁금했는데 멀거니 서서 보고 있으니 이름을 몰라도 웃을 수 있더라.
백미러와 렌즈를 거쳐, 드디어 내게 닿은 시선. 여행지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여행자 자신이 아닐까.
무수히 많은 관중석이 새까맣게 칠해졌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함성이, 열정을 넘어 흥분으로 달아오르던 이곳의 기억을.
다 받아줄 줄 알았는데 수면을 맴도는 낙엽이 젖다 만 채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네.
유년시절, 지우개 하나에 신경이 예민해지던 우리들. 딱지 한 장에 울고 웃고 저마다의 필통을 뽐내며 으쓱이던 그 날의 기억이 이곳에 있었을 줄이야.
익어가는 일이 이리도 즐거울 수가 있을까. 저마다 이고 있는 것들에 소담스런 행복이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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