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길을 잃어버려야 한다. 이정표가 분명한 길만 정답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낄 때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곳에서 차분하게 신발 끈을 스스로 다시 묶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 김선미 「나무, 섬으로 가다」 중 일부
세상이 온통 순결의 색으로......새하얀 나미나라
겨울이면 나무들은 고스란히 제 몸을 보여준다. 청설모들은 나무 아래 묻어둔 먹이를 찾아다니느라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눈이라도 내리면 온통 섬이 하얗게 뒤덮이는 계절이 왔다.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들은 섬 중앙길을 따라 걸어들어오다 마주치는 청설모에 방긋 웃음짓기도 하지만, 역시 포토존부터 찾기 마련이다.
이런 겨울 남이섬에서는 어디든 포토존이지만, 전나무길은 단풍나무의 화려한 이파리들이 벗겨지면서 더욱 주목받는다. 메타세쿼이아는 살을 바른 생선뼈처럼 가지런한 가지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서 있고, 은행나무는 자유분방하게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있다. 사람들은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들어갔다가 하나둘 푸른 잎사귀를 유지하고 있는 전나무길로 발길을 돌린다. 비로소 ‘겨울이면 더 푸른’ 전나무길이 진가를 발휘할 때 인 것이다.
전나무길은 양옆 나무 간격이 좁아 나뭇가지가 지붕처럼 위를 덮고 있다. 똑같은 상록수 잎으로 만든 지붕이지만 잣나무길이 박공지붕이라면 전나무길은 평지붕에 가깝다. 전나무가 가지를 거의 수평으로 뻗고 있기 때문이다. 바늘잎도 가지가 뻗은 쪽을 향해 겹쳐있다. 사람들은 전나무의 가지나 잎이 전을 포개놓은 모양으로 자란다고 보았다. 생명이 짜놓은 그물은 언제나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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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숲은 촘촘하게 짠 그늘막처럼 햇살을 가로막는 가지들 때문에 그 아래에 다른 나무들이 얼씬도 하지 못한다. 전나무길도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길 안쪽으로 뻗은 가지는 다른 나무의 간섭을 피하느라 짧고, 바깥쪽은 걸림 없이 마음껏 뻗어나간 것을 알 수 있다. 겨울에도 푸른 가지가 촘촘하게 하늘을 덮어서 인지 전나무길은 늘 고즈넉하다.
겨울이면 꼭 가봐야 할 축제가 여러 곳이 있지만, 남이섬에서는 이런 고즈넉함과 다이나믹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축제가 해마다 열린다. 올해 처음 열리는 ‘Winter Wonder, Nami Island’는 오는 22일부터 내년 2월 24일까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이해 겨울 특유의 낭만을 머금고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낮에는 신나는 겨울축제를, 밤에는 낭만이 넘치는 조명 아래서 산책을 할 수 있다.
섬 초입부 남이나루 광장에는 나무로 만든 트리조형물로 따스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층 더 무르익고 있다. 또한 중앙잣나무길에는 눈조각상과 루미나리에가 설치되고, 볏짚단을 활용한 눈사람 포토존 등 섬 곳곳에는 눈으로 만든 미로, 거대한 북극곰 인형, 소원을 적어 매다는 크리스마스 소원트리가 조성된다.
어느 곳을 가던지 새하얀 설경을 볼 수 있는 나미나라. 남이섬의 겨울에 펼쳐지는 동화같은 동지 이야기, 더욱 가까이에서 들여다볼까요? ^^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2월 2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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