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예술의 혼으로 승화시키다. 서귀포 추사관,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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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예술의 혼으로 승화시키다. 서귀포 추사관


추사 김정희는 당대 조선을 막론하고 청나라 지식인마저 경탄케 한 뛰어난 학자이자 금석학 연구를 통해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독창적인 서체 ‘추사체’를 개발한 서예가이자 문인화가이다. 김정희는 이곳 제주도 서귀포에서의 유배시절 최고의 글씨체라 평가받는 추사체는 물론이고, 세한도로 대표되는 그림과 시, 산문에 이르기까지 그의 학문적 깊이를 더해 나갔고, 유배시절 고난의 삶을 예술의 혼으로 승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추사 김정희가 9년간의 유배 생활을 보낸 유배지인 제주도 서귀포시의 대정읍에는 후학을 가르치는 등 황폐했던 제주도의 문화를 개척하고, 제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 그를 기념하기 위해 ‘추사관’이 설립되었다.

                    
                

추사 김정희의 생애

무쇠로 제작된 추사 반신상

추사 김정희는 일찍이 문과에 급제해 암행어사·예조 참의·설서·검교·대교 등을 두루 거친 조선시대의 문신으로 진경 시대의 학문인 북학 사상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조선의 훈척 가문으로 거칠 것 없는 삶을 살았으나,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시작되면서 말년에 온갖 고초를 겪게 된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에서 9년간의 유배 생활을 하게 되는데, 유배 중 제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정치적인 사면을 받았으나, 1851년 권돈인에 연루되어 함경도 북청으로 또 다시 2년 간 유배되었고, 이후 정계에는 복귀하지 못했다. 추사 김정희는 과천에 은거해 학예와 선리에 몰두했으며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평범하고 수수한 멋, 추사관

추사관 전경

추사관은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유배지 터 바로 옆에 지어졌다. 추사관의 전신은 제주 지역 예술인과 지역민이 뜻을 모아 1984년 건립한 추사유물전시관으로, 2007년 10월 추사유배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되면서 제주민의 재건립 여론에 따라 2010년 5월 지금의 추사관으로 완공되었다.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했고, 2010년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대상을 받은 추사관의 외형은 추사의 작품으로 알려진 세한도 속 건물과 같은 형식으로 단순하면서 수수하게 설계했다. 세한도 속 건물은 제주도 고유의 건축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형식인데, 추사 생전에 어떠한 생각이 이러한 형태를 낳았는지 보는 이로 하여금 의문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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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유배길을 형상화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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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내부

추사관 내부의 전시 공간을 모두 지하에 배치 한 것은 세한도 속 건물을 재현하면서 추사의 추모 공간을 1층으로 갖추기 위함이다. 지하로 내려갈 때에 사선으로 된 특이한 계단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추사 겪었던 힘든 유배길을 형상화한 것이다. 추사관은 추사기념홀을 비롯해 3개의 전시실과 교육실, 수장고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너무나도 유명한 ‘세한도’, 예산 김정희종가유물 일괄, 추사 현판 글씨, 추사 편지 글씨, 추사 지인의 편지 글씨 등을 전시하고 있어, 추사 김정희의 필적과 관련된 예술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

 

세한도(歲寒圖)가 품은 천년의 신의

세한도 (영인본)

추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유명한 ‘세한도’는 그가 제주도 유배시절 수묵으로 간략하게 선비의 절조를 표현한 문인화이다. 세한도는 제주로 귀양 온 추사에게 사제 간의 의리로 두 차례나 북경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준 역관 ‘우선 이상적’의 인품과 지조를 추운 날씨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소나무에 비유해 그려 준 것이다. 이상적은 세도정치 권력층의 눈치를 보지 않고, 머나먼 제주의 추사에게 관심을 두었다는 점에서 그 신의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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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가 세한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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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명사의 제(題), 찬(贊) 전시

세한도가 큰 가치를 지닌 이유 중 또 하나는 이상적이 세한도를 북경에 가져가 장악진, 조진조 등 16인의 명사에게 보여 받은 찬시(讚詩)가 이어붙여져 긴 두루마리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 길이가 무려 14m에 이르는데, 이 귀중한 보물이 안타깝게도 구한말을 거쳐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이 소장하게 되었다. 이후 ‘서예’란 단어를 처음으로 만든 손재형의 노력으로 환수돼 1974년 국보 제180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추사관에는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고,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추사 유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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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적거지 유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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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유배지 강도순집 (복원)

추사 김정희 유배지 주변에는 그의 유배 역사와 함께 ‘올레길’에 견줄만한 아름다운 길 ‘추사 유배길’이 있다. 총 3개의 코스 중 제1코스는 추사유배지에서 출발해 사관, 송죽사터, 송계순집터, 1차적거지터, 드레물, 동계 정온 유허비, 한남의숙터, 정난주 마리아묘 등을 거쳐 추사유배지로 되돌아오는 8.5km 순환코스로 추사와 관련된 곳을 둘러보는 ‘집념의 길’이다.
제2코스 ‘인연의 길’은 추사의 한시, 편지, 차 등을 통해 추상의 인연을 떠올리는 코스로 추사관, 수월이 못, 추사와 감귤, 제주옹기박물관, 매화마을, 서광 승마장, 오설록 녹차 밭을 거쳐 8km를 순환한다, 제3코스는 ‘사색의 길’로 비교적 자유롭게 유배지 인근의 풍경을 감상하고, 건강을 관리했던 추사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코스이다. 대정향교, 추사와 전각, 추사와 건강, 추사와 사랑, 추사와 아호, 안덕계곡까지 10km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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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체와 세한도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 추사관에서는 그의 유배 생활 속에서 만들어 낸 혼이 담긴 예술품을 볼 수 있고, 그림을 뚫고 나온 실물 크기의 세한도 속 건물을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한병호

발행2018년 08월 3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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