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문화가 있는 이야기가 한 데 모인 고개가 있다. 부산의 속살을 생생히 담은 영선고개는 탐사를 위한 여행의 참맛을 선물한다. 지면의 70% 이상이 산으로 이뤄진 지역적 특성으로 산을 따라 모인 부락에서 생긴 이야기들은 산 구석구석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영선고개를 넘다보면 숨은 이야기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 부산의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역사와 문화를 담은 곳, 부산 중구의 영선고개다.
부산 동구에서부터 걷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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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고개는 부산의 중구와 동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를 한다. 동구에서부터 걷다보면 영선고갯길 초입으로 들어간다. 본격적으로 영선고개에 들어서기 앞서 걷는 그 길에도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탐방할 수 있다. 동구부터 중구로 넘어가는 방향 중 차이나타운을 지나 끝 지점에 가면 중동길이 보인다. 원래 있던 하천을 메꿔 만든 땅이라서 꺾이는 구간이 많다. 중구와 동구를 구분하는 길이라 하여 중동길이라 부른다. 중동길을 지나면 영선고개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박가이산과 봉래초등학교를 지난다. 우리말로 박가이라는 이름의 일제강점기 때의 부자 일본인 박간방태랑이 살던 땅이 박가이산이다. 현재 영주배수지인 이 곳을 지나면 보이는 봉래초등학교는 초량객사 터가 있던 자리다. 초하루와 보름에 조선 지방관들이 숙배를 올리기도 하고,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들의 숙소이자 일본사신이 임금께 절을 하며 예를 보였던 곳이다.
영선고개에서 보이는 풍경
동구를 지나오면 드디어 영선고개 산자락의 초입과 마주한다. 원래는 쌍산이라고 해서 두개의 산이 붙어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거주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산을 깎고 도로로 개간하면서 집들이 들어섰다. 늘어선 건물들의 특이사항이 눈에 띄는데 대개가 가분수다. 지면에는 소유주가 있지만 하늘에는 소유주가 없다는 사상으로 1층은 좁고 2층은 넓은 건물들이 건축됐다. 영선고개라 명명된 이유는 눈에 띄는 건축 형태와는 관계없이, 동구에 상주하던 영선반이 초량왜관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집을 수리하려고 넘어가던 길이라고 해서 영선고개로 불린다고 추측된다.
영선고개를 걸으면 근대의 산물이 꽃피우던 옛 터들을 볼 수 있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학교 개성학교가 들어섰던 곳으로 추정하는 터는 현재는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원래 영도에 있던 학생들도 이 곳까지 와서 수학을 했지만, 개성학교에서 근무하던 지식인들이 영도에 분교를 내서 공부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이후 개성학교는 서면 롯데백화점이 있던 데로 이동했다. 일본인 에비스 마츠오가 기존 한약이 아닌 최초의 물약형태로 만병수를 팔던 에비스 약국은 현재는 다른 업종의 건물로 터가 보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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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지지 않고 현재에도 지속되는 근대식 시설 중에는 복병산배수지와 기상관측소가 있다. 거류민들이 증가하자 식수 부족으로 일본인들이 건설을 추진했다. 대한제국 정부에서 공사비 일부를 부담했었다. 입구 위에는 ‘선경의 물처럼 마르지 마라’는 뜻의 현판이 새겨 있다. 등록문화재 327호로 지정됐다. 이처럼 부산의 기념물로 지정된 근대 산물이 또 하나 있다. 복병산 기상관측소는 고도 70m 높이에 위치해 매일 날씨를 예측한다. 항구 도시다운 부산답게 건물모양은 배를 본 땄고 콘크리트를 주 재료로 사용한 르네상스 건축기법이 활용됐다. 기상관측소는 미리 연락해 방문을 요청하면 내부까지 다 둘러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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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고개를 넘다보면 계단이 참 많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예부터 산 지형이 많은 지리상 꼭 필요했던 시설이 계단이었다. 편리를 위해 모노레일을 까는 등 주민복지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들이 시행되고 있다. 많은 계단들에도 얽힌 이야기가 숨어있는데 피난민의 애환이 서린 장소라고 하면 의아할 것이다. 6.25 피난시절 많은 피난민들이 부두에 머무는 동안 상봉의 장소로 유명했다. 또 북항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출퇴근을 하며 산 밑 우물로 물을 조달했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이야기에 문화와 관광을 엮어 2004년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가 조성됐다. 40계단을 중심으로 주위에는 인쇄골목도 형성돼있는데, 약 200여개 인쇄업체가 입점해있으며 벽화 골목으로도 유명하다.
‘부산’하면 해수욕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속속히 들여다보면 성대한 역사와 문화가 많은 곳입니다. 이야기를 따라 영선고갯길을 나긋나긋 걸어보아요.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박태성
발행2017년 11월 0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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