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넘치는 암릉의 묘미

국내 최장 산악현수교(지상 45m, 길이 150m)를 구름 위를 걸어가듯 건너가며 범륜사 아래 운계폭포에서 떨어지는 장쾌한 물소리를 들으면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는데, 바로 이것이 감악산 여름 산행의 서막이다.
 
뜨거운 태양과 비 오듯 떨어지는 땀에는 푸른 산과 맑은 계곡이 여름 산행의 묘미를 더한다. 여기에 아찔한 암릉 산행까지 더해지면 서늘하고 짜릿한 흥분을 가져온다. 바로 이것이 여름 감악산의 매력이다. 검은빛과 푸른빛이 바위에서 흘러나온다 하여 감악(紺岳), 즉 감색바위산이라고 부르는 감악산은 바위에서 검고 푸른 기운을 받음으로써 몸에서 배출된 뜨거운 열정을 시원함으로 채우기에 충분하다.
 

감악산 산행은 정상 이외에도 까치봉과 임꺽정봉, 악귀봉, 장군봉의 암봉과 병풍바위, 얼굴바위, 개구리바위, 범바위, 멧돼지바위, 자라바위 등의 바위가 알려져 있지만, 특히 산행의 백미는 악귀봉, 장군봉을 거쳐 임꺽정봉으로 올라가는 암릉 코스이다. 주변의 수려한 소나무 숲 사이에 튀어나온 암릉을 따라 크고 작은 암봉에 오르면 신암, 봉암저수지 그리고 양주 불곡산과 멀리 도봉산, 북한산까지 펼쳐진 경치를 조망하는 즐거움이 있다. 현재는 데크와 안전시설을 갖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코스가 되었다.
 

특히 감악산은 군사통제와 사람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던 지형적 특징으로 외지식물의 출현이 거의 없고 신갈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소나무 등이 고르게 분포한다. 안정적인 자연식생의 생태계를 만끽하는 여름 산행지로도 적합하다.
 
 

남북 분단의 현장에서 감악산 체험

너른 감악산 정상, 정상표지석이 아닌 이름 없는 백비를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을 차지하려고 과거부터 처절한 싸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빗돌대왕비’(파주군 향토유적 제8호) 혹은 ‘진흥왕순수비’로 추정될 뿐 아무 사연을 전하지 못한 비석으로 역사에 묻힌 장소가 되었다. 감악산은 삼국시대부터 전략요충지이자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3개 사단과 유엔군이 사투를 벌이던 곳으로 현재에도 휴전선과 인접한 군사지역이다. 그리하여 범륜사, 신암리, 원당리 방면의 산행만 가능하다. 산행로 주변에도 참호가 보이며 정상에도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군사시설이 있다. 북한의 개성 송악산과 개성공단까지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영국군 추모공원과 대한의열단 전적비가 있는 설마리 계곡은 숲으로 둘러싸인 캠핑장이 있어 남북 분단 역사의 현장에서 감악산을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다. 또, 구곡빌리지, 자연체험학습장, 수변광장 등으로 구성된 설마치 힐링테마파크에는 민족의 단절된 흐름을 이어가듯 감악산 주변 파주·양주·연천을 잇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법륜사-산촌마을(3.9km)을 걸으며 운계폭포, 선무교, 운계전망대, 샛골, 봉수대, 칠성다리숲을 볼 수 있는 손마중길, 여름 장마철, 천둥소리처럼 울리는 물소리를 듣는다는 산촌마을-하늘아래 첫동네(4.3km) 구간에서 신내림나무, 청운계곡, 백운계곡, 평상바위 등을 만날 수 있다.
 

파주 적성면은 감악산 아래 칠중성(七重城)을 비롯한 구석기 유적 등 유서깊은 문화재와 황포돛배, 임진강 적벽 등의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특히 운항이 중단됐던 임진강 황포돛배가 오는 6월 중순 적성면 두지리 선착장-거북바위-임진강적벽-원당리절벽-쾌암-호로고루성-두지리 선착장을 잇는 6㎞ 구간을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