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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고 자란 터전의 재탄생, 백남준기념관


비디오 영상과 조각, 설치 작품과 비디오 영상을 결합해 미술 작품을 만들어낸 천재 아티스트 백남준. 경기도 용인에 백남준 아트센터가 자리하고 있지만, 그가 태어나고 자라난 곳은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이다. 백남준. 이런 그를 기념하고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하여 2017년 3월 10일, 서울 종로구에 개관한 백남준기념관을 찾아가 보자.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백남준기념관 가는 길

백남준의 옛 집터에 자리 잡은 백남준기념관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백남준기념관은 아직까지 생소하다. 1호선, 6호선 동묘앞역 8번 출구를 나와 도로에 큼지막하게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 백남준”이라 쓰여 있는 문구를 찾아보자. 이 문구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찾는 백남준기념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념관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매주 주말(1시, 3시)에는 도슨트 설명이 진행되니 백남준과 그의 작품세계에 관심이 있는 트래블피플이라면 이 시간을 이용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백남준과 창신동 큰 대문 집

백남준기념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니 방문 시 참고하자. 

원래 창신동은 복숭아나무와 앵두나무가 우거진 과수원 지역이었다. 붉은 열매가 많아 ‘홍숫골’이라 불렸는데, 1914년 한성부 관청이던 ‘인창방’과 ‘숭신방’에서 한 자씩 따서 ‘창신동’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곳에는 산을 깎아서 생긴 가파른 경사 길과 절벽이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서울역과 조선총독부를 짓기 위해 이곳을 채석장으로 썼기 때문이다.
 

백남준 집터와 큰 대문이 있던 자리가 표시된 지도 

창신동 197번지에 있던 백남준의 집은 작가 본인에 의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다섯 살 때부터 유학 가던 1950년까지 13년을 살던 곳이야. 조선의 마지막 외무대신이 살았다는 우리 집은 대문이 어찌나 큰지 ‘큰 대문 집’으로 불렸지. 3천 평도 넘는 거대한 한옥이었는데, 마당이 넓고 뒤쪽에는 동산이 있어 아이들이 놀기가 아주 좋았어.”- [백남준과 예술가 4인의 가상 대화 - 안녕히 오세요, 백남준!], 행복이 가득한 집 2016년 9월호
 
“백남준이 어릴 때 살던 대궐같이 큰 집은 그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살았던 안채와 양옥, 사랑채, 사촌들끼리 터치 볼을 하던 마당도 다 없어지고 그 넓었던 마당 자리는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 이경희, [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
 
백남준에게 큰 대문 집은 사랑과 죽음, 이별과 해후, 단절과 연결, 기억과 망실, 부재와 존재가 교차하는 심상이었다. 노자 사상을 좋아했던 백남준에게 큰 대문 집은 유무상생의 이치를 일깨우는 구체적인 기표였다.
 
“나 자신의 정신적 모체가 된 우리의 것에 대한 적극적 조명을 하고 싶습니다. 6.25 때 폭격을 당해 대문만 남아있는 나의 옛 창신동 고가와 모교인 경기중학 자리, 눈에 선한 동대문, 인사동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담아 한국의 이미지를 구축해보고 싶습니다.”
 

백남준은 사라진 큰 대문 집을 복원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을 복원하기보다 사라져 버린 것들을 모아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백남준기념관은 사라져버린 큰 대문 집과 함께 백남준의 뜻을 기억하는 빛과 영상의 문을 만들었다. 빛은 동네를 밝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창신동 집으로 되돌아오던 백남준의 모습과 현재 창신동 일대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문은 장소와 사람이 만나는 곳이자 전시 공간이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기념관 안과 밖, 백남준과 우리가 만나는 통로이기도 하다.

 

백남준의 작품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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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기념관 내 차례로 살펴볼 수 있는 그의 작품들

백남준기념관 내 자리한 작품들을 차례로 살펴보자. 위의 사진 순서대로 ‘백남준 버츄얼뮤지엄’, 수-월(Water - Moon, 水-月), TV 경-자화상(TV Mirror-Self-Portrait, TV 鏡-自畵像)이다.

1. 백남준 버츄얼뮤지엄
백남준의 ‘무한대 ∞ 시공간’을 구현한 가상박물관이자, 기념관의 활동 자료에 대한 지속가능한 아카이브 기능을 수행하는 데이터뱅크이다. 6개의 멀티스크린패널과 백남준에 대한 기본 정보와 관련 자료를 탐색할 수 있다.
 
2. 수-월(Water - Moon, 水-月) - 김상돈의 2017년 작품
햇살 좋은 어느 날 어린 백남준은 대청마루에 앉아 대야 속 고인 물에 햇빛이 반사되어 마루 천장에 물그림자가 맺히는 현상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 추억은 훗날 백남준이 태양, 지구, 달의 이치를 이해하고 브라운관에 전파가 상을 맺는 TV의 이치에 도달하는 생각의 단초가 됐다. <수-월>은 어린 백남준이 품었던 일상에의 무한한 호기심과 창안에 경의를 바치는 작품이다. <수-월>은 놋대야에 물을 담는 대신, 대야 아래 거울과 유리, 조명을 설치하여 과학과 예술, 공학의 영원한 원천인 빛과 상의 세계를 되새긴다.
 
3. TV 경-자화상(TV Mirror-Self-Portrait, TV 鏡-自畵像) - 김상돈의 2017년 작품

백남준은 여러 점의 자화상을 남겼다. 백남준의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을 그린 초상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며 타인을 비추는 장치다. 1989년 작 <자화상>에는 빈 TV 수상기 상자에 TV 선글라스를 씌운 인간의 마스크와 불상, 지구본, 피아노 미니어처, 꽃 등이 들어있는데, 이는 구체적인 백남준의 생애 자화상이면서 현대 문화의 초상과도 통한다.
은 이렇게 ‘나’를 열어 ‘우리’를 비추던 백남준의 투명한 자화상에 경의를 표한다. 속을 비워낸 TV 수상기가 벽을 관통하도록 설치되어 전시실과 카페 사이를 왜곡시켜 볼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우리와 백남준의 시간을 이어주다, 백남준의 방

백남준의 삶과 그의 예술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백남준의 방' 

백남준의 방은 그의 유년시절, 지역성, 아시아 문화의 전통과 맺고 있는 관계를 탐구하고자 만들어진 복합설치 공간이다. 백남준과 관련된 독특한 오브제들로 채워진 방에서, 펼쳐지는 백남준의 말과 글은 현재의 우리를 그의 시간에 더욱 가까이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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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백남준기념관에서 그의 추억 속 장소인 큰 대문 집을 방문하여 그와 소통하는 건 어떨까요? 백남준의 어릴 적 추억이 녹아 있는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이화준

발행2018년 11월 2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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