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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시작, 치악산 상원사


옛날 어느 스님이 꿩 둥지를 노리던 구렁이를 쫓아버렸다. 그것에 앙심을 품은 구렁이는 구룡사에서 잠을 자던 스님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스님이 살려달라고 빌자, 구렁이는 그 조건으로 해가 뜨기 전까지 이 깊은 산중에서 종소리를 듣는 것을 말한다. 그러던 중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에 드라마틱하게 상원사의 종이 울린다. 바로 스님이 구렁이로부터 목숨을 구해준, 꿩의 일가족이 몸을 부딪쳐 종을 친 것이었다. 그 이후 단풍이 아름답다하여 붙여진 적악산(赤岳山)의 이름이, 꿩을 의미하는 한자를 따와서 치악산(雉岳山)으로 바뀌었다.  

                    
                

하늘과 염원이 맞닿는 사찰

상원사 범종각의 모습.

치악산 상원사는 이러한 꿩의 보은으로 널리 알려진 사찰이다. 상원사의 종루를 보면 그 전설의 현장에 서 있는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종소리에 스님을 살려주고 마음의 원한을 털어낸 구렁이 역시 부처님의 뜻을 받아들인, 치악산 스토리의 시작이다. 월정사의 말사인 상원사는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 치악산 남대봉 아래 해발 1,050m에 위치하여 신라 문무왕 때 의상이 창건하였다는 설과 당나라에서 귀국하던 경순왕의 왕사, 무착이 창건하였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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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 아래 내려다보이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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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듯한 상원사 종루.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해서 우리나라 5대 악산의 하나인 치악산은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오대산, 계방산, 흥정산, 태기산에서 이어온 웅장한 기운을 지녔다. 조선 시대에도 여러 왕들이 국가의 태평성대와 백성의 편안함을 염원하던 상원사는 아쉽게도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고, 1968년에 다시 중건하였다. 이곳 종루 네 개의 기둥에는 종루의 종소리가 이 세상에 울려서 지옥이 밝아지고 고통을 멈추며, 올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다.

 

상원사의 문화유적 

대웅전 앞의 석탑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25호로, 신라 석탑의 정형을 따른 쌍둥이 석탑 중 하나이다.

상원사에는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8호로 지정된 대웅전과 요사채, 객사(客舍) 등이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는 신라 석탑의 양식을 따른 아름다운 삼층석탑 2기가 대웅전 앞에 좌우로 세워져 있다. 이 탑은 상원사의 창건의 역사와 더불어 이어온 것으로, 상탑의 꼭대기에 세워 놓은 장식 부분에 둥근 연꽃 봉오리 모양을 새겨 놓은 것은 대단히 독특하다. 석조 조형물에서 완전히 보존된 형태가 드물며 더러운 물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깨끗한 연꽃은 추한 세상 속에 깨끗함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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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배는 부처님에게서 나오는 빛을 둥근 선으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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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 석불상의 모습.

석탑 옆의 불상 뒤편을 장식하던 광배는 부처님에게서 나오는 빛을 묘사하며 둥근 선으로 조각하였다. 원안에 연꽃과 식물의 줄기와 덩굴이 만들어낸 당초무늬를 넣고 원밖에는 불꽃 무늬를 표현하고 있다. 연꽃모양의 좌석을 받치고 있는 바닥 돌로 미루어 원래 이 절에 석불이 봉안되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으며, 이 연화대석(蓮花臺石)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되어 있다.

 

치악산의 사찰과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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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가 있는 치악산 남대봉의 정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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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봉 부근의 어두상바위. 장군바위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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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치악산에는 9마리의 용이 살고 있는 연못을 메우고 사찰을 창건했다는 구룡사를 비롯해 석경사, 영원사, 국형사, 보문사, 입석사 등 7개 사찰이 위치해 찬란했던 불교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과 어우러진 사찰의 고즈넉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고, 겨울이면 내려앉은 눈과 함께 평온하고 호젓한 겨울 풍경을 맛 볼 수 있다. 구룡사와 국형사 등 치악산 내 주요 사찰과 마을을 연결하는 둘레길은 사찰의 아름다운 매력을 이어주는 동맥과 같다. 특히 치악산 둘레길 조성으로 총 길이 65.6킬로미터의 장거리 저지대 탐방로길이 열리는데, 가볍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탐방로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등산 매니아들이 즐기는 코스는 비로봉에서 남대봉으로 이어진 ‘치악산맥’이란 별칭으로 알려진 능선으로, 치악산 종주코스의 백미이다. 상원사를 포함하여 비로봉, 미륵불탑, 구룡사, 성황림, 사다리병창, 영원산성, 태종대, 입석대 등 ‘치악 8경’을 즐기는 코스로 다소 힘든 코스이지만, 백대 명산의 하나인 치악산의 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상원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금대리 금대공원지킴터와 성남리 성남탐방센터에서 올라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성남리보다는 금대리가 교통편이 편리하다.
 

상원사 내 산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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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원사 내 산신각
  • 상원사 내 심검당
  • 글이 새겨진 상원사 종루 기둥
  • 상원사 둘레의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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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찰에게 자리를 내어준 치악산, 그리고 그 산에 이름을 붙여준 상원사. 서로의 인연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더 멋진 추억의 인연이 자리 잡을 것이다.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김주원

발행2017년 02월 1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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