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조선의 타임캡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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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조선의 타임캡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서울 마포구에 있는 양화진은 조선 시대에는 한양도성으로 통하는 관문이자 외국 문물이 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이곳에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외국인 묘지가 위치하고 있다. 오늘날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개화기 조선에 서양 문물을 전파해주고, 더 나아가 한국의 독립을 위해 힘썼던 많은 외국인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옛 서울의 관문 양화진, 그리고 외국인묘지의 기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의 전경.

오늘날의 마포구 합정동 근처에 있었던 포구인 양화진은 조선왕조 동안 한양으로 통하는 모든 세곡과 방문자들이 거치게 되는 수상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후 조선이 개국함에 따라, 양화진은 바다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서양 문물이 가장 먼저 닻을 내리는 곳이 되었다. 이러한 서양 문물을 가장 먼저 조선에 도입한 인물들은 바로 외국인 선교사들이었다. 그들은 보수적인 조선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직접적인 종교 전파보다는 의료나 교육 활동 등을 통해 조선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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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묘비들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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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사망율이 높았던 시대상을 보여주는 영유아용 묘지.

한편 지금처럼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많은 외국인이 현지에서 과로나 풍토병 등으로 사망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는 선교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1890년,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었던 광혜원의 2대 원장이었던 미국인 헤론(J.W. Heron)이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돌보던 중 자신도 이질에 걸려 숨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 일로 인해 한성 인근에 외국인 묘지의 설립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양화진에 새로운 외국인 묘지가 설립되는데 이곳이 바로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의 시작이다. 

 

근현대 조선의 자주와 근대화에 힘쓴 외국인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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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펜젤러 선교사의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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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우드 일가의 묘지.

약 1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는 선교사 외에도 군인, 사업가 등 6개국 출신 145명의 외국인들이 안장되어 있다. 단순한 외국인 묘지로 치부될 수도 있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 한국의 주요 고등교육기관과 의료기관들을 처음으로 설립하고 운영한 상당수의 외국인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이 바로 이곳에 안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1902년 사망하여 이곳에 안장된 아펜젤러는 배재대학교의 전신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교육기관인 배재학당(1885년)을 세운 인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언더우드(1859-1916)는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세웠다. 또한, 이화여자대학교의 전신인 이화학당을 세운 M.F. 스크랜턴(1832-1909) 역시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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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 선교사의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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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의해 훼손된 베델의 묘비.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조선의 자주와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외국인들 역시 이곳에 영면해있다. 그중 미국의 선교사 H.B. 헐버트(1863-1949)는 헤이그 밀사 파견을 준비하였고, 미국 대통령에게 고종 황제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대한제국의 자주독립을 지키려 노력하였다. 그의 한국사랑은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도 한국에 묻히기를 원한다”는 유명한 유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영국 언론인인 어니스트 베델(1872-1909)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04년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양기탁과 함께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일본의 침략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쓴 인물이다. 재판을 받던 중 건강이 악화되어 요절한 그의 묘비는 일제가 훼손하기까지 하였는데, 양화진 묘원에서는 훼손된 비석의 모습과 함께 광복 후에 새로 세운 비석을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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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인 양화진홀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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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묘비들의 탁본이 전시되어 있다.

광복 이후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한동안 관리가 부실했으나, 2000년대 들어 외국인 선교사들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인접해 있는 절두산 천주교 순교성지와 함께 정비가 이루어졌다. 현재 이곳 묘원은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재단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개방되어 있다.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자원봉사자의 묘원 안내를 받은 뒤, 기념관인 양화진홀에서 관련 유물들을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 도심 속에 위치한 서양식 묘지의 형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타임캡슐이기도 한 이곳,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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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근대화와 독립에 이바지한 외국인들이 잠든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여정을 되짚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이재호

발행2017년 02월 0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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