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성인봉 신령수와 추산마을 가는 길 - 현란한 비밀의 정원,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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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울릉군 지역호감도

울릉도 성인봉 신령수와 추산마을 가는 길 - 현란한 비밀의 정원


오다삼무(五多三無)의 섬이라 불리는 울릉도. 하늘에서 보면 밤처럼 오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오다(五多-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와 삼무(三無-도둑, 공해, 뱀)를 느끼기에 단순한 관광 코스는 왠지 모르게 아쉽다. 눈으로 울릉도를 즐기면서 아쉬운 여행길을 발로 느끼려고 나섰다. 성인이 산다는 성인봉 가는 길의 원시림과 남성미 넘치는 송곳봉이 있는 추산 마을 가는 길. 울릉도의 속살을 보고, 느끼고, 거닐던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 보자.

                    
                

하늘이 동그랗게 보여 불려진 천부(天府) 
 

천부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송곳봉의 모습이 웅장하다.

숙소가 있는 사동에서 오늘 트래킹의 출발지점인 나리분지로 가기 위해 나선다. 사동에서 나리분지로 가기 위해서는 천부행 일주 버스를 타야 한다. 천부로 가는 길은 울릉도 유일의 도로인 해안 일주 도로를 따라 산을 오르락 내리락한다. 포장된 길이지만 산의 경사면을 깎아 만든 도로는 거칠다. 그렇지만 거친 이면에는 울릉도의 비경을 볼 수 있는 단맛이 있다. 남양항, 통구미, 노인봉, 송곳봉, 공암 등을 보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는 한참을 달려 종점인 천부 마을에서 멈췄다. 조선 태종 때 섬 거주민들을 본토로 이주시키는 공도정책이 실시된 이후 1882년 울릉도 개척령으로 개척민이 제일 처음 울릉도에 발을 들여놓은 곳이 바로 이곳 천부 마을이다. 섬에 들어온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나무를 베어낸 곳으로만 동그랗게 하늘이 보여 천부(天府)라고 붙여진 이름답게 마을 뒤편의 수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울창하다.

 

천연기념물인 원시림과 신이 내린 신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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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분지에서 성인봉으로 가는 시작점. 성인봉으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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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 가는 길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원시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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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막집.통나무를 우물정(井)자 형으로 네 귀를 맞춰 지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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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수 약수터 아래 족욕탕. 신령수에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힌다.

일주 버스를 타고 오면 나리분지로 가는 버스가 연계되기 때문에 곧바로 탈 수 있다. 나리분지에 도착 후 걸을 채비를 끝내고 성인봉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천연기념물 제189호인 신령수로 가는 원시림은 희귀식물의 보고다.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도 지나 한가하게 거닐기에도 좋은 숲이다. 탐방로 옆 10~20m 간격으로 울릉도에만 있는 나무와 식물을 소개하는 입간판이 있다. 나무 이름을 몰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알 수 있기에 숲을 걷는 동안만큼은 핸드폰과도 바이바이다. 힘들이지도 않고 살방살방 걷다 보니 어느새 성인봉과 알봉 둘레길로 갈라지는 투막집 삼거리가 나온다. 좀 더 올라 신령수 약수터에 도착했다. 신령수는 화산섬 울릉도 최정상인 나리분지에서 용출수 하나로 마을 사람 전체가 충분히 마실 수 있는 물이 나온다고 해서 신령수라고 불린다. 신령수 한 모금을 마시며 흐르는 신령수가 흐르는 족욕탕에 발을 담근다. 시원하다 못해 뼛속까지 시리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한 겨울 맨발을 내놓은듯한 한기가 발에 느껴진다.

 

현란한 노란색이 펼쳐진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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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막집 삼거리에서 알봉둘레길을 따라 걷는 길이 길게 뻡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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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봉 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알봉 분지로 들어서니 키만큼 웃자란 익모초가 한가득이다.

신령수 약수터에서 투막집 삼거리로 다시 내려왔다. 이제 알봉 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알봉 분지로 들어섰다. 알봉 분지는 샛노란 세상이었다. 길 입구에 내 키만큼 웃자란 익모초가 하늘거리더니 이내 노란색의 달맞이꽃이 눈앞을 흐려 놓는다. 현란한 야광 노란색으로 순간 머리가 어지럽다. 선계에 들어서면 이런 느낌일까. 고개를 들어 알봉을 보니 정상 부분은 구름에 휩싸였다. 노란색 위로는 알봉과 젖꼭지봉 그리고 우리가 내려가는 추산 마을의 송곳봉이 있다. 이곳은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그야말로 비밀의 화원이었다.

 

인간의 소리에 사라질 것만 같은 깊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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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꽃정원 선물을 받고서 걷는 길은 황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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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봉 분지에 가득한 달맞이꽃. 찬란한 형광색에 눈앞이 어질하다.

노랑의 배웅을 받고 빛이 잘 드는 푸르른 숲으로 들어섰다. 이제 곧 가을이 되면 이 숲의 현란한 기교가 시작될 것이다. 숲은 성인봉으로 올랐던 숲보다 더 원시림이다. 내려가는 길이지만 자연 그대로의 길이어서 발끝에 힘을 주지 않으면 미끄러지는 구간이 더러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조붓한 오솔길에 들리는 소리는 새소리와 일행들의 발자국 소리다. 자근자근 했던 일행들의 말소리는 이 숲에서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이 숲에서는 왠지 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소리를 내는 순간 숲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자연 공기청정기 안에 들어와 있음을 느낀다.

 

거칠고 위풍당당한 송곳봉과 추산 마을
 

알봉 둘레길. 원시림이지만 자연 공기청정기 안에 들어간듯 청량감이 감돈다.

숲을 빠져나와 추산 마을로 내려간다. 추산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나리분지를 버스로 올랐던 길처럼 꼬부랑 내리막이다. 추산 마을은 뾰족하게 생긴 송곳봉이 있어서 추산리라고 하였다. 한자로는 송곳추(錐)로 표기한다. 송곳봉은 뾰족하게 생겼지만 바다와는 100m 거리도 안 되기 때문에 땅에서 보면 그 봉우리가 더 위풍당당하다. 전설에 따르면 이 산봉우리 뒤편에 구멍 4개가 뚫려 있는데 이는 천지개벽 때에 울릉도 사람들이 죄가 없으면 옥황상제가 낚시로 낚아 올리기 위해서 뚫은 구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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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빠져나오니 추산 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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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하게 생겨서 붙여진 명칭인 송곳봉과 송곳봉 아래 자리한 성불사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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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개벽이 일어날 때 죄가 없으면 옥황상제가 낚시로 낚아올리기 위한 구멍이라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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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암의 뒷모습. 해안도로를 따라 사동으로 가면 코끼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일행들은 처음인 추산 마을의 송곳봉이 신기했는지 고개를 들어 한참을 올려본다. 그리고는 송곳봉 아래 성불사를 돌아보겠다며 들어선다. 지난봄, 성불사를 다녀온 나는 송곳봉이 바로 보이는 정자에서 일행을 기다렸다. 생각 없이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는지 성불사를 돌아본 일행들이 왔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해우소 가는 길 중 가장 풍경 좋은 사찰이라며 말들이 한창이다. 걸음이 끝나니 더위에 지쳤는지 다들 정자에 누워 한참을 쉬었다. 천부에서 숙소가 있는 사동항까지 가는 버스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자 아래 샛길로 추산 수력발전소 앞까지 내려왔다. 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공암의 뒷모습은 사동 가는 길목에 들어서야 코끼리 바위의 모습을 보여줄 테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울릉도 앞바다와 오늘 내내 걸었던 숲은 울릉도를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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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울릉도의 원시림을 두 발로 즐겨보세요~ 울릉도의 또 다른 모습을 체험하실 수 있을거예요. 울릉도 추산마을의 아름다운 경치에도 반하게 되실거예요~ ;)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정기영

발행2016년 10월 0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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