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짚고 하늘을 달려서, 이색 북악산 등산,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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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을 짚고 하늘을 달려서, 이색 북악산 등산


특별한 등산을 하고 싶은 트래블피플은 여기 모여라! 그저 산을 도보로 오르내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산마루로 잇는 고지대의 도로와 옛 도성의 성곽길을 모두 누려볼 만한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대도심 내 위치한 북악산. 이곳에서 도시를 떠난 것 같은, 또 현재를 벗어난 듯한 시간여행을 즐겨보자. 

                    
                

북악산, 왕가와 대통령을 모셔오다

서울 도심의 뒤에 듬직하게 서 있는 북악산. 맞은편으로 남산의 N서울타워가 보인다

고려가 멸망한 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그가 깊이 믿는 무학대사의 말에 따라 왕가의 기운이 담겼다는 산 아래 궁궐을 세웠다. 백악산신을 모시는 사당을 짓고 백악산이라고도 부른 이 산은, 한양을 둘러싼 산 중에 북쪽에 있다 하여 나중에 북악산이라 정정하였고 맞은편의 산은 남산이라 칭했다. 1394년경에는 태조의 명을 받잡아 산이 후면에 배치되게끔 경복궁을 건축하였다. 그 후로 왕이 정사를 보고 왕비가 침전에 들며, 왕세자가 교육을 받고 종친과 연회를 여는 등 왕가를 대대로 모시는 산이 되었다.
 
조선 왕조가 몰락하고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나라가 시작한 때부터는 남쪽 기슭에 대통령의 집무실 ‘경무대’가 자리했다가 ‘청와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북악산은 본디 소나무가 빼곡한 경승지라 선비들이 부암동 뒤편의 백석동천계곡에 모여 탁족회를 열곤 했다. 오늘날에도 고도 342m로 비교적 완만한 수준이라 등산로의 접근이 용이하다지만 단순히 유람지, 관광지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 이유이다. 서울 분지에서도 귀중한 장소들의 뒤를 둘러막아 버티고 서있으니, 산의 모습이 자못 듬직하고 지엄해 보인다.
 
 

한양도성 성곽길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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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 돌이 아니라 딱딱한 성벽을 짚으며 오르는 등산은 어떤 느낌일까?

북악산의 등산코스는 따로 길을 알아보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산들이 그렇듯 지도 알림판이 입구에 있고 곳곳에 위치를 알리는 팻말이 있어서라기보다도 성곽 때문이다. 성문을 지나 쭉 성곽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마음이 편하다. 성곽은 서쪽 기슭에 있는 사소문, 창의문이나 동쪽 고갯마루의 사대문, 숙정문 등 북악산 구석구석의 명소로 자연스럽게 안내하기에 굳이 현 위치나 루트를 파악할 필요가 느껴지지 않는다. 속속들이 지점들을 둘러보는 와중에는 참나무류가 빼곡한 산의 경치도 누려볼 수 있으니 여유만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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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위고개 지점에서는 안내소에서 서류상 절차를 거친 후 통행증을 받아야 지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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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지역 안에 위치한 숙정문과 숙정문 문루.

한편 북악산을 기점으로 인왕산, 낙산, 남산 등지의 산악지대 일대에 축조된 성곽은 시대를 거쳐 오면서도 비교적 괜찮게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서울을 호위하듯 굳건한 성곽길은 말바위안내소로 가 닿으니, 이 앞의 창의문과 숙정문 구간은 군사구역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과하기 위해선 신분증 확인과 서류 작성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군사시설은 청와대로 침투하려는 북한군을 방어하기 위함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북악산의 지리적 위치가 중요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차 타고 등산할까? 북악스카이웨이

1968년 개통하여 자하문~정릉 아리랑고개까지 이어지는 북악산의 스카이웨이는 등산이 힘든 트래블피플이 대신 가기 좋은 도로이다. 약 10km 길이로 30여 분 동안 달려보는 이차선의 관광도로는 주봉 북쪽에서 북동쪽으로 가는 능선을 따라가기에 구불구불 나선형으로 되어 있다. 한적하고 인적 없는 녹음의 길은 서울에 있는 것 같지 않은, 어디 지방의 산속에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한 느낌을 주기에 이색적이고 신비롭다. 반사경, 수은등이 중간중간 있으니 밤에 이 느낌을 느끼기도 수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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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보는 창의문은 그 위용이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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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휴게실에서 쉬어갈 수 있는 북악스카이웨이의 명소, 팔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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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된 망원경으로 도시의 불빛과 밤하늘의 별빛을 들여다보자.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차를 멈추고 들러봐야 할 명소들이 나온다. 옛 성터, 그리고 자하문이라고도 불리는 창의문과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팔각정이 그것이다. 팔각정은 도로 중간 즈음에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은데, 밤이라면 여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늘에 뜬 별들을 세어보길 추천한다. 수도권 내 별똥별 관측의 명당으로도 손꼽히는 곳이니 기대해도 좋을 터. 혹 시간이 남는다면 창의문과 가까운 인왕스카이웨이로 갈 수도 있으니 산길을 오래도록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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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피플은 등산을 안 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꽤 기간이 길었다면 북악산 한번 올라보지 않을래요? 그동안 서울에서 느낄 수 없던 정취를 누릴 수 있을 거예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3년 12월 1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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