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 이야기 따라 만나는 벌교,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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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 이야기 따라 만나는 벌교


‘작가는 그 시대의 산소다, 스승이다, 등불이다, 나침반이다.’ 그 시대의 산소라고 칭할 수 있는 작가가 그리 흔할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인간사회는 시시각각 변하고 문학은 그러한 시대를 밝히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변모시킨다는 책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이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키는 작품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벌교 읍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었던 소설 속 사람들이 활보했던 벌교 읍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료수집을 꼼꼼히 하기로 이름난 작가의 흔적을 더듬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소하와 정하섭, 그들을 만나다

푸른 언덕 위에 서 있는 태백산맥문학관.

벌교 버스터미널 주변에는 <태백산맥>과 연관된 장소들이 많다. 이 중 가장 먼저 들리게 되는 곳은 바로 태백산맥문학관이다. 1층에는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조사했던 자료들과 소설 <태백산맥>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등의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이 태백산맥은 여순사건이 일어난 뒤 남북간의 갈등이 벌어졌던 벌교를 무대로 쓰여졌다. 미리 벌교를 탐방하기 전, 소설속에 등장한 벌교를 보고 가는 것도 벌교 탐방을 한층 즐겁게 만드는 묘미가 될 것이다. 한편 2층에는 작가 조정래의 문학세계와 작품들, 그리고 독자들이며 작가의 가족들이 손으로 필사한 원고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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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과 그녀의 딸인 소화가 살던 소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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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대문이 독특한 느낌을 주는 현부자집.

태백산맥문학관 주변에는 소설 속 주인공인 소화와 정하섭이 만나는 공간인 소화네 집과 현부자집이 위치해 있다. 영순사건과 함꼐 벌교가 군경의 수중으로 들어가자 좌익의 비밀당원이던 정하섭이 처음 만나는 것이 무당의 딸 소화였던 것. 소화와 처음 만나게 되는 무당집은 현재 소화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조촐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후 정하섭이 소화의 집을 은신처로 사용하며 바로 근방에 있는 현부자집에 대한 묘사가 펼쳐진다. 실제로는 박씨문중의 소유로 조선식 가옥과 일본식 가옥을 섞어놓은 듯한 독특한 양식이 돋보이는 곳이다.
 
바로 그 근처에는 회정리 교회가 있다. 이 회정리 교회는 소설 속에서는 기독교 사회주의를 실천하던 지식인, 서민영이 야학을 여는 곳으로 나온다. 실제로는 1935년, 일제강점기에서도 엄혹한 시기였던 전시동원기에 해당하던 때에 김형모 목사와 신도들이 힘을 모아 건립한 석조 예배당이다. 오래된 교회인 만큼 이 교회에서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풍습을 지키던 특징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양쪽에 각각 나 있는 남자문과 여자문이다, 같은 예배당 안에서도 남자들의 구역과 여자들의 구역이 나뉘었던 그 당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마을을 주름잡던 지주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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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적산가옥의 형태를 띈 남도여관. 일제강점기 시기 건물이 많이 헐린 한국에서는 중요한 역사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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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우의 집으로 들어가는 길. 낡고 헐었지만 그 풍채는 당당한 한옥집을 볼 수 있다.

한편 이 벌교를 무대로 각각 다른 노선을 걸었던 소설 속 토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으니 바로 김범우의 집과 남도여관이다. 이 중 남도여관은 판자벽에 함석지붕을 얹은 모습이 그 옛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시기에도 여관으로 쓰였는데 그 당시 상호는 보성여관이었다고 전한다. 태백산맥에서는 좌익을 토벌하기 위해 내려왔던 토벌대장 임만수와 그 대원들이 묵었던 곳이다. 한편 이 곳은 현부자집의 주인인 현준배가 운영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 당시 읍내에 하나뿐인 여관을 운영했을 정도니 그의 재력이 지역에서 만만히 볼만한 것이 아니었음은 당연지사. 현부자집과 함께 일본식과 조선식이 섞인 건축 양식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다.
 
한편 그 반대로 지주의 아들이었으되 봉건적 계급에 반대했던 김범우의 집을 볼 수도 있다. 그 규모나 집안 구조 역시 대지주의 집에 어울리는 규모로 어렸을 적 작가가 놀던 곳이기도 하다. 사랑채와 안채, 장독대, 벽돌로 쌓은 담을 둘러보면 인본주의적인 삶을 살려 했던 김범우와 그의 아버지 김사용의 삶을 잠시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역사를 이어주는 마을 다리들

무지개 모양을 한 돌다리, 벌교 홍교.

한편 벌교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다리들도 놓치기 아쉽다. 벌교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벌교홍교와 사상대립의 흔적이 짙게 남았던 소화다리가 그것이다. 벌교홍교는 포구를 가로지르는 다리 중 제일 먼저 세워진 무지개다리다. 본디 돌로 만든 무지개다리가 들어서기 전에는 뗏목을 엮어 만든 다리들이 있었는데 그 다리를 한자어로 쓴 것이 바로 벌교였던 것. 태백산맥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건너며 다양한 사건들 속에 소소하게 등장하는 등 벌교에서 빼먹으면 아쉬운 다리인 것이다.
 
반면 소화다리는 들어선 순서로 따지자면 벌교홍교에 훨씬 못 미친다. 1931년. 당시 소화 6년으로 불리던 시기에 지어져 본디 부용교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소화다리로 부르던 것이 굳어진 것. 한편 이 다리에서는 여순사건을 비롯한 사상 대립이 회오리칠 때마다 핏물이 흘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로 대립하는 사람들끼리 이 위에서 총살형을 벌였던 것이다. 지금도 벌교천이 흐르는 위에 소화다리가 놓여져 있어 그 당시의 좌우갈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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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을 감명깊게 읽었다면 보성군으로! 소화와 하섭을 만나러 떠나 볼까요? 벌교의 어딘가에서 소설 속 주인공들이 말을 걸어올 지도 몰라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11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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