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사지의 전설과 유래 

고달사지는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다. 우선 들어가는 길목에서 보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느티나무에 한 번 놀라게 된다. 약 430년이나 된 이 느티나무는 고달사지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듯하다. 터 입구로 들어서면 절터의 크기에 두 번 놀란다. 자그마치 5만여 평에 달하는 이곳은 절터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고달사지는 신라 때 설립이 된 절터이다. 고려 초기에는 나라에서 관리하는 3대 선원 중 하나로 왕실의 보호를 받는 중요한 사찰 중 하나였으나, 현재는 그 흔적만이 남아있다. 고달사에 있는 많은 석조 문화재들은 모두 고달이라는 석공이 만들었다. 고달은 가족들이 굶어 죽는 줄도 모르고 절을 이루는 데에 혼신을 바쳤는데, 절을 다 짓고 난 후에는 스스로 머리를 깎고 불교에 귀의하였다. 그 후 큰스님이 되어 고달사라 칭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신라부터 고려까지 아우르는 불교 문화가 숨 쉬는 곳

현재 고달사지에는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 많이 남아있어 신라 시대, 고려 시대의 석조물 연구에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고달사지 원종대사 탑비는 우리나라 보물 제6호로, 원종대사 부도비의 비신이다. 섬세히 조각된 무늬는 석공의 지혜와 노고가 가득 담긴 듯 보인다. 석조물의 거북 받침돌과 머릿돌은 고달사지에 남아있지만, 탑의 비신은 1915년에 무너져 여덟 조각이 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비문을 복원하여 전체의 형태를 볼 수 있다. 
 

고달사지 원종대사 탑비 바로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고달사지 석조대좌는 1963년 우리나라 보물 제8호로 지정되었다. 방형의 중첩과 연꽃 및 안상 무늬의 교체를 명쾌하고 산뜻한 조각 솜씨로 조화시켜 고려 초기 역작의 석조대좌로 여겨진다. 이 석상 또한 불상은 사라지고 대좌만이 남아있지만, 그 보존 상태가 완벽하여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 밖에도 신라의 양식이 비교적 잘 담겨 있는 고려 초기 승탑인 국보 제4호 고달사지부도를 비롯해 보물 제7호 고달사 원종대사 혜진 탑비가 우직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이 광활한 절터에는 아직도 많은 유물이 숨겨져 있어 현재 고달사지에서는 또 다른 유물 발굴이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조금은 휑한 절터이지만, 남아있는 석상에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될 만큼 신라와 고려를 아우르는 진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이번 주말 조용한 절터에서 불교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고 오는 건 어떨까. 천년 고찰의 흔적이 가득 담긴 고달사지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