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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열린 서당, 장철성 고택


배움이 있는 공간은 늘 변화하지만 배움에 대한 일차원적인 욕구와 열정은 언제든 어디에서든 변하지 않는다. 현재의 학교는 잘 갖추어진 학교에 좋은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과거 이전의 더 과거로 내려오면 배움이라는 한 단어가 참 힘든 시절도 있었다. 나라를 빼앗기고 가족과 헤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배움의 끈은 잘려나가지 않았다. 배움에 대한 열정의 이야기가 전해지던 장철성 고택. 지금은 철거되어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되었지만, 시간 속으로 사라진 그 고택의 모습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언제고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전북 김제시에 위치한 장철성 고택
     

김제시 금구면 서도리 장씨집성촌에 자리한 장철성 고택은 1920년대 후반에 지어진 근대 조선의 전형적인 농촌형 한옥이다. 장기건의 후손들이 서도리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어, 다른 지방에서는 서도장씨(西道張氏)집성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입향조 장기건(張紀乾)은 장금용의 14세손으로 조산대부로 진안현감을 지냈고, 사복시정(司僕寺正)으로 있다가 연산군의 폭정에 환멸을 느껴 병을 핑계 삼아 벼슬에서 물러나 노복(奴僕)과 함께 금구로 낙향하였다. 이후 후손들이 대대로 살면서 집성촌을 형성해오고 있다. 

장철성 고택이 자리한 마을은 콩쥐팥쥐의 설화의 고장이기도 하며, 구한말 충신 장태수(張泰秀:1841~1910)선생이 순국한 남강정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강정사는 장태수 선생이 순국한 집으로 조선 순조 초인 1800년경에 장태수의 부친이 건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장씨 집성촌에 자리한 장철성 고택은 1930~1940년대에는 후학을 양성하던 서당으로 사용되었다. 그냥 잘 보존된 말끔한 가옥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사연은 콩쥐팥쥐 설화만큼이나 참 구구절절하다. 장철성 고택은 암울한 일제 치하 속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친 곳이라 한다. 고택을 둘러보자니 암울한 일제 치하 속에서도 후대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제자를 돌보던 스승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그 시대뿐 아니라 나라의 내일을 위하는 일과 같다. 그때 이곳에서 스승은 어떠한 마음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제자들은 또 어떤 마음으로 글을 외웠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 일제강점이 서당으로서 민족의 혼을 지켜냈던 장철성 고택

    일제강점이 서당으로서 민족의 혼을 지켜냈던 장철성 고택 

10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났지만 가옥은 방, 대청, 부엌, 아궁이, 다락 등의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다. 전통 아궁이며 다락방, 대청마루가 잘 보존되어 우리의 옛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그 옛날 서당으로 학생들을 맞아들이던 이곳은 이제 관광객들을 모시기 위하여 단장하였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그립듯 이 가옥도 가끔은 옛날 모습이 그립기도 하다. 깔끔하게 들어선 주방 시설이며 여기저기를 조금씩 손본 흔적들이 옛 흔적을 더듬고 그 정취를 느껴보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으나 이 또한 고택이 세월을 견디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 본다면 어색함이 덜해질 것이다. 
 
이 고택에서는 하룻밤 묵어가며 전통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전통에는 가까이 하고픈 정갈한 향기가 스미어 있다. 고택의 묵은 빛깔이며, 너무 문질러 대어 윤이 나는 대청이며, 비바람 견디어 낸 가옥의 기와 등에 덕지덕지 내려앉은 세월의 흔적이 싫지 않다. 오히려 가까이에서 눈을 맞추고 그 향기에 취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러한 고택에서 배우는 전통 다도와 예절 교육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가옥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만큼 전통의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장태수 선생은 1910년 일본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자 나라를 지키지 못한 것이 임금에게 불충하고 불효한 것이라 여겨 ‘자죄문’을 지어 망국을 자책하는 한편, 단식하여 목숨을 끊고자 하였다. 단식을 하는 중에 ‘고대한동포문(告大韓同胞文)’으로 주권회복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절식(絶食)한 지 27일 만인 1910년 11월 27일 이곳에서 순국하였다. 

남강정사는 자연석재로 40cm 정도의 축대를 쌓은 후 세운 정면 4칸, 측면 4칸 규모로 만든 초가집이다. 초석은 덤벙주초이며 그 위에 세워진 기둥은 모두 네모기둥이다. 평면의 배치는 중앙의 전면 2칸에 폭 133㎝의 마루를 깔고, 가운데에 큰 방을 두었으며, 좌·우로는 툇방과 마루를 꾸몄다. 큰방은 2칸으로, 터서 서로 왕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랑방 뒤로는 다락을, 큰 방 뒤로는 부엌을 두었다. 툇방과 마루의 앞 및 툇방 옆 부분에도 툇마루가 놓여 있다.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건실한 느낌을 주며 사라져가는 이 지방 초가집의 일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장철성 고택을 찾아왔다면 이 남강정사도 꼭 한번 들려보자. 고택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전주한옥마을과 천년고찰 금산사가 있으니 고택만으로 부족하다면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도 좋다.
 

*주변 관광지      

전주한옥마을  
1930년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확장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은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천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형성된 교동, 풍남동의 한옥군은 일본식과 대조되고 화산동의 양풍 선교사촌과 학교, 교회당 등과 어울려 기묘한 도시색을 연출하게 되었다. 오목대에서 바라보면 팔작지붕의 휘영청 늘어진 곡선의 용마루가 즐비한 명물이 바로 교동, 풍남동의 한옥마을이다.       

금산사 
금산사의 창건은 599년(백제 법왕 1)에 왕의 자복(自福)사찰로 세워진 것이라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전하는 바는 진표(眞表)가 762년(신라 경덕왕 21)부터 766년(신라 혜공왕 2)까지 4년에 걸쳐 중건하였다 한다. 주요 건물로는 미륵전(국보 62)·대적광전(보물 476)·대장전(보물 827)·명부전·나한전·일주문·금강문·보제루 등이 있다. 

금산교회 
금산교회는 1908년 4월에 건립된 ㄱ자형 교회건물로써 내부구조는 잘 보존되었으나 건물 외부는 기와 및 벽체가 변형된 듯하며 현재는 방치된 상태다. 금산교회는 미국 데이트 선교사가 이 지방의 조덕삼, 이자의 등과 함께 1908년에 세웠다. 시는 주변의 교회 중 교세가 가장 컸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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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일제강점기 서당으로서 민족의 등불이 되어주었던 김제 장철성 고택. 트래블투데이에서의 기록으로나마 장철성 고택이 지닌 역사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는 건 어떨까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02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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