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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공부다’


다음 빈칸에 들어갈 말을 생각해보자. ‘여행은 ○○’(이)다.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추억·취미·소원과 같은 희망적 단어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여행에 꽤 호의적인 셈이다. 만일 비용·직업·의무와 같은 말이 떠오른다면 당신의 여행 호감도는 중간 정도. 여행이 비용이라고 대답하는 이들은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반면 여행이 직업이나 의무라고 답한다면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 두 가지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동정표를 사거나 부러움을 사거나. [트래블투데이]에게 여행이란? 여기에 대해 답한다. [트래블투데이]에게 여행은 공부다.

                    
                

그 이유 첫째, 여행은 깨달음을 준다. 그 옛날 싯다르타가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듯, 여행자들도 길 위에서 많은 걸 깨닫는다. 바닷가에서 그물을 기우는 어부들의 손길에서 노동의 신성함을 깨닫는다. 재즈와 락 페스티벌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소도시에서는 여전히 ‘트로트’가 축제의 주인공이란 걸 알게 된다. 도시인은 이름도 모르는 천연기념물이 어떤 고장에서는 마스코트라는 걸 알게 된다.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은 현지에서 먹는 제철 음식이란 걸 혀끝으로 깨닫는다.
 
여행이 공부인 두 번째 이유는 돈과 시간이 든다는 점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최소한의 투자는 해야 한다. 적어도 교과서 살 돈은 있어야 한다. 또 공부를 잘하려면 힘들더라도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 고수란 타이틀은 아무나 얻는 것이 아니다. 즐기려고 하는 여행에서 반드시 고수가 돼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욕심난다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하는 게 정도(正道)다. 동네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 본 ‘집순이(집돌이)’가 어느 날 갑자기 무박 여행을 할 수는 없다. 근교여행, 교외여행, 장거리여행… 순으로 여행의 궤적을 넓혀갈수록 여행을 ‘잘’ 하게 된다. 헛고생하지 않고 노련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 번째 이유는 머리가 좋아진다는 점이다. 공부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다. 명문대 나왔다고 반드시 머리가 좋은 건 아니다.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외우고 복습하고 또 외워서 모범생이 된 경우가 그렇다. 여행도 비슷해서, 하다 보면 머리가 좋아진다. 선견지명이 생기는 것이다. 시골 오지마을에서 1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려본 사람은 그다음부턴 무턱대고 여행 계획을 짜지 않게 된다. 동선은 여유 있게, 시간은 넉넉하게 잡을 것이다. 마음먹고 떠난 꽃 구경, 남들 다 가는 데로 갔다간 구경 반 고생 반 하기 십상이다. 반면 여행 좀 해 본 사람은 인파보다 경치가 뛰어난 곳으로 알아서 잘 찾아간다. 여행 분야의 ‘지능’이 좋아진 것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이유에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세 번째 이유에는 갸우뚱한다면? 그런 사람은 아직 여행을 더 많이 해보길 바란다. 믿거나 말거나, 여행이 공부인 이유를 지금까지 정리해봤다. 혹시 여행이 공부가 아닌 다른 것과 더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연락해주길 바란다. [트래블투데이]의 귀는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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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 예습과 복습이 필요하듯 여행도 미리 잘 계획하고, 다녀와서는 기억과 느낌을 잘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트래블투데이 박옥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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