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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서산? 꽃보러 서산!


충남 서산에는 이맘때 쯤 가 볼만 한 곳이 있다. 바로 1300년 역사의 고찰, 개심사(開心寺)다. 개심사에 따뜻한 봄바람 불 무렵,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벚꽃, 이름하여 겹벚꽃이다. 혹은 왕벚꽃이라고도 한다. 이 꽃은 4월 말~5월 초 피어나는데 색깔이 여럿이고 그 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어떤 나무에는 연분홍 빛으로, 또 어떤 나무에는 청포도·진분홍빛으로 피어나는 5색 ‘겹’벚꽃. 꽃 모양은 여성들이 가슴에 다는 꽃 장식 코사지를 닮았다. 그리고 하나 더. 아니, 두 군데 더. 요즘 뜨는 서산의 꽃 명소 유기방 가옥(수선화)과 서산시내를 흐르는 해미천(벚꽃)도 함께 소개한다. ‘해 뜨는 서산’에 꽃이 뜨고 있다. 꽃들이 손짓하는 서산으로 가보자.

                    
                

가장 늦은 봄?! 가장 오래 왕벚꽃이 피어있는 개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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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따뜻한 5월이면 서산 개심사는 '왕벚꽃'이라 불리는 겹벚꽃으로 황홀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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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대웅전 올라가는 길목에 외나무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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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개심사의 벚꽃은 인기 만점이다.

서산터미널에서 차로 40분 쯤 달리면 서산목장이 나온다. 지난 1998년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 방북’을 이끈 바로 그 목장이다. 목장을 끼고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상왕산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개심사 여행 시작이다. 일주문을 지나 펼쳐지는 산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다. 올라가는 길 오른편으로 냇물이 흐르고 가끔 다람쥐도 보인다. 찬찬한 걸음으로 산길을 20여 분 올라가면 개심사가 나온다. 오르막길 너머로 빼꼼 올려다 보이는 개심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목교(木橋)다. 단출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동안 정신은 발끝에 집중한다. 마음 속에 낀 속세의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는 순간이다. 다리를 건너 돌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에 이른다.

 

여인의 속치마 같은 겹벚꽃… 늦봄의 황홀경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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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겹벚꽃 너머 개심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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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빛깔의 겹벚꽃이 터널을 이뤘다.

꽃 이야기를 하기 전, 간단히 절 이야기를 해본다. 개심사 대웅전 오른편에는 명부전이라는 부속 건축이 있는데, 이 안에 지장보살의 일종인 천불지장보살좌상과 시왕상(十王像)이 있다. 이 조각들은 죽은 자들을 49일 동안 심판한다고 여겨지는 불상이이다. 이처럼 엄중한 건물 앞뜰에, 봄이면 겹벚꽃이 핀다. 산중이라 기온이 낮아 보통의 벚꽃보다 늦게 피는 꽃이다. 다만 느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모양이 특이하다. 500원 짜리 동전 만 하게 피는 산벚나무나 왕벚나무 꽃에 익숙한 이들에게, 겹벚나무는 ‘신세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겹겹이 핀 겹벚꽃은 여인의 속치마처럼 비밀스럽고 그만 정신을 아뜩하게 한다.
 
그런데 이 겹벚꽃이 모양만 화려한 게 아니다. 개심사에 피는 겹벚꽃은 5가지 색이다. 덜 익은 청포도 빛을 띠는 청벚꽃, 연분홍벚꽃, 그리고 진분홍·분홍·흰 벚꽃……. 모양에 놀라고 색에 감탄한 불자(佛子)들 사이에서 개심사 벚꽃은 오랜 세월을 거쳐 회자되었고, 이제는 불교 신자가 아닌 관광객들의 발걸음까지 붙들고 있다. 

 

100년 된 옛집으로 떠나요! 수선화 꽃 마실

100여 년 전통의 유기방 가옥에서 하룻밤 묵으며 수선화 꽃밭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개심사 겹벚꽃만 보고 서산을 떠나기 아쉽다면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유기방 가옥이다. 서산 운산면 이문안길에 소재한 유기방가옥의 명물은 수선화. 윤기 나는 초록 꽃대 위에 앙큼하게 피어난 노란 수선화들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다. 유기방 씨가 관리하는 이 가옥은 100여 년의 역사를 지녔는데, 수선화 꽃밭이 지금처럼 광활해진 건 약 10년 전 주인의 노력에서 시작됐다.
 
‘거기 가면 수선화가 참 예쁘대…….’ 입소문을 탄 유기방 가옥은 최근 부쩍 더 많이 알려지기 시작해 전국의 봄꽃 마니아들이 ‘순례’하는 장소가 됐다. 벚꽃이나 튤립 축제는 흔하지만 수백 평에 이르는 수선화 꽃밭은 드문 까닭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것 소담한 고택에 대한 향수 때문은 아닐까. 무조건 예쁘고 화려하게만 꾸민 테마파크의 꽃밭보다는, 흙내 나는 뒤뜰이 더 좋은 사람들. 흙집으로의 회귀 본능이 사람들을 유기방가옥으로, 그리고 샛노란 수선화 꽃밭으로 이끌고 있다.
 
기쁜 소식에 기쁜 소식 하나를 더하자면, 유기방 가옥의 수선화는 5월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벚꽃 다 지고 개나리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때, 문득 봄꽃이 벌써 그립다면 유기방가옥으로 가보자. 이곳은 숙박도 가능하며, 미리 예약할 수 있다. 2~6인 기준의 행랑채, 황토방 등부터 20인 기준의 독채까지 있다. 단, 숙박시설이기 이전에 문화재이므로 어느 정도는 정숙한 마음가짐으로 머물 것을 권한다.

 

내 몸이 행복해지는 30분… 해미천 벚꽃길 따라 걸어볼까?

4월 초, 서산 해미천의 벚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4월 봄꽃축제의 ‘베스트셀러’, 벚꽃을 서산에서 보고 싶다면? 겹벚꽃이 아무리 예뻐도 등산은 부담스럽거나, 고택에 찾아갈 만큼 부지런(?)하지 않은… 말하자면 조금 ‘게으른’ 여행자들이라면 서산 해미천을 추천한다. 4월에는 해미천 벚꽃이 만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변 꽃길인 만큼 길은 가파르지 않다. 걷기 좋은 이 길의 벚꽃 거리는 총 약 2.2km. 슬렁슬렁 걸어도 1시간이 채 안 되고, 파워워킹 하면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평균 걸음으로 30분 쯤 걷다보면 시리도록 하얀 벚꽃 비를 흠뻑 맞을 수 있다.
 
말이야 꽃구경이지만 서산에 와서 해미읍성 구경을 빠뜨릴 순 없다. 해미천 옆에 있는 해미읍성은 ‘서산9경’이기도 하거니와, 우리나라 3대 읍성 중 하나다. 옛날엔 우리나라에 읍성이 많고 많았는데 일제가 다 헐고 없애버려 지금은 낙안읍성, 해미읍성 등 일부만 남았다. 해미읍성은 과거 이순신 장군이 젊은 시절 부임한 곳이기도 하며, 구한말 천주교 박해와도 관련 있는 곳이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해미읍성 안에서 나고 자랐다는 주민들이 있을 만큼, 이곳은 지금까지도 우리 역사와 맞닿아 있는 곳이니 안 가봤다면 들러보자.
 

개심사의 나무들도 어느덧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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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심사의 나무들도 어느덧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 이곳 개심사에는 봄의 여왕, 왕벚꽃을 가장 늦게까지 만날 수 있다.
  • 고즈넉한 사찰에서 누리는 봄, 그리고 벚꽃
  • 봄에 찾는 개심사는 온통 봄꽃 천국!
  • 망울망울 피어있는 봄꽃이 싱그럽다.
  • 개심사 한 켠 소담하게 피어 있는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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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봄꽃 3총사, 트래블피플도  다 기억하셨나요? 벚꽃, 왕벚꽃, 수선화 피는 서산으로 드라이브 떠나요. 뚜벅여행족들을 위한 시티투어 버스도 있다는 건 (안)비밀!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5년 04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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