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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 꽃동네 양재시민의숲-꽃시장 산책


계절 따라 길에 봄꽃이 지천이지만, 특히 진한 꽃향기에 푹 빠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여자라면 한 번쯤은 솔깃해지는 꽃시장은 어떨까? 그중에도 양재 꽃시장은 서울은 물론 전국구로 이름난 화훼단지로, 철마다 탐스러운 꽃이 모여드는 곳. 게다가 꽃시장 주변으로는 벚꽃명소인 양재천, 여의천변으로 물이 흐르고 양재시민의 숲 공원도 있어 도심 속 산책코스로는 제격이다. 안팎이 모두 꽃으로 가득한 꽃동네 나들이, 서울 서초구 양재천 변으로 길을 나서보자.

                    
                

도심 속 울창한 숲, 양재 시민의 숲

양재역에서 성남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숲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양재시민의숲’이다. 1983년 발표된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녹지사업소가 개발을 착수해 1986년 완공되었다.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 칠엽수, 잣나무 등 70종 25만 주의 수목이 울창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잔디광장, 파고라, 배구장,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등의 체육 시설과 윤봉길 의사 기념관, 윤봉길 의사 동상과 기념비, 야외무대, 충혼탑, KAL기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 야외 결혼식장 2개소, 어린이 자연 관찰소 등 교양 시설이 개발되어 있어 공간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하철 타고 찾아간 봄빛 만개한 양재시민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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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이 내린 양재시민의숲 공원은 온통 꽃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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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시민의 숲에 있는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전경

주변에서 아무리 봄이라고 아무리 외쳐대도 결국 화창한 햇살이 얼굴에 닿아야 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런고로 늘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사회인들에게는 한참 전부터 온 봄이라 해도 영 내 것같이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 마찬가지로 컴퓨터 앞을 지키는 여기자에게도 봄은 쉽게 가까워져 오지 않았던바, 마침 꽃 나들이 코스를 취재하라는 지령이 떨어지고 기꺼이 나선다. 양재시민의숲은 강북 여의도에 버금가는 강남의 도심 속 휴식처로, 봄에는 벚꽃이 만발해 상춘객을 불러 모으는 명소이며, 얼마 전부터는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 역이 생기면서 한층 접근도 쉬워졌다.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양재시민의숲 공원이 있다. 그 맞은편은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버스 대부분이 거치는 강남대로가 뻗어있어 늘 붐비지만, 공원은 신기하게도 울창한 숲에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공원 안에는 오색의 꽃밭을 조성해 화사한 볼거리가 많은 뿐 아니라 매헌 윤봉길 의사의 동상과 기념관도 있어 심심찮게 둘러볼 만하다. 삼각형 모양의 부지를 가진 양재시민의숲을 둘러싼 물길이 각각 양재천과 여의천. 이곳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길이 있다.

 

여의천 벚꽃길에서 막간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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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꽃시장 뒷길로 나와 다리를 건너면 양재시민의숲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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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에서 작게 뻗어 나온 여의천. 물길은 좁지만, 장성한 벚나무가 근사한 꽃길을 이루고 있다.

양재천은 경기도 과천에서 서울을 거쳐 경기도 성남의 탄천으로 흘러드는 하천. 한강만큼이나 서울의 서초구, 강남구 시민들의 쉼터로 기능한다. 천 주변으로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산재해있어 계절 불문하고 걷기에 좋다. 이 양재천으로 흘러드는 작은 개울이 바로 여의천이다. 과연 개울이라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아담한 물길이지만, 좁은 길을 둘러싼 벚꽃이 아름드리 명소를 이루고 있다. 좁아서 벚꽃 사이에 갇힌 듯 더욱 아기자기한 풍경을 선사한다.

여의천 벚꽃길을 걷는 이들은 주로 인근 회사의 직장인들, 혹은 주민들이다. 이들마저도 특정 시간을 제외하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많이 붐비지도, 관광지처럼 떠들썩하지도 않아 오롯이 벚꽃에 집중하며 산책할 수 있다. 한길만 나가면 바쁘게 오가는 차도변이지만, 짧게나마 이렇게 숨은 휴식을 찾을 곳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여의천 벚꽃길은 1km 남짓한 길이, 걸어서 약 20분이 소요되는 길로, 주변의 양재시민의숲과 양재천까지 이어지는 길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길어질 여지가 다분한 산책이라 할 수 있겠다.

 

온천지 황홀한 꽃동네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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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꽃시장 생화도매장에선 언제나 다채로운 꽃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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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꽃시장 분재상가에도 알록달록 봄이 왔다.

양재시민의숲 북쪽과 강남대로 사이에는 그 유명한 양재꽃시장이 있어 산책길에 포함해 들러보기 좋다. 정식명칭으로는 ‘aT화훼공판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전국 최대의 꽃 도매시장으로서 1991년 개장해, 벌써 20년이 넘는 관록을 지닌 꽃시장이다. 다양한 종류는 물론이고 비교적 저렴하게 싱싱한 꽃을 구하기 좋다. 이곳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향하는 생화 도매시장은 건물 1, 2층에 집중돼있고 새벽 12시, 그러니까 자정부터 잠에서 깨어나, 오후 1시면 문을 닫는다. 보통 사람들과는 판이한 생체리듬이지만, 으레 산물 도매시장이 그렇지 않던가. 계절별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양질의 꽃들이 모두 모여든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간질이는 향기에 금방 홀리듯 빠져든다. 취재인지 사심을 담은 꽃구경인지 모를 정도로 돌아다니다 보니, 사막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선인장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이는 화환 점포 중 선인장만을 취급하는 가게인데, 그 종류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꽃시장은 보통의 시장과 성격은 비슷하지만, 그 소재 덕분에 아이들에게도 특별하고 생생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꽃이 흐드러진 여의천 벚꽃길. 대로변에서 조금만 들어오니 이내 여유가 생긴다.

근처에 살지 않는 이상, 어디론가 가는 길목으로 지나쳤을 서초구 양재천 일대. 알고 보면 봄에는 공원 속에도 물길 옆에도 아리따운 봄꽃들이 만발하는 쉼터인 데다, 온갖 상품의 꽃들이 집합하는 꽃시장도 계절 따라 활기를 띠는 만큼 산책코스로 오기 좋겠다. 취재를 앞세워 다녀온 산책이지만, 두고두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향기가 풍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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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3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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