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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빨리 피는 매화, 순천 금둔사 납월매(臘月梅)를 찾아서


전남 순천의 금둔사는 조금 생소한 이름이다. 주변에 선암사와 송광사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 낙안읍성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잘 생긴 바위산 하나가 보이는데 그 산이 금전산이고 그 산기슭에 바로 금둔사가 있다. 뭣보다 ‘봄’이라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서둘러 이곳을 찾아야 할 까닭은 바로 매화에 있다. 그것도 음력 섣달에 핀다고 해서 납월매(臘月梅), 이른 봄 가장 빨리 피는 매화를 찾아 순천 금둔사로 가보자.

                    
                

금전산 기슭 조용한 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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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금둔사 일주문, 2013년 보수공사 중 무너져 새로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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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금둔사 대웅전의 늠름한 전경

금둔사가 창건된 시기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통일신라 시대로 추측하다가, 발굴되는 유물을 토대로 9세기(800년대)임을 확인한 상태다. 적어도 천 년은 넘은 고찰인 셈. 그럼에도 역시 순천시에 있는 명찰 선암사와 송광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정유재란 때 전소한 후 17세기 후반에는 완전히 폐사에 이르렀는데, 1983년 10여 동의 전각을 지금의 모습으로 새로이 지은 것이다. 절에 들어서면서 만나게 되는 돌다리는 아치형으로 유명한 선암사의 승선교와 견주어 크기만 작을 뿐, 형태와 견고함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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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945호 금둔사지 삼층석탑. 뒤편으로 석불비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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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946호 금둔사지 석불비상. 사실적인 사람의 모습으로 조각된 불상이다.

금둔사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석불비상, 두 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경내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두 점이 함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층석탑은 비례가 잘 맞는 신라 형식의 탑으로, 석불비상과 서로 연관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석불비상은 통일신라에서 고려 시대로 넘어오기 전 추상화 되지 않은 불상 조각 양식을 잘 보여주는 예로, 실제 사람의 모습과 굉장히 유사하다.

 

가장 빨리 피는 매화를 찾아서

가장 빨리 피는 금둔사 납월매. 봄꽃 개화가 늦어질 때도 다른 곳보다는 항상 일찍 핀다.

금둔사 매화는 봄에 피는 것이 아니라, 봄을 알려주려 핀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이는 뒤편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금전산이 자리하고 앞에는 막힘없이 햇살이 잘 들기 때문이다. 사실 금둔사 매화는 순천 낙안읍성에 600년 넘게 자리를 지키다 고사한 홍매화 나무의 자손이다. 이 나무는 음력 섣달에 꽃을 피워 납월매(臘月梅)라고 불렸다. 원래의 납월매는 사라졌지만, 나무가 명을 다하기 전 그 씨앗을 받아 금둔사에 심은 여섯 그루의 수령도 30여 년에 가까워졌다. 여전히 납월매는 일찍 꽃을 피워, 빠르면 1월부터 피기 시작한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재빨리 금둔사로 갈 일이다. 이른 봄 가장 먼저 피는 매화를 보고 싶다면 말이다. 다만, 날씨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 그리고 금둔사 납월매가 만개하거나 질 무렵에는 주변의 선암사와 송광사를 찾으면 적절하게 핀 매화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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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피는 매화를 보려면 금둔사로! 시기를 잘 맞추면 금둔사 납월매, 선암사 선암매, 송광사 송광매까지, 순천시의 매화를 모두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3월 1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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