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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차리고 봄 맞으러 가자, 우리 봄철 보양식


천지가 새로 깨어나는 봄에 되레 사람들은 비실비실해진다. 춘곤증으로 나른하고 입맛도 없어지기 일쑤. 몸은 갑자기 활발해진 신진대사 때문에 영양분을 달라고 외쳐대고 기운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따뜻한 날씨와 함께 기운 넘치는 먹거리들도 돌아온다는 사실로, 봄에는 체력을 보할 싱싱한 제철 음식이 많다. 봄나들이로 떠날 길에서 보신도 할 수 있다면 일거양득. 한국의 땅과 바다 깊은 곳으로부터 오는 영양 만점 봄철 보양식을 알아보자.

                    
                

바다의 기운 꼭 담아 간직한 봄 조개

봄철의 해산물은 산란기를 맞아 살이 오르고 맛도 절정에 달하는 최고의 제철 음식이다. 차가운 바닷물에서 육질을 보존한 까닭에 식감이 둔해진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시장에는 어느 때보다도 싱싱한 자태로 나와 있는 주꾸미, 민어 등 다양한 해산물을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조개류가 봄 바다를 대표한다. 조개는 철 함유량이 많아 빈혈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몸속 중금속 등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어 미세먼지와 황사에 노출되는 봄철에 특히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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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은 철을 함유해 빈혈에 좋다. 사진은 전북 부안군의 바지락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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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와 양념을 곁들인 바지락 비빔밥은 통영시에서 굴밥만큼이나 인기 있는 메뉴다.

전국 각지에 이 조개로 만든 칼국수가 없는 곳이 없을 만큼, 시원한 맛으로 사랑받는 바지락은 봄철 어깨에 더 힘을 준다. 서·남해에 걸쳐 두루 나며 서쪽은 펄에서, 남쪽은 모래에서 자라는 것으로 그 모양과 맛이 조금씩 다르다. 국내 바지락 생산의 약 40퍼센트가 이뤄지는 전북 고창군, 부안군 일대에는 주로 바지락으로 죽을 끓여 먹는다. 보양식으로 흔히들 말하는 전복죽 못지않게 풍부한 바다의 맛과 영양을 자랑한다. 남해의 통영시, 거제시 등지에선 바지락 비빔밥이 채소와 쫄깃한 바지락 살이 더해져 입맛을 돋운다.
 

봄이 제철인 부산시의 갈미조개탕, 삼겹살과 곁들여도 별미다. 명주조개, 노랑조개라고도 불린다.

부산시 낙동강 주변으로 가면 ‘갈미’라는 이름의 독특한 조개를 만날 수 있는데, 갈매기 부리를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사실 이 조개 역시 전국 각지에서 잡혀 강원도에서는 살이 노란 노랑조개, 경남 지역에서는 명지 삼각주에서 많이 난다고 명주조개라고도 부른다. 이 조개는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잡혀 간이 적당히 배어있고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으로, 겨울부터 4월까지가 제철이다. 찜과 전골 등 다양하게 먹으며, 부산시에서는 삼겹살과 곁들이는 별미로 독특한 궁합을 자랑한다.

 

땅속에서 힘을 기른 봄 산채 정식

전북 정읍시의 산채 정식. 상다리가 부러질 듯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봄은 어느 때보다 땅에서 많은 것들이 나는 시기. 이때 땅속의 각종 영양분을 담아 돋는 새싹은 맛도 맛이지만 기운을 보충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양식이다. 신진대사를 돕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 고기와는 또 다른 신선한 영양 공급원이 된다. 보통 봄이면 집집마다 봄나물 한 번씩은 무쳐 먹기 마련이지만, 몸보신으로 한 끼 거하게 먹기를 원한다면 산채 정식을 권한다. 특히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는 한정식집이 많기로 소문난 전라도에서는 향긋하고 몸에 좋은 산채 정식도 입이 떡 벌어지게 나온다.
 

전북 무주군의 산채 정식. 열을 맞춰 정렬한 나물 반찬들이 바로 봄철 제격인 보양식이다.

보통 상차림에선 고기요리가 주연, 나물 등 반찬이 조연을 맡곤 하지만, 전라도의 산채 정식만큼은 나물이 주가 된다. 참나물, 취나물, 머위, 비름나물 등은 모두 무쳐놓으면 비슷비슷한 녹색 나물처럼 보이지만 그 맛과 향은 조금 부드러운 것부터, 알싸하고 쌉싸름한 것까지 다양하다. 미나리, 달래, 두릅, 더덕, 시래기처럼 특징 있는 모양을 한 것들은 그나마 친숙하다. 이외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 나물과 전, 생선구이, 각종 김치로 상 위에는 어림잡아 50여 개의 반찬 그릇이 놓인다. 조그만 된장찌개가 외로워 보일 만큼 막강한 산채나물 군단 밥상을 받으면, 미처 밥을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르고 이미 몸이 가뿐해지는 착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은 이 대목에서 실감이 난다.

기운찬 봄의 땅속에서 자란 봄나물은 너무 자란 후에는 섬유질 때문에 질겨진다. 해산물 역시 동결이 가능하다고 해도, 제철 갓 잡아 싱싱한 것이 맛도 영양도 제일이다. 따라서 봄철의 보양식들은 모두 잠깐 만연하는 봄에만 즐길 수 있는 만큼, 나들이와 몸보신을 명분 삼아 이번 주말에는 봄 보양식 여행을 떠나보자. 미루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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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자연의 힘을 한껏 담은 산뜻한 보양식이 많답니다. 좋은 풍경, 좋은 음식이 있는 봄맞이 나들이를  미리 떠나보세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2월 2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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