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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속 동심이 가득, 어린이대공원


소풍 전날이면 늘 마음이 달떴다. 설레는 마음에 밤새 잠 못 이루다 새벽녘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아 오면 스스로 잠에서 깼다. 그런 날에는 엄마의 깨우는 소리도, 시계의 알람 소리도 따로 필요가 없었다. 눈을 뜨면 맨 먼저 부엌으로 달려갔다. 부엌에서는 어김없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풍겨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김밥은 늘 그랬듯 도시락통에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남은 김밥 꼭지를 먹으며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 시절. 그런 유년 시절의 기억은 이제 희미해진 지 오래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은 한때 서울 근교 어린이들의 단골 소풍 명소였다. 그러나 다른 놀이공원이 새롭게 생겨나면서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한다. 

                    
                

유년 시절의 향수, 어린이대공원

어린이대공원의 정문. 한옥모양의 출입구가 인상적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서울 광진구에 있는 휴식 공간이다. 본래 어린이대공원의 부지는 1929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경성골프구락부’의 것이었다. 이 자리에 어린이대공원이 들어선 것은 이후 40여 년 뒤의 일이다. 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 대통령 내외의 참석 하에 성대한 준공식이 열린다. 당시 공원의 면적은 53만여㎡로 동양 최대 규모였다. 준공식 당일 오후에는 무료 개장을 했는데, 30만 명 이상의 시민이 한꺼번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린이대공원은 서울 시민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공원이다. 개원 이후 오랫동안 서울 지역 어린이들의 단골 소풍 명소였던 데다, 푸른 숲과 녹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가족 단위로 찾는 관람객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설은 노후되고, 새롭게 생겨난 놀이공원과 휴식 공간에 의해 관람객의 발길도 뜸해진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가던 어린이대공원이 어느 날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재개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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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에는 유년 시절의 향수와 동심을 자극하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청룡열차’에서 ‘88열차’로 이름이 한 차례 바뀐 바 있는 롤러코스터는 ‘패밀리 코스터’라는 새 이름을 얻었고, 서울 어린이들의 추억이 담긴 바이킹은 ‘슈퍼바이킹’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숱한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던 ‘대관람차’는 자취를 감췄지만, ‘드롭타워’ 등 새로운 놀이기구도 들어섰다. 한편, 놀이동산 곳곳에는 백설 공주와 오즈의 마법사 등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영화 속 주인공의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다른 놀이공원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시설도 빈약한 듯 보이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어린이대공원만의 특별함도 있다. 바로 공원 곳곳에는 녹아 있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다.

 

봄꽃 종합선물세트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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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은 서울 시내 봄꽃 명소로 손꼽히며, 매년 4월경 벚꽃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은 전체의 60퍼센트 이상이 수목지구와 잔디지구로 조성돼 있을 만큼 녹지 공간이 풍부한 곳이다. 각종 온실 식물과 야생화가 서식하는 식물나라도 있지만, 거리 곳곳이 푸른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도 나무와 꽃을 관람하기에 좋다. 특히 봄철 어린이 대공원은 여의도 윤중로 못지않은 상춘 명소로 손꼽힌다. 공원 내 벚나무들이 터널을 이뤄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노란 목련과 개나리, 진분홍 철쭉 등이 공원 곳곳을 수놓아, 봄날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원 내 벚꽃이 만개하는 매년 4월경이면 벚꽃축제가 개최된다.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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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의 동물나라에는 90여 종 4천여 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사진은 꽃사슴(좌)과 호랑이(우).

어린이대공원은 크게 동물나라와 자연나라, 재미나라 등으로 조성돼있다. 이중 빼놓지 말고 둘러보아야 할 곳이 있으니 바로 동물나라다. 어린이대공원의 동물나라에는 4천여 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사자와 호랑이, 꽃사슴, 코끼리 등 포유류부터 고니, 공작, 앵무새 등의 조류와 아나콘다, 도마뱀 등의 파충류까지 종류만 해도 90여 종에 이른다. 관람구역은 동물의 종류에 따라 맹수마을, 사슴마을, 원숭이마을 등 10개 구역으로 나뉜다. 동물을 바라보는 눈은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굳이 과자에 비유하자면 어린이대공원은 ‘종합과자선물세트’를 닮았다. 고급 과자라 할 순 없지만 없는 것 빼고는 모두 들었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 테마파크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동물과 식물, 놀이기구까지 없는 것이 없다. 게다가 유년 시절의 추억까지 선사해 주니, 어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어린이대공원 이정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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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대공원 이정표의 모습이다.
  • 어린이대공원 안에는 식물을 볼 수 있는 식물원이 갖춰져 있다.
  • 특이한 외형의 야생화원. 쉽게 접하기 힘든 꽃들을 접할 수 있다.
  • 어린이대공원 안의 분수. 맑은 날에 더더욱 아름다움을 발한다.
  • 그 외에도 편의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 봄이 되면 어린이대공원의 식물들은 아름다운 색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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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식물, 놀이기구로도 모자라 화사한 봄꽃과 아련한 추억까지 선사해 주는 어린이대공원! 상춘 장소를 아직 정하지 못하셨다면 가까운 어린이대공원에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트래블투데이 황태희 취재기자

발행2017년 03월 2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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