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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별 보러 가는 길에서 만난 좌구산 천문대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변소를 가는 일은 ‘전설의 고향’을 보는 것만큼이나 무서웠다. 그때만 해도 시골에서는 화장실을 밖에 둔 집이 더 흔할 때였다. 한밤중 일이라도 보려면 그야말로 야단이었다. 잠든 가족을 억지로 흔들어 깨우는 날도 있었지만, 가족들 모두가 끝끝내 모르는 체라도 하는 날엔 정말이지 낭패였다. 그런 날이면 작은 손전등으로는 성에 안 차, 제 팔뚝보다 굵은 손전등을 들고 마당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던 기억이 있다. 저 멀리 띄엄띄엄 서 있는 동네의 가로등 불빛만이 마당 위를 희미하게 드리웠다. 어른 보폭으로는 열 걸음이면 충분히 닿을 거리인데, 어린아이의 보폭으로는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럴 때 위안이 되던 것이 다름 아닌 머리 위의 별빛이었다. 몇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별빛들은 깜깜한 어둠으로 겁에 질린 아이를 가만히 다독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임도

 
  • 좌구산에 위치한 임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임도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좌구산은 충북 증평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이 좌구산 자락을 임도가 지난다. 임도는 임산물의 수송이나 삼림을 관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도로를 말한다. 좌구산의 임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임도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임도는 율리 삼거리를 지나 밤티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거북이별보러가는길’은 이 임도를 이용해 조성됐다. 율리삼거리에서부터 방고개 고갯마루까지 이어지는 약 4km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길을 가리킨다.
 
좌구산은 산의 모양이 거북이가 앉아 있는 형상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거북이별보러가는길’이라는 남다른 이름이 붙여지게 된 계기다.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데에는 산의 독특한 형상도 한몫을 했지만, ‘토끼와 거북이’ 우화도 한몫을 했다. 아마 길지 않은 길이니, 천천히 걸으라는 뜻에서 그리 지은 듯하다. 어쨌거나 이 ‘거북이별보러가는길’에 발을 들이면 걸음은 자연히 느려진다.
 
길의 초입에 있었던 밤티마을은 어느새 작은 장난감 마을처럼 변해 있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 주위를 수풀이 울창하게 감싼다. 한눈에 들어오는 좌구산의 산세는 속세의 번뇌들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 사느라 쉬지도 않고 앞으로 내달리기만 했던 지난날들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거북이별보러가는길’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거북이가 된다.
 

 

이 길의 끝에는 빛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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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이 별 보러 가는 길'의 끝인 고갯마루에는 좌구산 천문대가 위치하고 있다.

거북이가 되었다면 다음은 별을 볼 차례다. 그 이름도 ‘별 보러 가는 길’이 아니던가. 언젠가 긴긴밤을 지새운 적 있는 이라면 누구든 안다. 도무지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어둠의 무게를. 그럴 때 별빛은 가만히 제 자리에서 빛나며 어둠에 지친 이를 보듬는다. ‘거북이별보러가는길‘이 다른 도보여행길과 다른 점은 여기에 있다. 길의 끝에는 끝이 아닌 빛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어릴 적 머리 위의 별들이 아이의 마음을 위로했듯,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별들은 세상살이의 지친 어른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거북이별보러가는길’의 끝인 고갯마루에는 좌구산천문대가 위치하고 있다. 좌구산천문대는 356mm 굴절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다른 천문대에서는 볼 수 없는 천체들의 생생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적한 산자락에 위치해 빛 공해가 적다 보니 밤이 되면 5등급의 희미한 별을 약 1,500여 개 정도 관측할 수 있다. 한낮에는 태양과 금성, 3등급의 별들을 관측한다. 그렇다 보니 좌구산천문대에서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별을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좌구산천문대에는 이 같은 관측실 외에도 천체투영실, 영상강의실, 전시실, 관망대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관망대에서는 첩첩이 쌓인 좌구산의 산세를 조망할 수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한편 인근에는 좌구산휴양림과 율리 휴양촌이 조성돼 있어 하룻밤 머물고 가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한 줄기 빛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좌구산의 한 마리 거북이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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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에 지친 당신! 한줄기 빛을 통해 위안을 얻고 싶다면 충북 증평군의 좌구산으로 떠나보아요! 자연으로 둘러싸인 길과 빛이 당신을 위로해 줄 거에요!

트래블투데이 엄은솔 취재기자

발행2015년 03월 0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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