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한 냥이오! 두 냥이오! 통인시장에서 만나는 ‘엽전도시락’,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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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한 냥이오! 두 냥이오! 통인시장에서 만나는 ‘엽전도시락’


자고로 시장은 사람으로 북적거려야 제맛이라 했다. 그런데 요즘 전통시장들은 입을 모아 장사가 어렵다고 말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생겨나며 손님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든 예외는 있는 법이라 했으니, 통인시장만큼은 그 불황을 피한 듯하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통인시장에는 평일, 밤낮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평일 한낮인데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보인다. 개중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도, 넥타이를 맨 직장인도 있다. 벌써 여러 번 다녀간 듯 능숙하게 반찬을 담는 이도 있는가 하면,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한 듯 쭈뼛쭈뼛 친구의 뒤를 따르는 이도 있다. 주먹을 꽉 쥔 사람들의 손에서는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서촌의 명물 통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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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인시장은 서촌 주민들의 쉼터인 세종마루 지척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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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인시장 내 80여 개 점포 중 도시락 카페 가맹점은 약 20여 곳이다.

필운대로와 자하문로 7길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세종마루라 불리는 정자가 하나 있다. 동네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는 이 정자는 마을을 처음 찾은 이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 청와대에 빵을 납품해 이름이 알려진 효자베이커리가 지척에 있고, 이 정자를 끼고 자하문로를 따라 쭉 오르면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렸다는 수성동계곡에 이른다. 정자가 일러주는 것은 또 있다. 아니, ‘냄새’가 일러준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정자 근처에 이르면 어김없이 어딘가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기 때문이다.
 
때마침 출출한 사람들은, 혹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무언가에 홀린 듯 냄새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맛있는 냄새의 근원지는 바로 통인시장이다. 그냥 보기에는 보통 시장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첫째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요, 둘째는 사람들이 이상한 통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점포 앞에는 저마다 ‘도시락 카페 가맹점’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아아, 이제야 그 이유를 알 듯하다. 

 

반찬을 사려거든 엽전을 내시오

  • 2012년 '엽전 도시락'이 시작된 이후,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 갔다.

‘한 냥!’ 잡채가 얼마냐 묻는 손님의 물음에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활기 넘치는 목소리로 답한다. 조금 더 많이 담아 달라는 둥, 이렇게 팔면 남는 게 없다는 둥 가격 흥정을 하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시골 장터의 풍경인데, 조금 색다른 것이 있다. 바로 화폐다. 이곳의 화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폐나 동전이 아니다. 엽전이다.
 
엽전으로 먹고 싶은 반찬을 사서 먹는 도시락, 이른바 ‘엽전 도시락’은 통인시장에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은 일등 공신이다. 광장시장이나 남대문시장처럼 크고 화려하지 않은 통인시장에 연일 많은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이유다. 이 엽전 도시락을 맛보기 위해 평일에는 600명, 주말에는 1,3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다녀간다. 다른 재래시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인 데다, 저렴하면서도 맛 좋은 음식이 입소문을 탔다.
 
약 80여 개 점포가 모여 있는 통인시장에 엽전을 이용해 반찬을 살 수 있는 도시락 카페 가맹점은 현재 20여 곳이다. 엽전은 시장의 중간쯤 위치한 도시락 카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엽전 한 냥 당 가치는 500원이다. 보통 엽전을 열 냥 정도 바꾸면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밥과 국은 도시락 카페 내에서 구매하면 된다.

 

통인시장에서 꼭 맛봐야 할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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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강정, 떡갈비, 각종 나물 등 도시락 카페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반찬의 가짓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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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솥뚜껑 위에서 고춧가루나 간장과 함께 볶는 기름떡볶이는 통인시장의 명물이다.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반찬의 가짓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통인시장의 명물인 기름 떡볶이부터, 닭강정, 떡갈비, 부침개, 만두, 계란말이, 제육볶음, 각종 나물 등 반찬이 너무 많아 오히려 뭘 먹을지 고르는 것이 고민이다. 이 같은 반찬은 대부분 엽전 한 냥에서 두 냥 정도의 값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중 꼭 맛 봐야 할 것이 있다면 단연 기름떡볶이와 떡갈비다. 기름떡볶이는 통인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통인시장에 들러 기름떡볶이를 맛보고 가기도 했다. 기름떡볶이는 고춧가루나 간장소스를 버무려 솥뚜껑 위에서 기름으로 볶아낸 떡볶이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떡볶이와는 모양도 맛도 다르다.
 
처음 맛 보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계속 먹다 보면 제법 고소한 맛이 난다.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볶아 주기 때문에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한편 떡갈비는 떡볶이 떡에 돼지고기를 두른 음식이다. 떡의 쫄깃한 맛과 고기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자꾸만 손이 간다. 여전히 우리 옛 멋을 간직하고 있는 서촌에서, 우리 전통의 맛이 있는 엽전도시락으로 한 끼 두둑이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1. 고급스러운 한식당이 아닌 소박한 우리 밥상을 궁금해하는 외국인 친구를 데려가면 좋아요!
2. '엽전'이 한국의 전통 화폐라는 사실을 알려주세요! 
3. 외국인 친구들에게 반찬을 사기 위해 필요한 간단한 한국어를 알려주세요! '얼마예요?', '이거 주세요!', '많이 주세요!' 등.
4. 도시락 카페는 항상 사람으로 붐벼요! 호젓한 식사를 원한다면 도시락을 들고 야외로 떠나보세요.
5. 통인시장은 작지만 있는 게 많아요. 갑자기 쇼핑 욕구가 들지도 모르니 소정의 현금을 준비해 가세요!
 

세종마루에 동네 어르신들이 앉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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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마루에 동네 어르신들이 앉아 쉬고 있다.
  • 엽전도시락에 필요한 엽전은 '통인시장' 내 도시락카페 2층에서 판매한다.
  • 엽전으로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반찬들.
  • 엽전으로 도시락을 구매하고 있는 젊은 연인.
  • 아이와 어머니가 엽전도시락에 반찬을 받고 있다.
  • 통인시장의 명물인 기름떡볶이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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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있고 맛이 있는 통인시장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엽전도시락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아요!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6년 09월 1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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