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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면, ‘타임캡슐공원’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앤디 워홀은 1960년대 초부터 30여 년에 걸쳐 매일 자신의 모든 창작 활동과 작업과정, 사적인 일상 등 생활에서 파생되는 크고 작은 기록물들을 상자에 담으며 ‘타임캡슐’이라 명명한다. 그렇게 채워진 총 610개의 상자들은 앤디 워홀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가, 앤디 워홀미술관을 개관할 때 그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타임캡슐(Time Capsule)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방법 중 하나로, 한 시대와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각종 물건을 특수 용기에 담아 보관해 두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꺼내보는 방법을 말한다. 세계 최초의 타임캡슐은 1939년 뉴욕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땅속에 묻은 것이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중앙일보사에서 창사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타임캡슐을 묻은 바 있다. 

                    
                

영화 속 '엽기 소나무'가 타임캡슐공원으로

  • '엽기 소나무'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 두 주인공이 타임캡슐을 묻으면서 유명해졌다.

타임캡슐을 묻기 위해서는 대단한 업적을 쓰거나 위대한 문화유산 정도는 남겨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추억하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로 가족과 친구, 연인 사이에서 더욱 많이 쓰인다. 1년 뒤에 편지를 배달해주는 ‘느린 우체통’도 타임캡슐과 비슷한 예다.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유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엽기’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견우(차태현 분)와 그녀(전지현 분)가 3년 후 만날 것을 기약하며 서로에 쓴 편지와 목걸이를 담은 타임캡슐을 소나무 밑에 묻는 마지막 장면 때문에, 당시 수많은 연인과 친구들 사이에서는 타임캡슐을 묻는 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후 영화 속 소나무는 영화의 제목을 따 ‘엽기 소나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데, 영화가 개봉한 지 꼭 10년 만인 지난 2011년 이 엽기 소나무를 중심으로 타임캡슐공원이 새롭게 조성됐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견우와 그녀처럼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끔, 정선군에서 타임캡슐을 보관하는 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타임캡슐공원’에서 지금을 추억하다

  • 현재 '엽기 소나무'를 중심으로 타임캡슐공원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남기고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강원도 정선 지역의 고랭지 채소밭으로 유명한 이른바 ‘새비재’에 자리 잡고 있다. 정선 남부에 위치한 예미역에서 421번 도로를 타고 함백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함백다목적복지회관이 나타난다. 이 복지회관을 지나 약 100m 정도만 더 가면 도로의 오른편으로 타임캡슐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길 이름부터 ‘엽기소나무길’이다. 엽기소나무길을 따라 구불구불 오르면 어느 순간 타임캡슐공원에 이른다.
 
해발 850m에 위치한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촬영 당시만 해도 고랭지 채소밭에 불과했다. 엽기 소나무도 배추 사이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형상이었다. 그러나 영화 상영 이후 소나무를 찾는 연인들이 늘어가면서 촬영지 활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타임캡슐공원이 들어서게 됐다. 현재 공원에는 타임캡슐광장을 비롯한 포토존, 낙서광장, 장미아치, 추억의 길 등이 조성돼 있다.
 
타임캡슐광장의 중심에는 엽기 소나무가 우뚝 서 있다. 이 소나무를 중심으로 12개의 방사형 원형블록이 설치돼 있는데, 각 블록 안에는 열두 달을 의미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추억을 보관하고자 하는 이들은 각자의 특별한 날이 들어있는 달을 지정하여 타임캡슐을 묻을 수 있다. 타원형으로 생긴 캡슐에 편지, 사진 등 추억의 물건들을 담아 100일, 1년, 2년, 3년 가운데 원하는 기간을 선택해 묻으면 된다. 타임캡슐의 기간은 비록 유효할지 모르나, 추억에는 유효기간이 없는 법. 특별한 이와 함께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는 특별한 추억여행을 하고 싶다면 정선의 타임캡슐로 공원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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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견우와 엽기적인 그녀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던 엽기 소나무에서, 우리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추억을 묻어볼까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8월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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