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는 본래 고대 로마 그리스도교의 성인인 발렌티누스를 기리는 축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던 풍습은 그 옛날에도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초콜릿을 주고받는 풍습은 현대에 이르러 새롭게 생겨난 문화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여성 쪽에서 좋아하는 남성이나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자리를 잡았다. 남몰래 간직해온 마음을 고백하거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는 건 참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랑은 시작보다 지켜나가는 것이 더욱 어렵다. 그리스도교의 축일이지만 얄궂게 부처님 말씀을 인용해 보자면, ‘사랑으로부터 걱정이 생기고 사랑으로부터 두려움이 생긴다’고 했다. 우리 사랑 이대로 영원할 수는 없는 걸까. 사랑을 이루고 싶고, 사랑을 지키고 싶은 당신, [트래블투데이]가 추천하는 ‘이곳들’에 찾아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보는 건 어떨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다리, 광한루원 오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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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는 소설 ‘춘향전’의 배경이 된 곳으로, 춘향과 몽룡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녹아있는 고장으로 유명하다. 춘향과 몽룡의 흔적을 좇아 온 이들이 남원시에서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광한루원이다. 광한루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정원으로서 광한루와 연못, 오작교가 어우러진 경관이 몹시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광한루원 내에 있는 광한루는 조선 세종 때인 1419년, 양녕대군의 폐위를 반대하던 황희 정승이 남원으로 유배를 오면서 세운 누각이다. 평양시의 부벽루, 진주시의 촉석루, 밀양시의 영남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으로 꼽힌다. 광한루의 명칭은 본래 ‘광통루’였다. 그러던 중 집현전 학자로도 잘 알려진 정인지가 전라 관찰사로 부임하면서, 이곳의 풍경이 달나라에 있는 옥황상제의 궁전(廣寒淸虛府)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여 ‘광한루’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바꾸었다.
그러나 광한루원에는 보물 제281호로 지정된 광한루보다도 더욱 인기 있는 명소가 있다. 춘향과 몽룡이 사랑을 맹세했다고 전해지는 ‘오작교’가 그것이다. 오작교는 세조 7년인 1461년 남원부사 장의국에 의해 만들어진 석재 다리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 까마귀와 까치들이 모여 서로 몸을 이어 만들었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오작교에서 따온 이름이다.
설화 속 견우와 직녀처럼 소설 속 춘향과 몽룡도 이곳 오작교 위에서 사랑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오작교를 부부가 함께 건너면 금실이 더 좋아지고,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냥 보기에는 다소 투박한 오작교의 풍경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정히 손을 붙잡고 다리 위를 나란히 걷는 저 숱한 연인들 때문일 것이다.
소중한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나무,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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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는 뿌리가 서로 다른 나뭇가지가 한데 엉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가리킨다. 자연적 현상이지만 매우 드물어, 오래전부터 남녀 사이 또는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많이 언급됐다. 연리지가 천생연분을 비유하는 뜻으로 처음 사용된 것은 당나라 때로 본다. 당대 이름난 시인이었던 백거이(白居易)가 쓴 ‘장한가(長恨歌)’에서다. ‘장한가’는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시인데, 이 시에 보면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在地願爲連理枝)’라는 구절이 쓰여 있다.
백거이의 시를 시초로 하여 연리지는 절절한 사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무로 자리매김했다. 연인이나 부부가 연리지의 붙은 가지 밑을 함께 지나거나, 연리지 앞에서 손을 붙잡고 기원하면 사랑의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연리지로 유명한 곳들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한 군데가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 산막이옛길이다. 산막이옛길은 훼손되지 않은 산과 물, 그리고 숲을 간직하고 있는 길이다. 연리지는 이 길의 초입에 있는데, 이 연리지를 백 번 찾아가면 소중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청풍 문화재단지에서도 연리지가 자생하고 있다. 청풍호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이 소나무의 높이는 10여 미터에 이르는데, 가지는 약 2m 높이에서 합쳐져 있다. 서로 다른 뿌리에서 난 두 그루의 나뭇가지가 합쳐진 모습이 신비로우면서도 경외롭다. 이 밖에도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동백나무 연리지,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 등이 유명하다.
천 년의 사랑을 기약하는 연못, 궁남지
경주시의 안압지가 통일신라 시대 때의 궁궐건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면, 궁남지는 단아한 멋이 서려 있는 백제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정원이다. 조성 당시 궁궐의 남쪽에 있다 하여 궁남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궁남지의 주변에는 약 5만여 평에 달하는 연꽃밭이 조성돼 있어, 해마다 여름철이면 백련, 홍련, 수련 등 다양한 연꽃을 볼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궁남지는 백제 무왕인 서동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의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서동이 아름답기로 소문 난 선화공주의 마음을 사기 위해 ‘서동요’라는 노래를 지어 마을의 아이들에게 부르게 하고 다니게 했다는 설화는 유명하다. 궁남지 곳곳에는 서동과 선화공주를 나타내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천 년의 사랑’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조형물이다. 이곳에서 동전을 던져 동전이 연꽃 안으로 들어가면 사랑하는 사람과 천 년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을 다녀간 숱한 연인들의 바람을 증명하듯 셀 수 없이 많은 동전이 들어가 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연인과 함께 오작교를 건넌다고 해서, 연리지 아래에서 영원한 사랑을 소망한다고 해서, 또 동전을 한두 개쯤 던진다고 해서 영원한 사랑을 꿈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물론 ‘사랑’이라는 콩깍지에 이러한 얼토당토않은 미신을 믿게 하는 힘이 어느 정도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어찌 됐건 지금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의무가 있다. 그 의무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하는 일, 그리고 함께 있는 동안에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는 일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내 곁에 오래 오래 두고 싶은 연인이 있다면, 속는 셈 치고 한 번 영원한 사랑을 빌어보시길!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2월 1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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