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달콤 무침회에 빠져들다, 대구 2호선 반고개역
‘볼거리 없고 먹을거리 없는 대구’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근 대구는 김광석 거리와 근대문화 골목투어 등으로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관광 명소로 재탄생했다. 이에 힘입어 대구시에서는 ‘대구 10미(味)’를 선정해 관광객들에게 대구의 멋뿐만 아니라 맛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 10미’에는 대구의 대표 향토음식인 따로국밥, 납작만두, 복어불고기, 동인동 찜갈비, 뭉티기, 누른국수, 막창구이, 야키우동, 논메기매운탕, 무침회 등이 포함됐다. 이중 내당동 반고개 일대를 중심으로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는 무침회는 많은 관광객이 인정하는 대구 별미 중 하나다. 매콤달콤한 무침회의 맛을 보고 싶다면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에서 내리면 된다.
바람고개? 밤고개? 반고개!
내륙지방인 대구에서는 활어대신 무침회가 발달했다. 논고등과 삶은 오징어, 소라, 아나고 회를 초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와 마늘과 생강으로 버무린 것이 대구 무침회이다. 뭉티기처럼 대구에만 있는 별미인 무침회는 논에서 나는 논 고등은 데치고 아나고는 생것으로 넣은 것이 특징이다. 무침회 맛은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다. 참기름을 듬뿍 넣어 고소한 맛이거나 무침 회 그대로 상큼한 맛일 수도 있다. 회위에 김 가루를 뿌려주기도 한다. 대구 무침회 맛집은 내당동 반고개 골목에 모여 있다.
현재는 행정구역상의 명칭이 되었지만 반고개는 본래 대구 서구 내당동에 위치한 고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반고개라는 명칭이 유래한 이유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다. 고개가 야트막해 보통 언덕의 반만 하다고 해서 반고개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조선 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이 일대에 떼강도가 많아 고개를 반밖에 넘지 못했다고 해서 반고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한편, 대구 서구문화원 자료에 따르면 오래전에는 이 일대를 바람고개, 밤고개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고개에 바람이 세게 불어 바람고개라 불렀다는 설과 밤이 되면 고개를 넘지 못한다고 해서 밤고개라고 불렀다고 하는 설, 밤나무가 많아서 밤고개라 불렀다는 설 등 명칭에 관한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매콤달콤 오묘한 그 맛, 무침회 골목의 시작
대구 내당동 반고개에 일대에 회무침을 판매하는 업소들이 즐비해 있다.
명칭에 대한 설은 분분하지만 어쨌든 오래전 반고개는 그저 넘어야 하는 고개에 지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고개하면 야트막한 고개의 모습보다도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무침회다.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에서 1번 출구로 나오면 지척 거리에 무침회 골목이 자리 잡고 있다. 골목은 서대구농협 내당지점부터 시작되어 약 500미터 정도 이어진다. 이 골목의 양편으로는 현재 15곳 정도의 업소가 성업 중이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의 역사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직후여서 너나 할 것 없이 생활이 어렵던 시절이었다. 이때 옛 구남여상 근처의 반고개 마을에는 ‘진주식당’이라는 허름한 실비집이 하나 있었는데, 이 식당의 주인이던 이른바 ‘화끈할매’가 무침회를 안주로 내놓은 것이 시초가 됐다. 무침회는 안주로는 물론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어 인근에 거주하던 서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침회의 인기가 높아지자 주변에서 장사를 하던 다른 가게들도 하나, 둘 무침회 식당으로 전업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무침회 골목은 진주식당을 필두로 하여 형성됐다.
붉으스레 잘 무쳐진 색깔만 봐도 군침 넘어가네, 대구 무침회
회무침은 매콤하고 달콤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침회는 매콤한 맛과 달콤한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무침회 골목의 식당에서는 단골손님들이 주문할 때 자신의 입맛에 따라 ‘더 맵게’, ‘덜 맵게’ 등의 요구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별도의 주문을 하지 않은 채 무침회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강한 매운맛에 놀라기도 하지만 이내 그 오묘한 맛에 빠져들고 만다. 무침회는 바다에서 먼 내륙지방에 위치한 대구의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신선한 회를 맛보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오징어를 살짝 데쳐 양념에 버무려 먹는 방법으로 대신한 것이다.
무침회는 살짝 데친 오징어를 상큼한 맛이 나는 무채, 미나리 등의 채소와 함께 마늘, 생강, 초고추장 등이 들어간 양념으로 즉석에서 버무려 먹는다. 최근에는 오징어 외에도 소라, 우렁이 등 식당에 따라 다양한 해산물을 함께 버무려 먹기도 한다. 또 흰 쌀밥에 김 가루, 참기름 등을 섞어 비벼 먹는 무침회 비빔밥도 인기다. 반고개 무침회는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포장주문이 쇄도할 정도로 대구를 대표하는 별미가 됐다. 매콤달콤 오묘한 무침회의 맛이 궁금하다면 2호선 반고개역으로 향하라.
무침회의 새빨간 양념만 보아도 군침이 꼴깍 도는데요! 새콤매콤한 회 맛을 볼 수 있는 2호선 반고개역으로 떠나볼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엄은솔 취재기자
발행2015년 07월 01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