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지붕 너머로 우뚝 솟은, 전주 전동성당,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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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지붕 너머로 우뚝 솟은, 전주 전동성당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는 약 700여 채의 전통 한옥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다. 전주의 상징이자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이 된 전주 한옥마을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을사늑약 이후에 전주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전주성 안쪽까지 진출하자, 이에 반발한 전주 사람들이 이 일대에 한옥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이후 1970년대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되어 개발이 제한됐다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옹기종기 모인 한옥 외에도 경기전, 전주향교, 오목대 등 중요 문화재와 문화시설이 산재해 있다. 이처럼 기와 풍경이 익숙한 마을의 들머리에 한옥과는 독특한 대비를 이루는 첨탑 하나가 솟아 있다. 전주 전동성당이다. 

                    
                

한국 최초의 순교터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재된 전동성당에서 웅장함이 느껴진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는 아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주교가 유입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박해가 있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시는 그 가운데서도 초기 순교자가 유난히 많은 곳으로 ‘순교의 땅‘이라 불린다. 한옥마을 초입에 위치한 전동성당은 한국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등이 순교한 자리에 세워졌다.
 
윤지충은 1791년 모친상을 당한 뒤 유교식 조상 제사를 폐지했다는 이유로, ‘풍남문 밖’인 지금의 전동성당 자리에서 잔인하게 참수되어 9일간 풍남문에 내걸렸다. 전동성당은 윤지충과 그의 외종사촌 권상연이 순교한 지 백 년이 지난 1891년 본당 터를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1908년 건축에 착수, 1914년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의 설계로 완공되었다. 당시 일본 통감부에서는 신작로를 만들기 위해 풍남문의 성벽을 허물고 있었는데, 전동성당의 주춧돌은 이때 허물어진 성벽의 돌을 가져다 쓴 것이라고 전해진다.
 
한편, 전동성당은 그 오랜 세월만큼이나 질곡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1937년 전주교구가 설립되며 주교좌 성당으로 격이 올랐다가,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이 점령하여 차량 정비소와 보급창고로 썼고, 이후 1980년대에는 다시 전북 지역의 민주화의 성지로 주목을 받는다. 그러다 1988년 원인 모를 화재로 동편 2층 회랑이 전소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현재 전동성당의 모습은 한국전쟁 이후 수차례의 보수 공사를 거쳐 만들어진 모습이다. 

 

아픔을 간직한 아름다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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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면서도 경건함이 느껴지는 내부는 전동성당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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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성당 내부의 제단은 다소 화려한 인상을 준다.

영화 ‘약속’에서 두 주인공인 전도연과 박신양이 가슴 아픈 결혼식을 올려 더욱 유명해진 전동성당은 1892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인 약현성당, 1898년 세워진 명동성당과 함께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가톨릭 건축물 중 하나다. 호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지어진 서양식의 건축물로 사적 제288호로 지정되어 있다.
 
회색과 붉은색 벽돌을 이용해 지은 건물은 흡사 명동성당을 연상케 한다.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재된 건물로 국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근대 건축물로 손꼽힌다. 벽돌로 쌓은 외부는 직사각형의 평면 형태이며, 중앙과 좌우에 비잔틴 양식의 종탑이 있다. 전동성당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은 외형만 보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진정한 백미는 내부에 있다.
 
성당 내부는 넓은 편은 아니지만 이채로운 인상을 준다. 제단까지 늘어선 육중한 기둥 위를 반원형 천장이 감싼다.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 특유의 거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비추는 빛은 신성한 느낌마저 든다. 내부까지 모두 보았다면 성당 옆쪽에 있는 사제관 건물도 잊지 말고 보고 오자. 사제관은 1926년에 지은 것으로 현재 전북문화재자료 제178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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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23년 08월 2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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