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사계고택
 

계룡시 두마면에는 광산 김 씨의 종갓집인 사계고택이 있다. 3천여 평의 부지 위에 10여 채의 기와집과 부속 시설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들어앉은 이 고택은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들로 사철 뛰어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은농재라 불렸던 이 고택은 1600년대 초에 건립되었으며, 사계 김장생이 말년을 보냈던 곳이다. 흔히 불리던 이름인 은농재는 사계 김장생의 7세손의 호를 딴 것이다. 사계 고택은 충청남도 유형 문화재 제 134호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말끔히 보존되어 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도록 멋스럽게 낡은 기와부터 대문 한쪽에 심긴 아름다운 관상수, 뒤뜰의 장독대까지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도 사용되는 아궁이와 벽에 걸린 지게를 바라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입가에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송림 둔덕이 우거진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돌과 흙을 섞어 만든 정겨운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이름 모를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에 발길을 멈추게 되고, 봄에는 영산홍이 눈부시게 피어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영산홍이 만개한 모습은 사계고택의 상징이 되어, 사계고택의 안내판에서도 붉은 영산홍이 그려져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기와 너머의 나무들보다도 시선을 멀리하여 보면 아파트 숲이 건너다보인다. 사계고택의 기와지붕과 높다랗게 솟은 아파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 또한 사계고택에서 바라볼 수 있는 묘한 풍경 중 하나다. 옛것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현대의 문물 또한 쉬지 않고 발전해왔으니, 온고지신의 정신을 지키고 있는 곳이 바로 계룡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계 김장생이 남긴 것들
 

율곡 이이의 제자이기도 한 사계 김장생은 말년에 관직을 떠나 고향인 계룡시로 내려왔다. 그는 이곳에서 제자들과 함께 학문을 연구하였는데, 제자들 가운데 송시열과 송준길, 이유태 등의 쟁쟁한 유학자들이 다수 배출되었다고 한다.
 
사계고택은 규모가 수십 칸에 이르는 거대한 저택이나, 평대문을 세우고 있는 점이 인상 깊다. 대개의 양반집이 가문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하여 솟을대문을 세우는 데 반하여, 사계 김장생은 자신의 눈높이를 낮추는 겸손함을 보인다. 이런 사계 김장생의 일기를 기리기 위하여, 사계고택 내에는 고택의 일부를 개조하여 건립한 사계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영원한 선비’ 사계 김장생의 일대기를 다룬 영상물과 그의 학문,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설화와 삽화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왕대비가 서원부 부인에게 보낸 한글 편지와 전국 사원의 위치, 전통 예절에 대한 내용과 전통 관례에 대한 설명 및 모형과 같은 볼거리들이 마련되어 있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사계고택을 찾은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공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