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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은행나무를 간직한 천 년고찰, 영동 영국사


은행나무는 지금으로부터 약 3억 5천 년 전인 고생대에 출현하여 빙하기를 거치고도 살아남은 식물이다. 은행나무를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부르는 이유다. 은행나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500년 이상의 고목이 주로 유교와 불교와 관련된 유적지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유교와 불교의 유입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과 동고동락해온 은행나무는 유적지만큼이나 귀중한 문화재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에도 오래된 은행나무로 유명한 곳들이 몇 군데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양평 용문사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호로 그 나이가 1100년에서 1300년 정도 되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영월 내성군 은행나무,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금산 요광리 은행나무 등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은 위용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한 그루 더 있다. 천 년고찰 영국사에 위치한 은행나무다.

                    
                

천 년 은행나무와의 만남

  • 영국사 은행나무는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소리내어 울었다고 전해진다. 

영국사와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 내려 천태산 등산로를 따라 얼마간 올라야 한다. 계곡을 따라 호젓하게 난 오솔길을 걷다보면 삼신할멈바위, 진주폭포, 삼단폭포 등 볼거리를 심심찮게 마주한다. 푸른 이끼를 품은 고목과 기암괴석들은 태곳적 명찰이 있었던 충북의 설악을 연상시킨다. 오르는 동안 서정적인 시가 쓰인 캔버스도 여럿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이윽고 넓은 분지에 이르게 된다. 영국사는 이 분지의 서남쪽 동향한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영국사의 일주문을 지나면 저 멀리서 위풍당당한 풍채를 뽐내고 있는 은행나무가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이 은행나무는 높이가 31m 둘레가 11m에 이르며 수령은 최소 천 년 이상이 되었다. 오래전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소리 내어 울었다고 전해진다. 

 

천년고찰 영국사

  • 작지만 호젓한 멋이 있는 영국사는 가을 단풍이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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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웅전 안에는 삼존불, 삼장보살 등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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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호젓한 멋이 있는 영국사는 가을 단풍이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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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전 안에는 삼존불, 삼장보살 등이 모셔져 있다. 

충청북도 영동의 최남단 천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영국사는 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의 말사로 창건 시기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신라 진평왕 또는 문무왕 때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중엽부터 조선시대 전기까지 가장 번성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후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사세가 다소 위축되었다. 그러나 명찰로써의 명맥은 유지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고려 공민왕 때 홍건적의 내습을 피하여 이곳에 온 공민왕이 나라의 평안을 기원했다고 하여 영국사(寧國寺)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은행나무 너머로 영국사의 대웅전이 보인다. 그 뒤편으로는 천태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영국사의 대웅전은 조선 중기 이후에 지어진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작고 아담한 크기다. 안에는 삼존불, 신장탱, 삼장보살 등이 모셔져 있으며 1980년에 해체 복원되었다. 앞면에는 통일신라 말의 삼층석탑이 있는데 이중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형성한 형태다. 상륜부의 각 부재가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어 현존하는 통일신라 하대의 탑 중에서는 특히 뛰어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의 절 위치에서 약 100m가량 떨어진 옛 절터에서 옮겨 왔다. 
 

  • 원각국사비는 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 받침 위에 비몸과 비머릿돌을 세운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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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각국사비는 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 받침 위에 비몸과 비머릿돌을 세운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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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사 내에 자리한 원구형승탑의 모습.

한편, 영국사 대웅전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가면 고려 원각국사비와 영국사부도가 자리하고 있다. 보물 제534호인 원각국사비는 고려 중기의 승려 원각국사(?-1174)를 기념한 비로 명종 10년에 세워졌다. 비의 형태는 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의 받침 위에 비몸을 세우고 비머릿돌을 세운 전형적인 고려시대 양식을 보여준다. 비의 앞면에는 ‘원각국사비명’이라는 비의 명칭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보물 제532호인 영국사 부도는 팔각원당형을 따르고 있으며, 건립연대는 원각국사비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영국사에서는 망탑봉 삼층 석탑, 석종형부도, 원구형부도 등 보물 및 지방유형문화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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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못하는 나무일지라도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무려 천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삶 속에서 함께 해 온 영국사의 은행나무! 멋지지 않나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9월 0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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