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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 꼭꼭 숨겨둔 한반도, 강원 정선 ‘상정바위산’


흔히 ‘한반도 지형’하면 강원 영월의 선암마을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행정구역의 명칭마저 ‘한반도면’으로 바뀌었을 정도니 그 명성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한반도 지형을 품은 곳이 영월에 있는 선암마을뿐일까? 그렇지 않다. 여기 해발 1,006m에 달하는 산의 정상에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한반도 지형이 있다. 어찌나 꼭꼭 감춰뒀는지 웬만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모르는 사람이 더욱 많다. 강원 정선의 문곡리에 있는 상정바위산에 오르면 또 하나의 한반도 지형을 만날 수 있다. 조양강이 휘감아 도는 덕송리 일대다. 덕송리 반도는 영월 선암마을의 그것만큼 정교하게 닮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반도 지형이라 할 만한 풍경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다. 한반도 속의 또 다른 한반도를 찾아, 강원도 정선으로 떠나보자.

                    
                

한반도를 만나기 위한 첫 단계, 상정바위산 오르기

남녀 간의 사랑과 연정, 이별 등을 다룬 노랫말이 일품인 정선아리랑 가사 중에 ‘앞 남산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파는데’라며 남산이 등장하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에 등장하는 남산이 상정바위산을 가리킨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에서 보면 정확히는 상정바위산 북쪽능선에 있는 남산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상정바위산이나 남산이나 한줄기에 자리 잡고 있는 것과 다름없어 크게 차이를 두지 않는다. 덕송리 일대의 한반도 지형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이 상정바위산에 올라야 한다.
 
상정바위산은 해발 1,006m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산에 속하는 편이지만, 설악산만큼 명성이 높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산의 정상에 상정바위가 있다 하여 상정바위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문곡리 주차장에서 상정바위산의 정상까지는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산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정비가 잘 안 된 등산로가 많다. 보통은 경사가 급한 작은골로 올라 제3전망대를 지나 정상에 이른 뒤, 이후 큰골로 하산하는 제1코스를 많이 택한다. 왕복 소요시간은 3시간 반 정도다. 

 

조양강 줄기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 한반도

  • 상정바위산의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본 덕송리 일대가 한반도 지형처럼 보인다. 

상정바위산의 정상에 오르면 덕송리 일대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반도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조양강이 휘감아 도는 덕송리 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와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한반도 속의 한반도는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원도의 평범한 오지 마을 중 하나일 뿐이었다. 산나물을 캐기 위해 산을 오른 주민이 우연히 발견한 뒤, 이제야 겨우 입소문을 타고 ‘아는 사람만 아는 한반도’가 됐다. 실제로 마을에 사는 주민들 중에는 여전히 자신이 사는 마을이 한반도의 형태를 닮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상정바위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덕송리 반도는 마치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한반도를 보는 것 같다. 정선 구간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42번 국도는 국경선이 된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계를 나타내는 형상이다. 지세도 백두대간을 꼭 빼닮았다. 덕송리에서 남평리로 넘어가는 길에 위치한 반점치 고개는 백두산을 나타내는 듯하고, ‘달의 뜰'이라는 뜻의 어여쁜 이름을 지닌 월천은 해남 땅끝마을과 그 위치를 함께 한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상정바위산

상정바위산은 오르기 전까지는 쉽게 자신의 숨은 비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한 번 오르고 나면 소중히 간직해뒀던 천혜의 자연경관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상정바위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고양산이, 그 너머로는 두타산이 보인다. 모두 백두대간의 줄기를 잇는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높은 산들이다. 그 웅장하고 장엄한 기개 앞에 서면, 자연을 대하는 사람으로서 절로 경외심을 품게 된다.
 
한편, 조양강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하늘이 맑은 날에도 물안개를 피워 올리며 새침을 떤다. 운이 좋은 날엔 상정바위산의 비경과 더불어 조양강의 물줄기, 한반도 지형까지 모두 볼 수 있지만, 운무가 심한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상정바위산의 비경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어쩌면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워 그토록 더욱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색다른 한반도 지형이 보고 싶다면 정선의 상정바위산에 올라 보자. 운이 좋으면 꼭꼭 숨겨둔 한반도를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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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한 색다른 한반도를 느끼고 싶다면 정선으로 떠나요! 상정바위산과 조양강이 꼭꼭 숨겨둔 한반도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9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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