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는 자연이 가장 먼저 안다고 했던가. 봄비가 내리고 나면 지천으로 꽃이 피고,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이 서늘해지는 순간 나뭇잎은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다. 철새 떼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한파가 찾아온다. 겨울에 찾아오는 귀한 손님, 겨울 철새가 떼를 지어 날갯짓하는 광경을 보며 비로소 깨닫는다. ‘아, 이제 정말 겨울이 왔구나!’ 하고. 올해도 변함없이 겨울 진객이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봄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찾아오고, 가을 되면 북녘의 기러기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철새의 도래가 많았다. 철새가 도래하는 호젓한 자연 속에서 그들을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트래블투데이>에서 이름난 철새 도래지들을 소개한다.
겨울에 오는 귀한 손님, 겨울 철새
철새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며 서식지를 바꾸는 새를 말한다. 철새는 크게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로 나눌 수 있는데,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철새를 볼 수 있는 편이다. 이 중 겨울 철새는 더운 여름에는 시베리아나 만주 등에서 서식하다가 가을과 겨울이 되면 중위도 지방으로 월동하는 새를 가리킨다. 겨울 철새는 따뜻하면서 먹이가 풍부한 장소로 월동을 하여 새끼를 기르는데, 이러한 습관은 조류가 진화하면서 자연히 습득하게 된 현상이다. 겨울 철새는 추운 겨울 동안만 서식하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길을 떠난다. 우리나라에 월동하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로는 기러기, 개똥지빠귀, 청둥오리, 고니, 꺅도요, 개꿩, 갈매기 등이 있다.
철새에게도 배려가 필요해
철새를 탐조하기 위해 철새 도래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야생에서 서식하는 새들은 새장 속에서 기르는 새와는 다르다. 야생에서 사는 새들은 인간을 경계하고 매우 민첩하므로 친숙해지기가 어렵다. 철새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상기해 둘 필요가 있다.
먼저, 새들은 시력과 청력이 매우 발달했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색상의 옷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소리를 지르거나 뛰는 등 새를 놀라게 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되도록 새들을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탐조하도록 하자. 새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쌍안경이나 망원경을 지참하길 권한다. 조류 탐사란 본래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할 때 의미가 있는 법이다. 있는 그대로의 겨울 철새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탐조자다. 철새가 떼를 지어 하늘을 수놓는 모습, 때때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지저귀는 소리에 눈과 귀를 기울여 보라.
겨울 철새들의 낙원, 창원 주남저수지
1
2
주남저수지는 오래전부터 농경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로서, 철새 도래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길이 4킬로미터, 폭 2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저수지다. 인근에 있는 구룡산과 백월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과 낙동강 물이 이 드넓은 저수지의 수원 역할을 하고 있다. 주남저수지에는 광활한 늪지와 갈대가 형성되어 있어 개구리밥, 붕어마름 등 철새가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먹이가 풍부하다.
매년 11월이 되면 이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각종 희귀 철새들이 도래한다.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고니, 제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 등 약 20여 종의 철새들이 날아와 이듬해 3월경까지 월동을 한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가 많이 찾는 월동지로 주목받고 있다. 맨눈으로 보기에는 그 면적이 워낙 넓으므로 망원경이 있으면 탐조하기에 더욱 좋다.
천혜의 철새 도래지, 강원 철원평야
강원도 철원군 천통리 일대는 철원평야에 한가운데 있어 비교적 평탄한 평원과 구릉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부근의 땅속에서는 겨울철에도 미지근한 온천물이 솟아올라 물이 얼지 않으며, 이 때문에 철새들이 따뜻한 물과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철새들이 월동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덕에, 이곳에서는 9월경부터 두루미, 재두루미, 기러기 등 많은 겨울 철새들을 볼 수 있다.
한편, 철원평야는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일본 등 인접한 국가의 중간에 있어, 국제적인 철새도래지로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시베리아의 철새들이 내려와 월동하는 곳이기도 하고, 좀 더 따뜻한 일본으로 가는 철새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한겨울에는 독수리와 같은 수리류도 볼 수 있다.
하늘이 만든 생태의 보고,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손꼽히며, 매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해안선의 길이가 총 39.8킬로미터, 갯벌의 면적만 해도 총 22제곱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가을이 되면 드넓은 갯벌 위로 황금빛 갈대밭이 펼쳐져 장관을 연출한다.
순천만의 갯벌에는 순천의 명물인 짱뚱어를 비롯한 갯지렁이류, 칠게, 농게 등의 게류, 조개류 등 다양하고 풍부한 바다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해마다 가을이 지나면 북쪽에서 날아온 겨울 철새들로 북적인다.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를 비롯하여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민물도요, 왜가리 등 약 10여 종의 국제 희귀조류와 200여 종의 조류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순천만에서 겨울 철새를 보고자 한다면 낙조 때를 맞추어 가보기를 추천한다. 전망대에서 일몰과 함께 날아오르는 철새 떼를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이 주는 신비함에 경외심이 절로 든다.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 서산 천수만
충청남도 서산의 천수만은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철새들이 주로 이동하는 해안가에 있고, 해양성 기후로 인해 겨울에도 기온이 높은 편이어서 겨울 철새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하다. 또 주변에는 드넓은 농경지가 형성되어 있어, 추수 때 떨어진 낙곡들이 겨울 철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천수만에서는 약 200여 종에 가까운 철새를 한꺼번에 볼 수 있으며, 특히 겨울철에는 30여만 마리가 넘는 오리와 기러기류가 찾아오기로 유명하다. 이 중에 가창오리는 전 세계 무리의 약 90퍼센트 이상이 천수만에서 관찰된다고 하니, 과연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라 할 만하다. 사계절 내내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천수만에는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연중 많은 탐조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때가 되면 날아왔다가, 때가 되면 날아가는 겨울의 나그네, 철새!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떼를 지어 나는 모습이라니,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02월 16 일자
해당 콘텐츠에 대한 기여도 기사+사진 기사 사진 오류수정
테마리스트 페이지 버튼 테마별 기사리스트 페이지로 이동
테마리스트 해당기사와 같은 테마기사 리스트
테마리스트 바로가기 버튼 테마별 리스트 정보제공
핫마크 콘텐츠에 대한 중요도 정보
콘텐츠호감도
콘텐츠들에 대한
트래블피플의 반응도
사용방법 안내버튼 설명 페이지 활성화
함께하는 트래블피플
트래블파트너, 슈퍼라이터,
파워리포터, 한줄리포터로 구성된 트래블피플
스크랩
마이페이지
스크랩 내역에 저장
해당기사에 대한 참여
추가정보나 사진제공,
오탈자 등 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