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공간이라 하면 한옥, 그러니까 고택을 빼놓을 수 없다. 기품이 흐르는 솟을대문이며 무심한 듯 포근한 처마까지 어디 하나 한국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중심 안동부터 경주, 전주 등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에 전통의 미를 한껏 담은 한옥마을이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대손손 사람이 드나들며 자연스레 문화를 만들어온 고택, 자연과 사람이 다르지 않음을 건축으로 발견할 수 있는 고택에 잠시라도 머물며 한국의 멋을 마음껏 탐해보자.
억지스럽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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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이라 하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은 족히 지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건축물에 뒤지지 않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인위적인 멋이 없이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 바로 고택이 가진 한국적인 멋이다.
대부분의 고택은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앞에는 물이 흘러 풍요롭고 뒤에는 산이 자리하여 드높게 뻗친 기운을 감싼다. 그러니 대청마루든 툇마루든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자연이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택이 오랜 세월을 버티고 설 수 있는 것도 지붕이며 기둥, 마루와 방을 잇는 목재들을 오직 수직과 이음으로만 연결하여 인공적인 솜씨를 가미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수백 년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풍수지리를 따져 명당자리에 집을 지어 올렸다. 이렇게 집터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집안 곳곳 허투루 지어진 곳 없이 알짜배기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으니 어찌 길하지 않을 수 있을까.
효와 예를 중시하던 유교의 가르침대로 집을 지어 올려 고택이 가지는 공간마다 쓰임새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살림을 담당하는 아내가 머무는 곳을 안채, 손님이 머물거나 학문을 탐구하는 곳은 사랑채, 사랑채 반대편에 놓인 안방과 건넌방 등의 공간이 가진 의미를 짚어보는 것도 고택이 주는 재미다.
샅샅이 살펴보는 고택의 멋
창밖의 계절이 궁금해지는 고택
고택에 들어서는 순간 심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탁 트인 시야와 곡선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다. 방과 방사이나 건물과 건물 사이에 크고 작은 마당이 있어 집 안에 있어도 밖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커다란 창밖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현대의 건축물에서는 느끼기 힘든 편안함을 선사한다.
특히나 켜켜이 쌓인 기와가 아름다운 처마, 주초를 버팀목 삼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 등 곡선으로 이룬 한옥의 선은 사람의 시선을 따라 물 흐르듯 떨어진다. 이는 한복 저고리의 고운 선을 닮아 있어 실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곳곳에 숨어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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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들이 집안의 가풍이 배어들어 있다2
군불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집의 문이나 칸, 규모를 보고 그 집의 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흔히 아흔아홉 칸의 부자댁으로 이름 난 송소고택, 송정고택, 선교장 등이 당대 내로라하는 부를 지닌 양반가의 저택이다. 이렇게 칸을 보고 집의 부를 헤아리지만 문, 창, 뜰, 마루를 보고도 집의 가풍이나 종가의 품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비슷비슷한 한옥이라도 그 멋과 풍이 각기 다르다.
이제 고택은 집 그 이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 거주 공간으로서의 역할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문화 그리고 우리네 삶을 담고 있는 고택의 소소한 멋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고택이 지닌 우리의 멋을 찾는 길이 아닐까.
시선이 닿는 곳곳마다 우리네 정서, 우리네 멋이 속속들이 묻어나는 고택. 그러니 한국적인 것을 대표하기에 고택만 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19년 02월 0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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