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투데이 THINK-i
국내 관광산업의 발전에 있어 지역 간 불균형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관광연구원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내한 외국인 관광객 중 서울 방문객은 10명 중 8명꼴인 반면, 지방 방문객 비율은 현저히 낮았다. 특히 경상권은 국내 유네스코 세계유산 11곳 중 4곳(경주역사유적지구 등, 전체 36퍼센트)의 소재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4년간 지속적으로 방문율 감소 추이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유산이 밀집한 경주가 경상권 내에서 꾸준히 방문지 2~3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트래블투데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경주역사유적지구와 석굴암, 불국사를 집중 재조명하고자 한다.
2013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한국 여행 중 방문권역 (출처 : 한국관광연구원, 2013)
2013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경상 지역 방문지(출처 : 한국관광연구원, 2013)
경주역사유적지구
경주역사유적지구는 낮과 밤 모두 아름답다. 사진은 경주역사유적지구 내 첨성대 야경.
경주역사유적지구(이하 경주역사지구)는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경주역사유적지구는 한반도의 고대 국가인 신라의 천년 고도(古都)로서, 경주 남산을 비롯한 지역내 전역에 한국 전통 건축물과 불교 유적 등이 보존돼 있어 ‘보호가치 있는 세계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또한 경주역사지구는 총 5개의 권역으로 나뉜다. 권역은 각각 남산지구 월성지구 대능원지구 황룡사지구 산성지구다. 각 지구는 신라 문화재라는 하나의 공통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데, 유네스코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다섯 개의 권역으로 나눴다고 밝혔다.
남산 지구
경주역사지구내 남산에는 많은 신라 유적이 산재해 있는데, 그 중 포석정은 신라 왕과 신하의 연회지로 알려져 있다
남산지구는 신라 불교미술이 밀집된 지역이다. 경주역사지구에는 총 52개의 개별 지정문화재가 있는데, 그 중 남산지구의 문화재는 37개로 전체 수량의 71퍼센트에 달한다. 특정 지역의 문화‧역사적 가치가 지역내 문화재의 개수에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문화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보호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경주 남산지구가 경주 전체에 대해, 나아가 우리나라 전역에 대해 갖는 역사적 의의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남산에 산재한 수많은 불상이 이웃 일본 교토나 중국 상하이의 그것과는 다른,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통 문화재임은 자명하다.
경주 나정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전해내려 오는 곳이다
남산지구 내 신라의 유적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유적을 꼽으라면, 단연 포석정지일 것이다. 경주 포석정지는 우리나라 사적 제1호로서, 명실상부한 중요 문화재다. 포석정지는 남산 서쪽 지역에 있는데, 신라 왕이 신하들과 연회를 베풀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성된 때는 9세기 후반이라 전해지고 있으며, 신라 경애왕이 이곳에서 연회를 즐기던 중 후백제 견훤의 기습공격으로 시해됐다. 한편 이곳은 연회지 특유의 풍류적 분위기를 띠고 있는데, 돌로 된 ‘물길’이 구불구불하게 패여 있고, 이 홈을 따라 술이 흐르게 만든 후 잔을 띄워 내기에 진 사람이 벌주를 마시는 등, 다채로운 연회가 벌어졌다고 전해진다.
한편 남산지구의 다른 주요 유적으로는 경주 나정, 남산 탑곡 마애조상군 등이 있다. 경주 나정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 전설을 간직한 곳으로서 신라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월성지구와 대능원지구
안압지라는 명칭도 갖고 있는 경주 월지는 신라 풍류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월성은 신라의 궁궐이 있던 도성이다. ‘월(月)’이란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성 모양이 달을 닮았다 해 월성이다. 월성 지구 중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은 흔히 안압지로 알려진 ‘월지’다. ‘경주 동궁과 월지’는 사적 제18호로서, 안압지(雁鴨池)라는 말은 각각 ‘기러기 안’자와 ‘오리 압’자를 써서 붙였다. 기러기와 오리가 많다 해서 붙은 이름인데, 실제 이곳에 와서 보노라면 한낱 미물인 새들조차 편히 깃들 만큼 단아한 정취가 돋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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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계림은 신라 시조 김알지의 탄생 설화가 담긴 곳으로, 닭우는 소리가 났다고 해 '계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2
경주 오릉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를 비롯, 남해왕 유리왕 파사왕 등 왕과 박혁거세 부인 알영왕비의 능이다황룡사지구 산성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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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룡사지에는 당초 황룡사 9층탑이 있었는데, 훗날 거란의 침입으로 소실됐다.2
경주 명활산성은 고대 신라를 외적으로부터 방어한 석성으로 전해지고 있다.한편 황룡사지구는 당초 황룡사 9층탑 등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갖는 건물이 소재했던 곳이다. 이곳은 훗날 외적인 몽골에 의해 소실됐는데, 지금은 복원 모형 등으로 그 본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경주 산성지구 유일의 지정문화재인 명활산성은 정확한 축성 연대를 알 수 없는 신라의 방어시설로서 둘레는 약 6km다. 유일한 지정문화재라 해서 명활산성만이 이 지역내 유일하게 중요한 문화재는 아닐 터이니, 넓은 시각으로 이 지역을 탐방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불국사와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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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은 불교의 발원지인 인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세계 유일의 자연석굴 불상 유적이다.2
불국사는 통일신라 경덕왕 때 재상 김대성이 현세와 내세의 부모를 위해 지었다고 전해진다.불국사는 토함산 자락에 자리한 신라 하대의 유적이다. 신라 경덕왕 때 재상을 지낸 김대성은각각 현세와 내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때문에 불국사의 부속 건축물은 현세와 내세 부모를 위한 안팎의 세계로 각각 나뉘어 있어 상징성을 더한다. 현재는 물이 흐르지 않지만, 청운교와 백운교에는 각각 물이 흘렀다고 전해진다. 또한 과거 석가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돼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석굴암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연 토굴을 이용해 조성한 불교 건축물로서, 불교의 발원지인 인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장엄함과 품격을 갖추고 있다. 비록 한때 부실 보수로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석굴암만이 갖는 고유의 매력은 동아시아의 다른 어느 국가에서도 찾기 힘든 독보적 보존가치를 갖는다 할 수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모두 신라의 국가적 염원을 담은 문화재다. 불교를 숭상한 신라는 영원한 불국토를 이상향으로 삼았는데, 이는 비단 불국사의 건립을 진두지휘한 일개 재상의 개인적 욕망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신라의 불교 숭상 이면에는, 고대 국가 특유의 계층 간 불평등함을 합리화하고 평민의 신분상승 욕구를 ‘내세에서의 발현’으로 꾀하려는 지배층 의도가 숨어 있지만, 한 왕조의 정신적 구심적 역할을 했던 불교의 문화재가 이토록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은 후대에 길이 남을 축복이 아닐까.
자전거 타고 둘러보는 경주역사지구와 석굴암, 불국사
경주역사지구의 문화재는 인접한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자전거로 둘러보기 적합하다.
신라 천년의 보물이자, 우리나라 불교 유적의 보고인 경북 경주! 겉치레 여행으로 떠나는 대신 제대로 알고 떠난다면 더욱 많은 지식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역사를 아는 것, 나를 아는 첫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트래블피플의 생각은 어떤가요?
글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02월 10 일자
해당 콘텐츠에 대한 기여도 기사+사진 기사 사진 오류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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