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암정원은 오봉산과 방장산 사이 볼록 솟은 작은 산기슭 남쪽 경사면을 정원으로 가꾼 곳으로 전라남도 민간정원 3호로 지정되었다. 원래 광산김씨 문숙공파 23세손 김선봉 선생이 장흥에서 보성으로 이주하며 자리잡은 이후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온 터였다.
소박함과 정성이 가득한 보성 초암정원
선생의 8세손 김재기 선생은 일찍 생모를 여의고 어린 누이마저 세상을 떠나자 집 뒷산 선영에 모시고 주위 69,000㎡의 땅에 묘목을 심고 가꾼지 60여년. 어린 묘목은 시간이 쌓여 숲이 되고, 산책로가 되었는데 생모에 대한 그리움과 선영을 돌보고자 가꾼 종손의 정성이 이뤄낸 정원이다.
초암정원은 오봉리 초암마을회관 근처에 주차를 하고 표지판을 따라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나온다.
초암정원은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2017년에 외부개방하였다. 개인이 가꾼 민간정원이니만큼 수목원처럼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아늑한 느낌이 드는 건 가꾸는 이의 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잔디에 잡초 한 포기 없다. 잔디를 가꿔본 사람은 안다. 이렇게 가꾸려면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하는지.
야트막한 계단을 올라가면 남쪽 바라보고 지은 옛집 두 채가 눈에 들어온다. 안채와 사랑채는 오래전 지은 한옥을 후손들이 살아오며 틈틈이 고친 흔적이 보인다. 서쪽으로 벽돌에 기와로 지은 집이 있고 그 옆으로 정원으로 가는 길이 나있다.
정원길로 들어서면 먼저 고운 잔디가 깔린 널따란 터가 나온다. 아이를 데려온 가족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이다. 끝에 그네를 타고 쉴 수 있는 흔들의자가 있다. 여기서부터 비스듬한 산비탈을 갈지자 형태로 올라간다. 가는 길따라 다양한 수목이 줄지어 서있다.
초암정원은 난대식물과 상록수림을 주로 가꿔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푸른 정원이다. 정원 입구에 쓰인 안내문에 따르면 봄에는 매화와 산수유 등 온갖 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대나무와 편백나무 숲길이 서늘하고, 가을에는 금목서 은목서 꽃향기 가득하며 겨울에는 산다화 꽃이 아름다운 사계절 정원이다.
초암정원의 매력은 소박함과 정성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수목원이나 정원과 비교하면 어딘가 모르게 투박하지만 한 그루 한 그루 심고 돌본 이의 정성을 느낄 수 있어 절로 친근감이 간다. 개인이 홀로 이만큼 가꿨다는 데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목도 다양하다. 감나무 줄지어 심은 과수원길이나 산다화 핀 길, 편백숲과 대나무숲외에도 200여 수종을 골고루 심어 가꾸고 있다. 겨울에도 푸른 상록수와 열대지방에서 보는 야자수가 함께 있으니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다.
정원 길을 걷다보면 봉분 없이 편평한 묘석만 놓여 잔디광장처럼 보이지만 널따란 묘원이 나온다. 지도를 따라 가다가 편백숲을 지나 7부 능선길에 오르면 눈아래로 널따란 득량 들판이 펼쳐진다. 갯벌을 메워 간척한 바둑판 모양의 논이 펼쳐지고 그 너머 득량 앞바다와 건너편 고흥반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풍요로운 느낌이 차오른다. 계속 올라 육각정자 초암정을 지나면 정상이다. 정상에 오르면 북쪽 방장산을 비롯한 보성의 산들이 물결치듯 퍼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원은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 바로 나오기 아쉬워 안채와 사랑채 사이 평상에 앉아 잠시 쉰다. 평상 한쪽에는 옛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전시한다기보다 있는 대로 펼쳐둔 듯한데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있다.
사랑채 벽면에 커다란 동양화가 액자에 담겨 놓여 있고 주위로도 서예 작품이 즐비하다. 안채와 사랑채 방안에도 동양화와 글씨가 쓰인 족자가 빼곡히 걸려있어 260여년을 이어온 종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옛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거리와 변함없는 풍경을 감상하려고 보성 득량면을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초암정원에서는 울창한 나무를 보며 지난 세월의 흔적과 시간의 미학과 가치를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소박함과 정성이 매력인 초암정원에서 편안한 쉼을 느껴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차예진 취재기자
발행2021년 03월 0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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