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10선] 순천 - 뿌리깊은나무박물관,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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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 10선] 순천 -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순천의 대표적인 여행지 낙안읍성 서쪽에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 있다. 조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안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지은 용비어천가에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고 했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서 시대의 바람에도 꿋꿋이 살았던 한 사람의 일생을 만난다.

                    
                

우리 문화의 뿌리를 캐낸 사람 이야기, 순천 뿌리깊은나무박물관 

뿌리깊은나무박물관

한창기 선생은 70,80년대 잡지계의 판도를 바꿨던 월간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의 발행인이다. 한창기선생이 생전에 모은 6500여점의 서재와 유품, 발간했던 잡지 등이 한창기실에 전시 되어있다. 전시실에서는 개인 이력과 미적 감각,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벌교에서 태어나 라디어로 미군을 대상으로 한 방송을 들으며 영어를 익혔던 시절.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군을 대상으로 성경책과 여행수속을 밟아줬던 사업. 아시아 최초 브리태니커지사를 열어 지사장이 된 과정. <뿌리깊은나무> 등 잡지를 발간하고 우리 전통문화을 찾고 지키고자 했던 노력 등이 유품과 함께 정리되어 있다. 선생은 독신으로 살았는데 97년 향년 61세로 요즘으로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한창기 선생의 <뿌리깊은나무>는 우리나라 최초로 한글전용, 가로쓰기를 도입한 잡지였다. 편집에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잡지이기도 했다. 

필자가 보내온 원고를 편집자가 고쳐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편집권을 과감하게 사용한 잡지이기도 했다. 주로 다루는 내용은 우리의 전통문화이니 옛것을 시대를 앞선 세련된 틀에 담아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한때 월 10만부에 달하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발행부수를 자랑했다. 

잡지는 우리 문화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그때는 선진 문물을 습득하기 위해 삶을 송두리째 바꾸던 시기였다. 신문 방송에 나오는 식자들마다 “선진국에서는~이러이러한데 우리는~”이라며 우리의 관습과 사회, 문화를 비판하고 바꿔가야 한다고 종용하던 시대였다. 

선진문물 찬양일색으로 편식하는 사회에서 <뿌리깊은나무>는 전통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 인간미를 보여주었다. 나날이 희미해져가는 우리 문화의 가치를 발굴하고, 서양문물에 주눅 든 자격지심을 자부심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해도 지나친 평가가 아니다.

1980년 민주화의 요구가 거센 시기에 신군부는 월간지 <뿌리깊은나무>를 폐간시켰다. <뿌리깊은나무>는 창간사에서 전통문화의 복원과 계승에 힘쓰겠다고 했다. 토박이문화라는 단어 한마디에 잡지가 지향하는 바가 담겨 있다. 사상잡지가 아닌데도 폐간된 것은 당시 문화인에게 충격이었다. 그러나 잡지 편집진은 흩어지지 않았다. 한창기 선생은 <한국의발견><민중자서전>을 발간하며 민중의 삶과 전통문화를 기록으로 남겼다.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은 크게 전시동과 한창기실, 백경 김무규 고택, 야외전시장으로 나뉜다. 전시동 상설전시관은 한창기 선생이 평생 모은 6,500점의 골동품과 민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옛그릇이나 미인도, 옛 책 목판본이나 서적 등 전시물은 다양하다. 

전시물은 개인이 접하는 대로 수집한 것이기에 분야가 다양하다. 어딘가 두서없어 보인다는 느낌도 든다. 그럼에도 이 물품을 매입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고심했던 선생을 생각하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전시물을 아우르는 일관성은 우리 옛것에 대한 애착이랄 수 있다. 
 
전시동 맞은편이 단소의 명인 백경 김무규 고택 ‘수오당’이다. 문간채가 딸린 솟을대문을 넘으면 사랑채가 나오고 옆으로 안채로 들어가는 중문이 있다. 안채와 별채, 사랑채가 ㄷ자 형태를 이루고 북쪽에 사당이 있다. 전형적인 양반 상류주택의 배치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원래 구례에 있는 집이었는데 통째로 옮겨 왔다. 

한창기 선생이 생전에 매입하고 싶어했다는 말을 듣고 순천시에서 박물관을 조성하며 매입하여 이전한 것이다. 야외전시장에는 역시 선생이 수집한 석등이나 석상, 조경석 등이 있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서 나오니 낙안읍성 성벽이 보인다. 육백년 모습을 간직한 낙안읍성과 옛것을 찾아가던 이의 자취가 한곳에 어우러져 있으니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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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의 깊이, 아름다움, 인간미를 모두 볼 수 있는 '뿌리깊은나무'를 소개합니다.

트래블투데이 차예진 취재기자

발행2021년 03월 0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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