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 연말이 되면 늘상 나오는 말이 ‘다사다난’이다. 올해는 유난히 다사다난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긴 장마와 연속되는 태풍으로 추석 황금연휴에도 가족 간에 웃음꽃 피는 대화보다는 비대면으로 화상이나 음성을 통해 안부를 묻는 정도로 만남을 그쳐야했을 것이다. 정신적인 피로가 극에 달하고 많은 국민들이 우울감을 호소한다. 이럴 때 안전하면서도 갑갑함을 달랠 수 있는 숨은 힐링 여행지가 있다.
경남 가을 비대면 힐링 여행지로 각광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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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사자평이 바로 그곳이다. 밀양시의 주산이자 영남 알프스의 중심산인 재약산 능선에 넓게 분포된 억새평원으로써 밀양8경의 한 축을 담당한다. 수백만평에 달하는 넓이와 해발고도 800m라는 위치 덕분에 과거에는 목장 사업이 발달했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신라 화랑도의 수련장이자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의 승병 훈련장소로도 쓰였다고 한다.
사자평을 지칭하는 두 가지 표현이 있다. ‘국내 최대의 억새군락지’와 ‘국내 최대의 고원습지’.
대표적인 등산로인 표충사 코스를 이용하면 최단시간에 다녀올 수 있다. 잘 닦여진 그늘진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흑룡폭포와 층층폭포의 절경이 반겨주므로 지루하지 않은 산행을 이어가게 된다. 이윽고 정상아래 전망대에 서서 드넓게 펼쳐진 평원을 보자면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반대쪽 끝에서 다시 반대쪽 끝까지 셀 수 없는 은빛 자태들의 춤사위는 결코 억새밭 하면 으례 생각나는 스산함과는 거리가 먼 화려함의 극치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억새가 바람결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육지가 분명함에도 어느덧 풍경은 바다로 바뀌어있다. 억새밭에서, 하얀 포말을 만들며 바다 위를 쓸고 다니는 너울 파도소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두 팔을 벌려 숨을 크게 들이 쉬면 폐부 끝까지 가득 채워주는 신선한 공기로 마음을 옥죄어 오던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가 순식간에 정화된다. 사자평의 억새밭은 모든 오감을 통해 제대로 가을을 마시는 경험을 선사해준다. 그야말로 지금 시기에 적절한 여행지다.
얼음골 케이블카를 통해 이동하는 것도 또 다른 풍치를 맛 볼 수 있다. 선로 길이만 1.8km에 달하는 최장거리 케이블카 중 하나로 1,020m의 상부승강장까지 단숨에 데려다준다. 승강장을 나서면 ‘하늘사랑길’이라고 불리는 280m규모의 데크로드가 전망대까지 펼쳐져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우측에 펼쳐진 사자평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거기서 평탄한길로 한 두 시간 정도 산행을 하면 사자평에 들어설 수 있다. 가는 동안 억새군락지가 이어지기 때문에 마치 동화 속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자평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을 선물하는 곳이 아니다. 자연생태학적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는 곳이다. 생물의 다양성은 인간사회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인간의 생존 역시 크게 위협 받게 되는데 생물 다양성으로 인해 그 균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습지의 중요성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습지는 야생 생물들의 식수원이 된다. 홍수 및 기후 조절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가뭄에 꼭 필요한 수원이 되기도 한다.
사자평은 앞서 말한대로 국내 최대의 고원습지다. 규모가 약 58만m²에 달한다. 산 정상 부근의 평평한 땅으로 물이 모여 습지대를 이룬 것으로, 다른 습지와는 달리 가운데로 실개천이 흐른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자연환경 속에 각종 습지생물과 희귀 식물군락이 분포하고 멸종위기종인 삵이나 하늘다람쥐 등이 서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2006년 12월 28일 환경부를 통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랜 기간 동안 밀양시는 사자평의 억새군락지와 습지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실이 서서히 맺혀가는 중이다. 올해와 내년 그리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변해 갈 사자평의 모습. 그 변화를 틈틈이 방문하며 감상하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되어주리라.
무슨말이 더 필요할까! 힐링 여행지로, 가을 여행지로 딱인 이 곳, 풍경 맛집이 가득한 이곳이 진정 숨은 찐여행지인것을!!! 밀양으로 떠나 마음껏 즐기고 힐링하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송민지 취재기자
발행2020년 10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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