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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이야기를 품다, 왕방산과 왕산사


이야기가 있는 여행은 언제나 즐거울 수밖에 없는 법. 서울의 동북쪽에 위치한 맑은 고장, 포천에도 이야기가 있으니 이 이야기를 알고 간다면 포천의 여행이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겠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두천과 맞닿아 있는 산, 왕방산. 먼 옛날 이곳에는 왕의 발길이 머물렀었다고 한다.

                    
                

왕이 친히 행차하여, ‘왕방산(王訪山)’ 

왕방산은 오래 전부터 포천의 진산으로 불려 왔다. 호병골 계곡의 맑은 물이 산자락을 훑어 내리는 아름다운 산인 왕방산, 설에 따르면 이 산을 거쳐 간 왕은 신라의 헌강왕과 조선의 태조, 두 사람이다. 어쩐 일로 두 왕이 왕방산 자락에 머물렀던 것인지 그 까닭을 들어보도록 하자.
 

  • 왕방산에는 두 명의 왕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우선은 앞선 시대인 신라의 이야기부터다. 신라의 가장 위대한 승려 중 한 명인 도선국사는 872년, 그러니까 헌강왕 3년에 왕방산 자락에 사찰을 세우기로 한다. 이때 헌강왕이 도선국사가 머물고 있는 왕방산을 친히 찾아 사찰의 창건을 격려하였다는 것이다.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은 국내 도처에 자리하고 있으나, 직접 왕의 격려를 받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사찰은 이 사찰이 유일하니 더욱 특별할 수밖에. 

두 번째 이야기는 조선시대로 이어진다. 태조 이성계는 왕위를 둘러싼 아들들의 다툼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가운데 함흥행을 결정하여 칩거를 시작한다. 함흥차사가 된 이들도 여럿, 태조를 설득하기 위하여 무학대사가 직접 함흥으로 찾아가는데, 태조가 한양으로 돌아오던 중 왕자의 난이 일어나고 만다. 무학대사는 태조의 심신을 배려하여 잠시 왕방산 자락의 사찰에 머물 것을 결정하였는데, 이 사찰이 또한 신라시대에 헌강왕이 찾았던 바로 그 사찰이다. 

두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가 옳은 것인지 지금 시대에 판가름하기는 어려운 일이나, 이 왕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왕방산을 산책하는 일이 퍽 흥미로울 것임은 분명한 사실. 왕방산은 두 왕이 모두 다녀간 산으로도, 두 왕 중 한 명의 왕만이 다녀간 산으로도 매력 있는 곳이니 말이다.

 

왕의 발길이 닿은 자리, 왕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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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산사에서 왕방산과 왕산사의 유래를 만나볼 수 있으니, 안내판을 찬찬히 읽는 것을 빼 먹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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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왕방사는 자취를 감추었으나, 그 자리에 중창된 왕산사가 아름답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왕방산을 소개하며 언급하였던 사찰의 옛 이름은 보덕사였으며, 그보다 더 오래된 이름은 왕방사였다. 산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썼던 왕방사는 세월의 흐름 속에 사라졌었으나, 1947년 옛 왕방사 터에 보덕사가 복원되었으며 2003년에 이르러 보덕사의 이름이 왕산사로 개칭된 것. 왕방사를 온전히 만날 수 없음은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왕이 밟았던 바로 그 자리에 왕산사가 들어서 있으니 산중에 묻힌 이 아름다운 사찰을 둘러보는 것 또한 포천의 옛 이야기를 즐기기에 좋다. 폐허가 되었던 옛 사찰이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기까지의 노력, 그리고 왕의 이야기가 담긴 옛 이름을 쫓고자 하는 노력들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면 희미하게 낡은 천 년 고찰의 모습보다는 후대의 손길이 더해진 지금의 모습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질 지도 모를 일이다. 

왕산사는 왕방산 산행 중 들러 가는 코스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전한다. 왕의 이야기가 얽힌 왕방산, 이 산중의 초입에 자리한 왕산사까지를 함께 둘러본다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포천의 여행길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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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산과 왕산사, 두 곳을 모두 둘러보아야 ‘이야기가 가득한 포천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요, 암기와 미륵전의 돌거북, 막새기와 등을 함께 둘러보신다면 이 사찰에 깃든 역사를 더욱 선명히 상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6년 12월 2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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